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페미니스트-퀴어 독립문예지 《소녀문학》은 여성/성소수자/장애인/이주민/청소년/아동/노동자 등 약자와 소수자에 의한, 약자와 소수자를 위한 지면을 마련하고자 힘씁니다. 《소녀문학》은 우리가 서있는 ‘자리’가 발화되길 원합니다. 고정된 ‘자리’들의 기저를 밝히고 ‘쓰지 못할’ 거라 여겨지는 이들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것이 우리의 의지이자 목표입니다.
《소녀문학》 3호 ‘축제’의 연장선상으로써, 4호 ‘아침’에서는 응집했던 발화들이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는 시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여러 작가들로부터 ‘아침’을 주제로 투고 받은 시와 소설, 에세이, 비평, 그림, 사진이 지면을 채우고 있습니다. ‘00계 내 성폭력 공론화’ 해시태그 운동 전개 뒤 약 2년이 흐른 현재를 ‘문단 내 성폭력 이후’ 특집 목차를 통해 주목하며, 여러 자리에서 바라본 사건 후 움직임들, 일담들을 담아냈습니다. 이 같은 현상들을 주시하며 퀴어-페미니스트적 작품 활동을 해나가는 창작자들을 만난 소녀문학 편집동인은 워크숍 ‘샌드위치’의 토크테이블 기록과 창작자들의 다양한 작품 또한 4호에 수록했습니다.

저자 소개
《소녀문학》 편집동인은 우리가 서있는 ‘자리’가 발화되길 원합니다. 고정된 ‘자리’들의 기저를 밝히고 ‘쓰지 못할’ 거라 여겨지는 이들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것이 우리의 의지입니다. 이 길에서 언제나 당신과 만날 수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4호 편집동인 일동
목차
서문-목없이 아침을 맞이하며
산문
루인- 고양이 털을 세는 시간
기린- 5시 30분
어떠한 쓰임- 예고장
밀사- 릴리스의 아이들
시
임승유- 잡고 싶은 마음
배시은- ☆☆
나혜- 브런치타임
장수양- 0:0
부재의 취향
정이재- 아침의 이면
백은선-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소설
박민정- 아침의 모양
이파랑- 벙커
고요- 아주 사소한 불꽃놀이
사진
김우주먼지- 버티는 새벽
강혜빈- 하얀 소문, 삼인칭, 빙하의 등
퀴어페미니스트 창작자 워크숍 [샌드위치]
문단 내 성폭력 공론화 이후 특집
기획의도, ‘마인드맵’
천희란- 아직 도래하지 않은 질문들과
김하윤- 대답
싱두- 말과 글의 세상, 새로운 아침을 맞길 기다리는
오혜진- ‘#METOO’ 이후의 진보
지지- 습작생일기
본문
아침이 옵니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오는 아침이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혹은 ‘동질적으로’ 오지는 않습니다. 기쁨의 아침이 있으며 일어날 수 없는 아침이 있고, 졸지에 잃어버린 아침이 있는 반면 전날을 발판삼아 한층 성장한 아침도 있습니다. 무수한 층위와 자리가 아침을 구성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서로의 아침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각자의 아침이 안고 있는 여러 의미, 형성된 모양을 반추, 복기, 재형성시켜도 좋습니다. 그를 통해 기획해야 할 또 다른 아침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좋습니다.
[소녀문학]은 지면이라는 공간을 통해 아침과 같은 북적이는 장을 만들고자 4호를 펴냈습니다. 왜 당신이 그리는 아침이 나와 같지 않느냐고 반문하기 전에 우리는 각자의 아침이 어떤 맥락에 위치하는지 서로 이야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 목적은 동일한 아침을 일궈내는 데에 있지 않으며, 다만 다음날로 함께 나아가는 것에 있다고 믿습니다.
작가의 한마디
‘아침’과 ‘이후’ - 자칫 “모든 것은 끝났다.”는 서술을 불러내는 단어들을 4호의 주제로 결정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소녀문학 편집 동인은 좋기도 참담하기도 희망적이기도 더 없이 막막하기도 한 무수한 상황의 결집처로써 ‘아침’이 가지고 있는 총체성과 마주하는 것이 바로 《소녀문학》 자체와 공명하는, 소녀문학이 현재에 할 수 있는 일이라 판단했습니다. 그래야만 발화될 수 있는 사실과 자리, 그로부터의 드는 빛과 당장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순간도 영원히 계속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마주하는 모든 사건에는 ‘그 후’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순간 이후의 삶, 사건이 지나간 다음의 일들에 대해 소녀문학은 계속해서 고민합니다. 우리가 모은 네 번째 이야기가 당신에게 가닿아 더 넉넉한 아침을 위한 조각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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