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의 독서법] 1회

문학 / 이소정 / 2019-08-14 21:21:47
여성작가책을 골라 읽는 사람의 독서기<br>"취미는 독서입니다"


취미가 무엇입니까?



하는 질문에 독서요. 라고 하며 양심 한 구석에 찝찝한 느낌이 사라지게된 지 3년 정도 되었다. 남들보다 책을 적게 읽지는 않지만‘독서가’라 불릴 만큼 책을 많이 읽지는 않아서 취미를 물어보는말에 드라마도 보고 영화도 보고 사이사이에 책도 읽고 음악도 듣고요 하며 변명처럼 말이 길어진 시절을 뒤로 한 게 3년 정도 되었다는 말이다.



그리고 취미가 독서라 하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추가 질문이 들어온다. 나도책 좀 읽으려고 하는데 책 추천 좀 해주세요! 또는 제일 재미있게 읽은 책은 뭔가요? 또는 그럼 그 책(십중팔구는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책)읽어 봤어요? 여기서부터는 질문한 상대방을 유심히 살피게 된다. 내가 어떤 책을 읽었다고 해야 이 사람과 지금보다 더 긴 대화를 이어갈 수 있을까? 생각하며.



그러다 최근, 나는 이 질문에 대한 원칙이 생겼다. 되도록이면 여성작가의 책을 추천할 것, 여성작가의 책 위주로 읽고있다고 답할 것. 그리고 질문에 대해 잘 대답할 수 있도록 여성작가가 쓴 책을 1년 동안 읽는 책 중 최소 80%이상을 넘을 수 있게 독서계획을 세우고실천할 것.



직접적인 계기는 2018년 초, 트위터에서여성작가의 책을 읽은 후 해시태그를 달아 서로 추천하고 서로 읽어보자는, 그럼으로써 현저하게 기울어진남성작가 위주의 독서생활을 평형으로 혹은 여성작가를 상위로 올려보자는 제안에 동참하면서부터다. 주로소설위주로 읽게 되지 않을까 했던 나의 생각과는 달리 2018년 한 해 동안 내가 읽은 여성작가의 책은소설은 물론 인문과 과학 교양서를 넘나들었다.



그렇게 1년동안 읽은 책 속에서 얻은 감상은 솔직히 말하면 잘 쓴남성작가의 책보다 대단히 더 특별한 점은 없었다. 미국의 패권주의에의 냉소와 분노, 시리아 내전으로 인한 난민을 향한 서구인 특유의 연민적 시선, 끈질긴과학실험과 관찰 끝에 흡족한 결론을 이끌어냈을 때 느낀 희열이 여성작가라고 해서 다르겠는가. 그럼에도여성작가의 책을 굳이 고집해서 읽어보자는 이유는 무엇이냐 라고 묻는다면 바로 여성작가의 책에서도 얻을 수 있는 이 보편적인 감상, 세상은 평평하고 때로는 사랑스러우며 대부분은 지겹고 한편으론 징그럽다는 감상을 여성작가의 시선을 통해다시 한번 얻기 위해서다.


나는 아주 오랫동안 이 보편적인 감상을 남성의 시선에서 남성의 감각에서 남성의 글에서 얻었다. 내게 주었던 그 책들의 감동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지만 그 덕분에 나의 시야는 제한되었다. 이다혜 작가가 [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에서 자신이 사랑했던 소설속에서 여성의 자리가 없었음을 깨달았던 것처럼, 그래서 그 자신의 독서 방향과 감상의방향을 바로 잡고 수정하기 시작한 것처럼, 나도 그를 따라 천천히 나의 방향을 바로 잡아보려고 한다.



[뮤즈: 이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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