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결혼 없이 함께 산다는 것]은 작가 01과 91이 실제로 동거하며 쓴 기록들로 구성되어 있는 에세이로, 결혼과 동거에 대한 유쾌하면서도 진지한 고민들이 솔직하게 녹아있다.
동거라 하면 대개 좋지 않은 인식으로 받아들여질 때가 있었다. 지금도 그러한 생각을 가지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독자들은 [결혼 없이 함게 산다는 것]을 통해 동거 속의 평온함을 느끼고, 결코 나쁜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작가는 말한다.
'그냥 둘만 생각하기로 했다. 결혼이 우리 관계에 부담이 된다면 배제해도 상관없었다. 누구의 허락을 받지 못해도 우리는 서로를 가장 우선으로 생각하며 함께 살아갈 것. 사랑에 충실할 것. 그것이 우리의 약속이다.'

저자 소개
저자: 01&91
01과 91은 함께 살아요
부부는 아니에요
목차
프롤로그 5
1부 - 고요를 풍요삼아 충만하게 15
2부 - 맞닿은 곳의 온도 51
3부 - 우리는 서로의 집이 되어 87
에필로그 121
맺는말 128
본문
나에게 화장실은 늘 낯선 곳이다. 어디를 가던지, 심지어는 10년을 산 집에서도 화장실만 가면 괜히 낯선 기분을 지울 수가 없다. 특히 샤워를 하려 옷을 벗고 알몸을 보이면 그곳은 더욱 생경해진다. 희고 환한 조명이 부딪힌 내 알몸이 공간과 전혀 어울려 보지이 않는 것이다. 그래서 좀 무섭고, 그렇기 때문에 빨리 나와버린다. 그런데 공일과 같이 살게 된 집에서는 그곳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 되어버렸다.
조그만 창 때문이었다. 까치발을 든 내 키보다도 높이 난 작은 창에는 언제나 무성히 잎사귀가 돋은 나무들이 흔들리고 있고, 손바닥만 한 하늘과 벽돌색 건물의 외벽이 보인다. 그 창을 통하면 우리는 밖에 나가지 않고도 그날의 볕을, 공기를, 온도를 다 느낄 수 있다. 나는 샤워를 할 때마다 창의 프레임으로 편집되어 보이는 바깥을 보았다. 장맛비가 올 때도, 태풍이 불 때도, 맑게 개인 날에도 어느 하나 예쁘지 않은 날이 없었다.
특히 볕이 좋은 날이면 네모난 창틀이 어두워보일 정도로 바깥이 선명했다. 흔들리는 나뭇잎 하나하나의 잎맥까지 비출 정도로 섬세한 햇살이 그 창을 통해서만 우리의 공간에 새어들어왔다.
공일은 그 창 하나만으로도 이 집이 만족스럽다고 했다. 책상 옆으로 난 큰 창에 저 풍경이 보였으면 더 좋았겠다고 말하려다가, 역시 드물게 보아서 더 좋은 것 같다고 했다.
- '91의 기록, 작은 창', 42페이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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