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꾸꾸꾸 꾸꾸꾸우우 꾸꾸꾸꾸 꾸꾸꾸우우’ 비둘기 울음소리가 아니다. 내 ‘최애’ 노래, ‘아이디어 오브 노스’가 부른 ‘마스 께 나다(Mas que Nada)’의 첫 딕션 되시겠다. ‘딕션’(diction)은 직역하면 ‘발음’이란 뜻이지만 아카펠라에선 뜻이 없는 노랫말, 그러니까 코러스 파트가 내는 소리를 가리키기도 한다. 딕션으로 악기 소리를 묘사하기도 하고, 리듬감과 강약을 표현하기도 한다.
내가 ‘마스 께 나다’를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딕션 때문. 호주 아카펠라 팀인 ‘아이디어 오브 노스’는 브라질에서 작곡된 이 노래를 아주 맛깔스럽게 불렀다. 삼바 리듬과 재즈가 결합된 원곡 특유의 느낌을 아카펠라로 재해석해 아주 멋지게 표현해 낸 것. 도입부를 조금 더 플레이 해보자. 소프라노가 비둘기 소리(?)를 내면 베이스가 잇따라 등장한다. ‘듬~’ 하고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밀고 들어오더니 ‘듬메칫키 듬메칫키’ 하며 리듬을 만들어 낸다. 알토와 테너도 질 수 없지. ‘똥 또또똥 똥똥똥 똥똥’ 하며 화음을 얹어 생기를 불어넣는다. 정말이지 반하지 않을 수 없다.
전주부터 내 마음을 사로잡은 이 노래는 중반부에도 재미있는 요소가 많다. 포르투갈어 가사가 풍기는 이국적인 느낌도 흥미롭고, 베이스가 내는 ‘칫’ 소리가 퍼커션 역할을 해주어 지루하지 않다. 코러스 라인을 귀 기울여 들으면 더욱 빠져든다. 다이나믹 표현이 아주 기가 막힌다. 이를 테면 ‘바바라 밥바라’라는 딕션에선 한 자 한 자에 강세를 넣어 긴장감을 만드는 식이다. 음원으로 발매된 버전에선 트럼펫 소리(물론 목소리로 낸 것)도 시원하게 들어가 있다.
아카펠라를 처음 시작할 때 ‘마스 께 나다’에 홀려 겁 없이 달려들었더랬다. 그때는 악보만 있으면 다 부를 수 있는 줄 알았지. 파도 파도 매력이 끝이 없다는 것이 곧 난이도가 높다는 뜻이라는 걸 몰랐지. ‘1년차 아카펠러’는 피나는 연습 끝에 이 노래로 공연은 했다고 한다. 잘했는지는 노코멘트. 그 후로 다시 부를 기회는 없었다고 한다.
지금 가장 부르고 싶은 곡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답할 수 있다. “아이디어 오브 노스의 ‘마스 께 나다’”라고. 마침 삼바가 잘 어울리는 계절인 여름이니, 이 노래를 함께 부를 사람들을 한번 모아 볼까. 두어 곡쯤 더 연습해 공연도 하면 더 좋겠다. 하지만 ‘마스 께 나다’를 공연 레퍼토리로 쓰려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명색이 삼바 리듬의 곡인데 가만히 서서 부를 순 없지 않은가! 당장 오늘부터 골반 돌리기라도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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