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정스타] 02. 취업보다 더 힘든 유기묘 집사 되기

문학 / 조나단 / 2020-07-18 17:58:00


고양이를 키우기로 결심한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유기묘를 찾아보는 것이었다.사지 말고 입양하라는 캠페인은 정말로 효과가 있었다. 나는 고양이를 찾기 위해 펫숍을 찾는대신 예전에 가입했던 고양이 관련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 입양 카테고리를 훑고 또 훑었다. 그곳에는 길에서구조된 후 평생 함께 할 가족을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아이들이 있었다. 그중에 나와 인연이 닿을 아이가꼭 있을 거라 생각했다.





새로운 보호자를 기다리는 아이들은 각자 저마다의 사정을 갖고 있었다. 중성화수술도 시켜주지 않은 채 발정이 났다는 이유로 버림 받은 아이, 전 보호자가 이민을 가는 바람에 홀로남겨진 아이, 가족 중 누군가가 고양이 알러지 때문에 고생하는 바람에 버려진 아이, 기존에 키우던 고양이와 제대로 합사가 되지 못해 내쳐진 아이 등 사연도 다양했다. 나는 그곳에서 가족으로 맞고 싶은 아이를 발견했다. 앙 다문 입매와사람을 좋아한다는 성격이 마음에 들었다. 하얀 목덜미와 조화를 이룬 전체적인 노란색의 코트도 너무 예뻐보였다. 아이의 이름은 ‘기쁨이’였다.





서둘러 입양 문의를 하고 임시 보호자와 대화를 시도했다. 고양이를키워본 경험, 고양이를 키울 수 있는 경제적 능력, 고양이를어떻게 키울 것인지에 대한 계획 등의 질문을 받게 되었다. 성심 성의껏 대답을 했고, 결정을 하기까지 며칠만 기다려 달라는 답변을 받았다. 애가 타는며칠을 보낸 후 내가 듣게 된 대답은 ‘탈락’이었다. 외로움을 많이 타는 기쁨이는고양이가 여러 마리인 집으로 가게 될 거라고 했다. 나의 탈락 사유는 ‘다묘 가정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사실내가 받은 질문 중에 “고양이를 더 입양할 계획이 있는가?”가있었다. “고양이를 키워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추가 입양에 대해 지금 확답하기는 힘들다.”라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게 나의 탈락 사유였다.





이후 또 다른 묘연을 느껴 입양 문의를 넣은 ‘살구’도 마찬가지였다. 살구의 보호자도 매일 몇 시간씩 놀아줄 수 있는지, 고양이에 대한 지식은 얼마나 있는지, 여행을 갈 땐 어떻게 할 것인지등을 묻는 끝에 다른 고양이를 더 들일 것인지를 물었다. 내 대답은 똑같았다. 당장 살구를 입양하고 싶다고 해서 다묘 가정을 만들겠다는 무책임한 말을 할 순 없었다. 살구도 여러 고양이가 살고 있는 집으로 갔고, 나는 집사 심사에서또 탈락을 하고야 말았다.





두 번이나 집사 심사에서 떨어지고 나자 살짝 화가 나기 시작했다. ‘경력직만 뽑으면 신입은 어디서 경력을 쌓느냐’는 취업준비생의 외침처럼, 고양이도 빈익빈 부익부인가 싶었다.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없고, 여러 마리를 키울 수 없으면 유기묘를 입양할 수 없는 것인가 싶어 마음이 썩 좋지 않았다.



물론 유기묘 입양을 보내는 사람들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다. 이미상처가 있는 아이들을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곳으로 보내기 위해 고르고 또 고르는 마음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입양을 바라는 사람 또한 지치는 것도 사실이다. 신분증사본을 보관하고 가정방문을 해서 면접을 보는 일도 있다는데, 까다로운 입양 조건 때문에 유기 동물 입양을포기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다. 이때의 나는 차라리 길을 가다 보호자가 절실히 필요한 유기묘가 내 눈에제발 띄었으면 하고 바랄 정도였다.




그러던 중 인터넷 카페에서 새롭게 발견한 아이가 있었다. 길에서 구조가되었고, 다른 집에 입양 갔다가 기존 고양이와 합사가 되지 않아 파양된 경험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 다른 고양이가 없는 우리 집이 더 경쟁력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기대감도 살짝 들었지만, 이미 두 번의 탈락을 경험한 나로서는 자신이 없기도 했다. 입양신청서를메일로 보내고 전화로 면접(?) 같은 통화도 한 후 또 며칠을 기다렸다. 이번에도 입양 심사에서 떨어진다면 유기묘 입양을 포기하고 펫숍을 가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다. 사지 말고 입양하라면서, 그 입양이 이렇게 힘들 거라고는 왜 아무도알려주지 않은 건지. 사지 말고 입양하라는 캠페인을 만든 담당자를 찾아 멱살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우리 집에 온 첫 순간의 정스타. 서로 긴장해서 제대로 된 사진을 찍을 겨를도 없었다.[출처:뮤즈]




간절한 나의 마음이 통했는지, 그 아이는 결국 나에게 오게 되었다. 아이의 보호자로부터 입양이 확정되었다는 말을 듣는 순간, 합격자발표를 듣고 기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던 취준생 시절이 떠올랐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나는 정말 힘겹게유기묘를 키우는 집사가 될 수 있었다. 내게로 온 고양이는 반짝반짝 빛나는 눈빛과 은회색의 털빛, 우아하게 걷는 동작까지 모든 게 다 사랑스러웠다. 눈을 뗄 수 없게만드는 스타 같았다. 내 성을 붙인 정스타라는 이름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정스타의 정식 보호자가 되었다는 사실은 나를 한동안 구름 위를 걷는 기분으로 만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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