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교도소의 속살에 청진기를 대다]는 교도소, 구치소의 초보의사로서 1년 반 정도 분투한 이야기를 담은 진 작가의 에세이다.
작가는 대단한 의사여서도, 엄청난 걸 이뤄서도, 누구보다 경험을 많이 해서가 아니었다. 교정시설에서 보고 배우고 느낀 것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에 책을 쓰게 되었다.
작가는 말한다.
"교정시설은 의사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고민하게 하는 공간입니다. 여러 다양한 주체들이 함께 하는 고민 속에서 갈등과 보람이 공존합니다. 애증으로 가득한 이 공간의 단면을 책을 통해 나누고 싶습니다."
독자들은 진 작가의 [교도소의 속살에 청진기를 대다]를 통해 그동안 알 수 없었던 다양한 삶이 공존하는 교도소 교정시설의 모습과 필요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어 줄 것이다.

저자 소개
저자: 진
목차
저는 교도소 의사입니다 / Y / 교도소: 질문과 답변 / 꾀병과 과장 / 질병유발사회에서 치유공동체로의 혁명 / 이곳에서 사랑을 말하는 방법 / 마약이야기 / 협박편지 / 호모 스크리벤스 / 친애하는 검사님께 / 도둑놈들한테 잘해줄 필요가 있나요? / 남의 발을 씻긴다는 것 / 의사의 역할 / 새로운 시도들 - 이어지고 발전하길 / 교도소에서 일하실 정신과 선생님 모십니다 / 피눈물을 흘리다 / 용서용서용서... / 대중매체 속 교도소 / 민들레는 교도소 담장을 따라 자란다
본문
아직 뇌경색인지 치매인지도 확실치 않은 70 먹은 어린애 Y는 정신이 보다 또렷해지고 기력을 되찾고 있다. 다리근육을 키우기 위해 운동을 시키고 있고, 분명한 호전추세가 보인다. 욕창은 4기, 언제 다시 상태가 악화될지 모르지만, 난 안다. 내가 해야 될 일을 해야 된다는 걸. 어느덧 말이 많아진 Y가 진료를 받고 가며 "수고했어요"라 말하는 한마디에 의사의 초심을 되찾는다.
누군가는 죄인에게 최소한의 의료만 제공하면 족하지 않냐고 말한다. 하지만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옛 격언과 같은 삶을 살고자 하는 초보 교도소 의사는 오늘도 죄수복 뒤의 사람을 바라보며, 가능한 한 미소 지으며, 묻는다. "수번이 어떻게 되시죠? 어디가 불편하신가요?"
- Y, 12페이지 중에서 -
파란색 번호표를 단 수용자 L은 진료실에 들어오자마자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다.
"공보의님, 제가 이 약 저한테 안 맞는다고 했죠.
이거 먹으면 열이 올라온다구요.
저를 죽일 작정이세요?
제 약을 주세요!"
몇 주전부터 본인이 차입해 온 약을 달라고 요구해왔던 수용자다.
교도소나 구치소에서 파란색 번호표를 붙인 마약류 사범 -
- '용서용서용서...', 85페이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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