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요즘 돈을 욕망합니다] 1회 12만 원 아끼고 골병 얻기

문학 / 조나단 / 2019-10-07 12:41:44


무려 7년 만의 이사였다. 이사에대한 감이 심하게 떨어져 있던 상태에서 이사를 준비하려니 여기저기 나가는 돈이 너무 아까웠다. 살고있는 곳을 정리하고 새로 갈 곳을 구하느라 부동산 중개인에게 지불해야 할 수수료도 2배나 써야 했고, 무엇보다 새로 사야 할 게 은근히 많았다. 이런 게 바로 이사 비용이라는건가?





일단 이사 갈 집에 어울리지 않는, 오래된 세월만큼이나 낡아서 볼품없어진 물건들을 내다버려야 했다. 상당한 돈을 쏟아 부어 모았던(그러나거의 듣지 않았던) CD들, 싸게 샀다고 좋아했던(그래서 더욱 일찍 망가져버린) 행거,셀프 페인팅으로 뿌듯해했던(그래서 촌스럽기가 이루 말할 데 없는) 장식장 등을 버리는 데에도 돈이 들었다. 거기에 더해 이사 갈 집에필요한 것들을 새로 사야 했다. 오랜 기간 사용으로 흡입력이 떨어져 제 역할을 못했던 유선 청소기 대신다이슨 청소기를 샀고, 4계절 내내 호흡을 괴롭게 하는 미세먼지와의 전쟁에서 이기고 싶어 공기청정기도샀다. 지금은 고양이 털을 혁명적으로 제거해준다는 빨래 건조기를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통장에서 돈이 무섭게 빠져나가고 있다.





‘주거 환경의 변화’라는핑계로 나는 더 쓸 수 있지만 예쁘지 않은 것들을 과감하게 버리고 평소 사고 싶었던 것들을 고민 없이 사느라 다른 부분에서 돈을 아껴야 했다. 소비의 즐거움을 누리면서도 절약을 실천해야 하다니! 이 상황이 못내억울했지만 통장 잔고는 한정되어 있으니 어쩔 수 없었다. 당장 줄일 수 있는 건 ‘이사비’였다. 이삿짐 센터2곳으로부터 견적서를 받으며 어떻게든 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나는 ‘포장이사’ 대신 ‘반포장이사’를 선택했다. 그렇게 95만원에서 83만 원으로 고작 12만 원의 이사비용을 절감할수 있었지만, 이 선택은 훗날 120만 원 상당의 후회를불러왔다.







포장이사와 반포장이사의 차이를 아는가? 포장이사는 손 하나 까딱 안해도 되지만, 반포장이사는 내 손이 정말 많이 쓰인다. 업체가이사 일주일 전에 박스 수십 개를 가져다 주면 내가 일일이 포장을 해두어야 한다. 상자를 채우고 한쪽에쌓아두는 일은 생각보다 너무 버거웠다. 이사 당일 옮겨간 집에서는 바닥 청소도 해주지 않은 상태에서상자를 쌓아둔 채 아저씨들이 가버린다. 상자는 일주일 시간을 줄 테니 나중에 찾으러 오겠단다. 아, 나는 반포장이사를 한 것인가,일반이사를 한 것인가. 아저씨가 말했다.




“포장이사를 하면요, 저희가 냉장고부터 바닥까지 웬만한 곳은 싹 청소를 해드리고 짐도 다 싸고 다 풀어드려요. 짐 다 푼 다음에 바닥 청소 한 번 더 해드리고 끝나요. 그냥 영화한 편 보고 오시면 다 되어 있어요. 근데 반포장이사는요, 주방정리하는 아줌마가 빠져버리니까 청소는 하나도 안 해드리고 짐 정리도 거의 하지 않아요. 다음에는 그냥포장이사 하세요.”



아저씨들이 두고 간 상자에 짐을 싸느라 3일, 그 짐을 푸느라 4일 총 일주일 내내 짐 정리와 청소를 하면서 나는포장이사와 반포장이사의 차이에 대해 곱씹고 또 곱씹었다. 짐을 풀고 정리하느라 앉았다 일어났다를 얼마나자주 했는지 매일매일 스쿼트 1천 개 챌린지를 하는 기분이었다. 손이퉁퉁 붓고, 입술에 물집이 잡히고, 무릎에는 멍이 들었으며, 손톱 근처에는 상처가 끊이질 않았다. 12만 원 아끼자고 120만 원 상당의 고생을 얻은 것 같았다. 특히 일상생활을 전혀하지 못했던 사라진 일주일에 대한 시간은 또 어떤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시간을 나는 12만 원 때문에 날려버렸다.





내가 돈을 욕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내가 굳이 고생하지 않아도되고, 나보다 훨씬 더 숙련된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 돈아끼겠다고 내가 혼자 낑낑대봤자 절대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없으니까! 나는 다음에 이사를 할 땐무조건 포장이사를 해야겠다고 결심하며, 요즘 알아보고 있는 빨래 건조기를 장바구니에서 비워냈다. 돈을 욕망하느라 절약을 병행하는 게 여전히 아이러니하지만, 그래도돈이 좋긴 좋구나! 돈을 쓰면 내가 고생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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