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해로 15년이 되었다.
이것저것 시작만 하고 덮어놓기 일쑤인 내가 10대부터 꾸준히 하고 있는 취미가 말이다.
보통 자기소개서에는 취미/특기를 쓰는 란이 있는데 나는 그 여백이 참 버겁게 느껴지고는 했다. 도통 하나의 관심사를 두지 못 하는 나란 인간은 (외골수들 존경합니다.) 피규어를 모아도 온갖 종류의 캐릭터들을 일관성 없이 모았고, 그림을 그려도 물감 살짝, 색연필 살짝, 파스텔 살짝 덥썩거리다 말고는 했다. 취미라는 것을 딱 하나 정해 꾸준히 해보자 다짐해도 금방 질려버려 다시 또 다른 분야를 기웃거리니 진득함이 없는 인간인 건가 라는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취미가 뭐냐고 묻는 질문에 별 게 없다고 답할 때마다 내가 일상을 허투루 보내는 매력이 없는 인간이라고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 나도 내 주변 사람들에게 각인된 이미지가 있었으니 그건 다름 아닌 아이돌 덕후 라는 것이었다. 내 아이돌 얘기가 얼핏 스쳐 지나가거나, 내 아이돌의 노래가 나올 때 입가에 저절로 피어오르는 웃음을 숨길 수 없어 자연스레 ‘덕밍아웃’이 생활화되어 있었다. 이 나이가 되도록 아이돌 덕질을 하는 인간이라는 건 꽤나 많은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요소였고, 대화의 주제가 되고는 했다. 그러나 나는 10대가 된 순간부터 지금까지 들숨에 아이돌, 날숨에 덕질이 패턴화된 인간이었기에 이것이 나를 특징화 해주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는, 하물며 내 취미생활일 거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트위터에 들어가 우리 아가들의 사진을 ‘줍줍’하는 건 그냥 삼시세끼를 챙겨 먹 듯 나에게는 일상의 한 부분이었던 것이다.
그러다 어느 날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취미가 없다는 나의 투정에 ‘너의 취미는 아이돌 덕질이 아니냐’는 얘기를 들었고, 망치에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이 띵하고 어지러워졌다. 취미의 사전적 의미가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 (심지어 두 번째 사전적 의미는 아름다운 대상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힘!)이니 “아이돌 덕질”은 내 취미 중에서도 최애 (덕후사전: 좋아하는 것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것을 의미하는 말. 보통 그룹 내 멤버들 중 가장 좋아하는 멤버를 지칭할 때 사용.) 취미였던 것이다. 심지어 좋게 말하면 호기심이 많은, 나쁘게 말하면 진득함이 없는 나란 인간이 15년의 시간 동안 한 번도 쉬지 않고 해 온 엄청난 취미였던 것! 그래서 오늘 부로 나는 당당하게 나의 취미를 공표하고자 한다. 제 취미생활은 덕질, 덕후죠.
- 오늘의 추천곡은 나의 첫 아이돌이자 10대를 전부 바쳤던 그룹, 동방신기의 “My little princ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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