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에 어떤 게임을 한 적이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 모두가 잘 아는 유명한 게임이다. 10명의 유저가 서로의 라인에서 돈을 벌면서 상대편의 메인 건물을 파괴하는 공성게임.
한참 재밌게 게임을 하는 도중 상대편 한 유저가 게임을 정말 ‘잘하고’ 있었다. 혼자서 전장의 흐름을 가지고 놀 정도였다. 솔직히 말하면 그 유저가 컨트롤하는 하나의 캐릭터에 아군은 속수무책으로 죽고 있었다.
게임이 끝난 뒤 나는 진심에서 우러난 칭찬을 채팅창에 쳤다.
“와 진짜 적 정글러님 엄청 잘하시네요.”
“네 어머니 만수무강.”
“???”
참고로 위의 대화는 심의를 준수한 표현이다. 돌아온 대답은 흔히 사용하는 우리 부모님의 안부를 걱정하는 격한 패드립이었다.
허허, 젊은 친구가 처음 본 사람의 부모님 안부도 묻고 예의가 바르기는 얼어 죽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2초간 채팅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예의바른 친구는 이미 채팅창을 나가고 없었다.
그 친구가 한 말을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한 칭찬이 비꼬는 것으로 들렸나?’ 하는 가능성. 그동안 얼마나 게임 채팅창이 불편했으면 습관적으로 거부감이 들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 어쩌면 그냥 단순히 나에게 욕을 하고 싶었을 수도 있다. 그럼 할 말 없지만….)
그런데 이런 일이 게임에서만 일어날까? 요즘의 현실 상황으로 확장해봐도 무척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유독 그런 사람들이 있다. 같은 말을 듣더라도 격하게 불편해 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타인이 나에게 좋은 말을 해줄 리가 없어’라는 마음가짐에서 나오는 습관적인 불편함을 지녔다. ‘조금 더 마음에 여유를 갖고 받아들이면 될 텐데’라는 건방진 생각을 하다가 다시 다음 게임을 시작했다.
그 친구를 또 만나게 된다면 불편하지 않도록 칭찬이 아닌 욕을 해줘야지 다짐하면서….
[뮤즈: 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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