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확히 1년 6개월 전,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또 찾아 왔다. 일 년 중에서도 가장 추운 1월이었고 , 몸의 뭉친 근육들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배는 차가웠고 오른쪽 어깨와 목, 그리고 관자놀이까지 통증이 극에 달하였다. 눈은 빠질것 같이 아팠으며 쌍커풀 마저 풀리고 양쪽 눈이 충혈되기 시작했다. ‘좋은 파스’는 군데 군데 다 갖다 붙였지만 시원한 기분만 들고 여전히 아팠다. 두통을 줄이고자 진통제를 먹었고 뱃속엔 나비떼가 들어있는 것처럼 미식거리고 구토할 것 같아서 위장약도 먹었다. 아픈 몸으로 환자들을 응대하려니 표정은 구겨지고 시야도 흐려졌다. 급체를 하게 되면 얼굴이 마치 백지장처럼 하얗게 뜨고 입술에서도 핏기가 사라지는데 내가 딱 그랬다. ‘아… 또…’. 약국 문을 일찍 닫고 귀가하여 그럴 때 먹는 ‘약들’을 한움쿰 입에 털어넣고 침대에 붙어서 만 하루동안 데굴데굴 구르고 잠들다를 반복했다. 화장실은 겨우 기어서 갔고 변기와 친구가 되어 눈물 콧물을 다 쏟으며 보기도 싫고 냄새도 역겨운 이물질들을 토해냈다.
졸업 후, 허약하고 근육이 없는 몸으로 강도높은 조제 업무와 스트레스로 인해 내 몸은 점점 망가지고 있었다. 경추 5번과 6번의 디스크 판이 얇아지며 오른쪽 어깨와 팔뚝의 뒷쪽을 타고 흐르는 신경이 눌리면서 팔뒤꿈치와 네번째, 다섯번째 손가락이 저렸다. 7년 전에는 오른쪽 손과 팔이 마비가 되어 그 이후로 왼손으로 조제를 하기 시작했다. 소아환자들의 조제가 많다보니 매일 1리터짜리 시럽통을 수백번 따르면서 얻은 질병이었다. 내 불량한 몸을 뜯어고치기 위해 여러가지 운동을 시도했고 정형외과와 재활의학과를 다니며 물리치료도 받았다. 유명하다는 한의원을 찾아가 침도 맞고 뜸도 뜨고 한약도 먹었다. 목의 근육을 늘려주는 견인치료도 받고, 플라잉 요가를 하며 근육을 키우고 혈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주는 스트레칭도 배웠다. 하지만 극심한 고통의 ‘지옥세계’ 는 주기적으로 반복됐다.
그런 내 모습을 안타깝게 여긴 지인은 나를 ‘케틀벨 신세계’로 초대해 주었다. 일주일에 최소 두 번은 관장님께 수업을 받았고 그렇게 3-4개월이 흘렀다. 처음 한 달 간은 4kg 짜리 케틀벨을 이용하여 기본적인 스윙동작과 자세를 익혔다. 갑자기 안아프던’ 왼쪽’ 어깨와 엉덩이가 아파오더니 이러다 몸이 틀어지나 싶을 정도로 이제껏 경험해 보지 못했던 통증이 생겼다. 몸무게도 늘었고 목도 더 뻐근하고 아팠다. 케틀벨 스윙과 함께 몸이 움직이는 기본 원리를 배워가며 뭉쳐있던 근육들을 부드럽게 풀어주기 시작하자 왼쪽의 통증이 사라졌다. 왼쪽과 오른쪽의 균형을 맞춰가는 과정에서 왼쪽이 아팠던 것이다. 고질병이었던 고관절 통증도 사라졌고 두통과 오른쪽 근육 뭉침이 눈에 띄게 줄었다. 가장 큰 소득은 내 어깨와 가슴이 활짝 펴지며 비틀어진 척추 양쪽으로 단단한 근육이 형성된 것이다. 그리고 내가 자주 겪던 ‘죽기보다 더 싫은’ 고통에서 서서히 해방됐다.
케틀벨은 ‘마치 대포알 위에 손잡이를 달아놓은 것 같은 커다란 쇳덩이’ [케틀벨, 빠르게 몸짱 되기- 위즈덤하우스] 이다. 작지만 다양한 무게를 가진 케틀벨은 내가 어디에 있든 그 곳을 바로 나만의 헬스장으로 만들어 주는 신기한 운동기구이다. 나와같은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에게 케틀벨을 권하기 시작했다. 마치 '케틀벨교’의 광신도처럼 내가 아는 지식과 경험을 짧은 시간안에 토해내며 반 명령조로 ‘꼭 하셔야 해요’ 라는 말과 함께. 하지만 그 수많은 환자들 중 케틀벨을 시도했던 사람들은 과연 몇이나 될까? 케틀벨은 내가 해본 운동 중 가장 효과적인 재활치료였다. 거의 10년동안 지속되었던 통증이 1년도 채 되지 않아 사라지다니?! ’ …케틀벨 운동은 마치 사람을 등에 업고 전력 질주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고 한다. 케틀벨 운동이, 소위 말하는 유산소 운동과 무산소 운동이 결합된 운동이기 때문이다. 이는 핏 바디(fit body)를 원하는 이들에게 시간과 공간을 절약해줄 뿐 아니라 훨씬 더 만족스럽고 큰 효과를 안겨주는 획기적인 발견이다. - 위의 책, 27p’ 이러하니 ‘아름다운 몸매’ 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도 매우 매력적인 운동이겠지!
나는 요즘,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물한잔을 마신 후 매트 위에서 8kg 케틀벨로 스윙을 한다. 습관으로 만들기까지 6개월이 걸렸다. ‘삶의 여유’를 지나치게 중시하다 보니 게으름이 어느새 습관이 되어 정작 건강을 잃고 말았다. 적어도 최소한의 운동습관을 만들었어야 했다. 케틀벨은 사실 생의 벼랑끝에 서서 ‘죽음’이 두려워 ‘살기위해’ 시도했던 운동이다. 그리고 그것은 나의 삶의 질을 예전에 비해 훨씬 풍요롭게 만들어 주었다. 건강을 잃으면 쌓아둔 모든 것을 잃는다. 케틀벨이 모든 이에게 적용되는 만능치료법은 아닐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나와 같은 증상으로 하루하루를 고통스럽게 살아가고 있다면 속는 셈 치고 한번 시도해 보길.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는 머리와 가슴 사이가 아니라 ‘아는 것’과 ‘행하는 것’ 사이이다. 우리가 ‘공부’하는 목적은 아는 것을 실천하기 위함이지 머릿속에 저장하기 위함이 아니다. “JUST DO IT” . 나이키 신발만 사서 신을게 아니라 그 회사의 철학을 행해보면 어떨까. 건강하고 아름답게 나이들고 싶다면 운동을 간과하지 마시길.
[뮤즈: 정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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