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의 독서법] 2회

문학 / 이소정 / 2020-07-01 01:24:00
도로시 레싱의 첫 소설 : 메리 터너의 씁쓸한 죽음


그 자신이 스스로의 작품을 페미니즘적으로만 해석하지 말라고 했어도, 그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 말하지 않았음에도(이것이 비평가들이 그에게 실망하는 지점임에도) 도리스레싱의 소설에서 등장한 여성에게 독자는 가부장제 하의 여성의 삶에 대해 떠올린다. 그의 첫 소설인 [풀잎은 노래한다]의 메리를 보노라면 더 그렇다.


[풀잎은 노래한다]는 건조하게 끔찍한 살인 사건을 전하는 화자의 서술로 시작된다. 메리터너는살해된 채 발견되었고 그의 남편은 정신이 나가 들판을 떠돌아다니다 발견되며 살인자는 담담하게 죄를 인정하고 자수한다. 화자는 이 사건이 어떻게 일어났는가를 독자에게 보여주기 위해 메리의 인생사를 돌아본다. 메리의 가족은 산업화와 식민지 시대가 시작된 영국의 워킹클래스 계층으로 식민지로 와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노리며 이주했다. 그러나 식민지에 와서도 그들의 삶은 크게 개선되지 못했고(물론 어디까지나 식민지로 이주한 영국인 중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그들은하녀로서 원주민을 부리고 원주민과 그들이 같은 인간이라는 점을 생각하지 않는다) ) 메리는 이 사실을 기민하게 눈치채며 부모와는, 정확히그의 엄마와는 다른 삶을 지향하고 그를 위해 나아간다. 독신여성으로서 나름의 삶을 이어가던 메리는 주변에서그가 결혼도 하지 않은 ‘미성숙’한 여성으로 인식하고 있음을알게 되고 오로지 결혼을 하기 위해 리처드와 결혼한다. 리처드는 요령이 없고 약삭 빠르지 못한 농부였고부부는 가난에 시달리며 식민지로 이주한 영국인들이 꺼려하는 ‘가난한 백인부부’가 된다. 메리는 결혼생활에 점점 무기력해지고 원주민 노예인 모세와애인사이가 되며 이점이 문제가 되자 모세를 내보내게 되고 이에 분노한 모세가 그를 죽이게 되는데 이때 메리는자신에게 닥쳐온 죽음을 피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상당부분 메리의시점에서 쓰였고 그만큼 메리의 심정과 생각이 가장 많이 드러나 21세기의 독자로서 처음부터 그에게 호감을느끼기 힘들었다. (그가 살인의 피해자임에도 그렇다) 그이유는 아마도 식민지로 이주한 영국인 특유의 선민의식과 그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인종차별적 인식과 행동 때문일 것이다. 메리 또는 메리의 가족이, 혹은 리처드가 영국에서는 소외받았던 계층이었을지라도그것이 그들의 인종차별적 발언과 행동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어서다. 레싱 자신의 자전적 가족사가 메리의인생에 반영된 만큼 선명하게 부각된 메리의 선민의식은 살인의 피해자가 된 여성을 독자들이, 특히 ‘진보’된 인권의식을 지닌 독자들이 쉽게 연민하며 보지 않을 것임을레싱은 알고 있는 것 같다. 왜냐하면 메리를 죽인 범인인 모세는 식민지의 착취당하는 원주민인 동시에여성을 ‘인간’으로 보지 않는 가부장제 하의 남성이기 때문이다. 그는 ‘감히’ 메리가그를 강제로 내보내려 했다는 이유로 밤중에 그를 찾아와 분노속에서 몇 번이나 칼을 내리 꽂는다. 이전까지 메리는 ‘전통’적인 영국사회에서 여성을 누르던 사회적 압력에 굴복해 결혼생활을 시작했고 스스로의 고립마저 자처하며 이를 유지하기위해 애쓰는, 초반 그의 결혼 전 생활을 생각하면 상상하기 어려운 인물이었다. 하지만 죽임을 당하는 부분에 이르러 제국주의와 식민지가 뒷받침해주는 ‘영국인’으로서 가지고 있었던 권력은 그저 허상이었다는 점이 드러나며 처음 메리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독자는 작가와 혹은메리와 타협하게 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식민지는 여성이었다는 ?끔찍하고 담담한 명제를 떠올리며.


[뮤즈: 이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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