책 소개
[해고되던 날 나는 바다에 누워있었다]는 소록 작가의 에세이다.
작가는 회사에 정당한 제안을 하고 나서 일주일 만에 전격 해고되었다. 이후 약 80일간의 심적 방황과 그 시기에 도움받았던 정보들 골라 책으로 엮었다.
우리는 매일 노동자라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그 자리를 언제 박탈당할지 모를 일이다. 자발적으로 퇴사하고 여행이라도 떠나면 용감한 퇴사자가 되지만, 그렇지 못한 해고나 계약만료로 직장에서 나오게 되면 그냥 '실업자'가 된다. 책은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된 작가의 분노와 슬픔, 그리고 치유까지 이 시간을 살아냈던 이야기를 담았다. 그리고 정확하게 도움받을 길이 없어 비슷한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을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작가가 직접 부딪히며 알아낸 알짜 정보들도 함께 수록되었다.
결국 노동이란 자존감을 수호하고 나를 찾는 일이었다는 걸 깨달은 여정. 해고라는 깊은 바다에서 어떻게 다시 육지로 돌아오게 되었는지, 무력했던 시간의 가장 내밀한 일기를 공유한다.
소록 작가의 [해고되던 날 나는 바다에 누워있었다]는 부당한 해고로 실업자가 된 사람들에게 많은 힘과 도움이 되어 줄 것이다.

저자 소개
저자: 소록
작을 소에 푸를 록자를 씁니다. 글 쓰고 글 고치고 기획하는 일을 합니다. 독립출판으로 포토여행에세이 [새벽 하늘엔 캄차카 블루]와 일상에세이인 [기억이 머무는 공간들(공저)]을 쓰고 만들었습니다. 아름답고 무용한 것을 아낍니다. 필름 사진을 찍습니다.
목차
프롤로그 5
1부. 잘릴 만한 사람은 없었다 - 11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은 것을 배우려는 노력 13 / 회사원의 존엄을 지키기란 얼마나 17 / 사건의 발단 21 / 베트남에서 26 / 조퇴세켜 주세요 28 / 사장이 되는 법 31 / 문서 프로그램이 없는 PC방에서 32 / 노동자의 날에는 노동청도 쉬는 구나 34 / 우스꽝스러웠던 그 날 40
2부. 잘린 사람이 있을 뿐이었다 - 45
법의 눈으로 보셔야 해요 47 / -[TIP] [부당해고 구제신청] 53 / 잘못이 없는 사람들의 모임 57 / 계속 사랑할 수 있을까 60 / 회사 앞 짜장면 62 / 연등 64 / -[TIP] [실업급여 신청 핵심 포인트] 66 / 속 시원히 분이 풀리지 않아 70 / 짠내 72 /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꼭 가질 것이다 75 / 양배추를 다듬을 수 있는 삶 77 / 먹고 살아야지요 78 / 어떻게 할 거냐고? 84 / 친구들 86 / 해고를 검색하니까 87 / 처리 부탁드립니다 88 / -[TIP] [이직확인서 처리] 90 / 수강 확정 문자입니다 93 / 퇴직금 70만원 95 / -[TIP] [퇴직연봉제 알아보기] 98 / 어여쁜 내 볼펜 100 / 제1의 목표 102
3부. 나는 나로서 충분하다 - 105
수영 107 / 무서웠겠지 109 / 이렇게 된 김에 발견한 즐거움 111 / 짐상자를 다시 열었다 113 / 그런 일이 있다 116 / 소설 수업 118 / 커튼과 햇빛, 그리고 레몬 121
에필로그 125
본문
다시 찾은 고용노동청의 그 부서에는 칸막이마다 한 명씩 노무사 서너 명이 앉아 있었다. 몇몇 자리에는 이미 상담자가 앉아 있었다. 마치 은행 창구 같은 모습이었다. '다음 대기번호 375번 부당해고 되신 분'이나 '네, 다음 대기번호 287번 임금체불 되신 고객님'을 부르는 창구. 쭈뼛거리며 들어서다 한 노무사님과 눈이 마주쳤는데 '네, 이쪽으로 오세요' 하며 나를 불렀다. 대단히 피곤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 네, 어떤 일로 오셨죠.
- ... 제가 어제 해고를 당해서요.
- 뭐 서류 같은 거 가져오셨어요?
- 아, 해고장을 받긴 했는데요.
- 그거부터 볼게요.
노무사님이 미간을 찌푸린 채 서류를 읽어가는 동안, 나는 괜히 초조해져 이런 저런 이야기를 덧붙였다. 노무사님은 그걸 들으면서 질문을 했는데, 내 얘기 중 불필요한 부분은 툭툭 자르고 필요한 부분만 골라 다시 물었다. 불필요한 부분은 대개 감정적인 묘사이거나 그의 '제3자의 눈'으로 봤을 때 해석의 여지가 있는 것 같은 부분이었다. 질문은 빠르게 몰아쳤고 나는 대답하기 바빴다.
- 그러니까 정리해서 말하면, 어쨌든 그 제안을 했다고 자른 건 아니라는 거네요?
- 네···. 해고장에는 저의 태도 불량과 하극상으로 적었습니다.
- 그러니까요. 표면적인 이유는 대들었다, 안 맞는다 라는 것이고. 그런데 이 언쟁의 발단이 그 제안이라는 거죠?
- 네.
- 수습기간 있어요?
- 취업규칙에 6개월로 써 있습니다.
- 6개월 안됐죠?
- 네, 그렇죠.
- 그러니까 수습기간에 회사랑 안 맞고 근무태 도가 안 좋아서 해고다, 이 말이네요.
- 네.
- 허 참. 그러니가 회사가 최종적으로 해고 이유를 무엇으로 하느냐가 이렇게 중요해지는 거거든요.
- 그렇군요.
수습기간이 지나지 않았고 수습기간 중 근무태도를 문제 삼아 자른다고 했으니 회사 입장에서 영리한 방법을 쓴 것이란 얘기였다. 이때쯤 나는 거의 울상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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