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을 관통한 10권의 책에 관하여

정치 / 김미진 기자 / 2019-09-28 20:06:59
<상호대차; 내 인생을 관통한 책> 저자 강민선


책 소개


[상호대차; 내 인생을 관통한 책]은 강민선 작가의 에세이다.


'상호대차'는 도서관과 도서관의 장서공유 서비스로 여기에 없는 책을 다른 곳에서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상호대차; 내 인생을 관통한 책]은 상호대차로 빌린 책과 더불어 여기의 자신과 저기의 자신이 책으로 교차하는 지점들이 나온다.


'책은 한곳에 머무는 게 아니라 찾는 사람에 따라 자리와 주인을 바꿔가며 이동한다.'라는 말에서 착안한 이 책은 강민선 작가의 독서 일기이자, 책들이 한 사람의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해주었는지를 보여준다.


[상호대차; 내 인생을 관통한 책]에는 작가의 인생을 관통한 10권의 책이 등장한다. 10권의 책은 단순히 재미있게 읽은 목록이 아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거울처럼 비춘 책으로, 책을 읽은 경험으로 '나'를 보여준다.


[출처: 스토리지북앤필름]

저자 소개


저자: 강민선


작가는 2017년 [백 쪽]을 시작으로 [없는 소설], [아무도 알려 주지 않은 도서관 사서 실무], [월요일의 휴무], [시간의 주름], [1인칭 부재중 시점], [여름특집], [가을특집]을 독립출판했다. 불과 1년 사이에 이렇게 많은 작품을 만들어낸 사실이 놀랍다. 그건 그간 글을 써온 탄탄한 내공이 있어서다. 특히 [아무도 아무도 알려 주지 않은 도서관 사서 실무]는 작가 본인이 도서관에서 일한 경험을 녹이고 도서관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수작이다. 개정판으로 재출간되어 많은 사서와 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강민선 작가는 사서가 되기 전에는 낮에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에는 글을 써서 신춘문예에 투고하며 등단을 꿈꾸었는데 독립출판의 세계를 알고 나서는 등단이라는 좁은 문 대신에 자신만의 개성을 살려 자신이 쓸 수 있는 글로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목차


들어가는 글 9



스물일곱과 마흔 사이 12


보리수 이파리가 떨어진 자리 30


먼저 네 자신을 확신시킬 것 48


나의 생을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방식 60


이처럼 혁신적이고 평등한 74


사람으로 아껴주고 존중하고 좋아하는 86


진실이 되는 거짓말 거짓말이 되는 진실 104


과거가 미래가 되는 시간의 역학 관계 120


계속해서 이해해 나가는 중 136


살갗으로 읽는 나의 성장소설 154


맺는 글 171


본문


2015년 1월, 도서관에 입사한 지 일 년이 지난 겨울이었다. 나는 제주도 여행을 준비하며 여행지에서 읽을 만한 책을 고르고 있었다. 도서관 종합자료실은 선택의 폭을 무한대로 넓혀주었다. 업무가 끝난 주말 오후, 석양이 자료실 서가 사이사이를 보르게 비춰주고 있었다. 무엇을 데려갈까, 무엇이 내 여행을 더 즐겁게 해줄까 고민하던 중에 한국소설 서가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김연수 작가가 쓴 1997년 판 《7번 국도》였다.


나는 손을 뻗어 책을 꺼내 한 장씩 넘겨보았다. 아직도 그날의 장면과 느낌이 생생하다. 이용자들이 모두 나간 자료실에 남은 건 나와 책들뿐이었다. 내가 한 권의 책을 뽑아 들면 다른 모든 책이 숨죽여 질투하듯 나를 응시하고 있는 게 느껴졌다. '그 책을 내려놓고 대신 나를 봐.' 이런 소리들은 어린 시절 새마을 문고를 드나들 때부터 들어왔다. 나는 책에서 느껴지는 작고 나직한 소리들이 좋았다.


내 손에 들린 《7번 국도》는 얇고 가벼웠다. 묵은 책 냄새, 먼지 냄새 같은 것이 났다. 입사 첫날, 자료실 곳곳을 함께 다니며 업무를 알려주었던 팀장은 이 도서관에 오래된 책이 많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에서 상호대차를 신청하는 이용자가 많은 것도 그 이유라고 했다. 공간이 부족하다고 헌책부터 버리면 안 된다고 주의를 주었다. 나는 모든 말들을 새겨들었다. 오래된 책이 있는 도서관에서 일할 수 있게 되어 참으로 좋았다.


1997년 판 《7번 국도》도 다른 곳에서는 구하기 힘든 책이다. 김연수 작가의 최근 책들은 대부분 읽었지만 초기작은 아니었다. 아마 그날이 아니었다면, 제주도 여행에 함께할 책을 고르지 않았더라면, 모두 집에 돌아가고 텅 빈 은평구립도서관 종합자료실 서가가 아니었다면, 어쩌면 그 책은 여전히 '아직'어었을지도 모른다. 내 주변 어딘가에 늘 가까이 있었고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읽을 수 있었지만, 결국엔 읽지 않은 '아직'. 나는 그날 여행의 동반자로 '아직'의 세계에만 머물러 있던 이 책을 건져 올렸다.


- 스물일곱과 마흔 사이, 14페이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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