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즈:이수민 작가] 인생은 그 어느 것이나 아름답다.
탁 트인 청량한 고음은
관중의 박수갈채를 끌어낸다.
경외의 마음으로 바라본다.
아름답다. 귀 기울여 듣지 않아도.
하지만 마음을 울리는 것은 악보에 없었던
따듯한 음색, 미묘한 감정, 작은 떨림.
듣는 이의 관심, 그리고 그때의 감정.
같은 악보를 연주해도 같은 음악이 될 수는 없다.
같은 삶을 살더라도 같은 인생이 될 수는 없다.
귀 기울여 들으면, 화려한 기교가 아니더라도,
아주 평범한, 조곤 한 목소리로도
진심을 담아서, 눈물이 터질 정도로 아름다운.
담담하게, 그대로의 이야기를 부르고
따듯하게, 그 이야기를 들어줄 이가 있다면
인생은, 그 어느 것이나 아름답다.
[뮤즈:심규락 작가] [기보법(記譜法): 머리는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
‘서반어로는 Sarabande! 이 노래는 부르면 벌 받습니다!’
‘무슨 터무니없는 소리인가? 무릇 사람이라면 길 없는 땅 위를 걸어야 하네.’
다섯 개의 선으로 이뤄진 소리의 전개도, 바람의 색채를 기록하는 오선지에는 인간의 바람이 서려있다.
그리고 여기, 감각이 서린 2차원의 평면도 하나를 두고 동양과 서양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
17세기 중반의 어느 해안가, 풍차의 바람을 타고 새매 한 마리가 내렸다.
삼다도에서 한양으로 압송된 새매는 유일하게 서양의 먹을 갈 줄 아는 서기이다.
가방을 뒤져보니 바다 지평선을 빼닮은 다섯 개의 보표가 아쟁의 선율처럼 흘러나오더라.
그리고 이는, 동양과 서양의 조표가 제자리표(Natural)를 대면하는 다음 악장으로 변모한다.
‘레파라, 파라라, 파라레. 이건 화음이 아닙니다. 무조건 선에 걸치는 머리가 있어야 합니다.’
‘풍수론에는 이런 말이 있다네. 무도 즉 안전, 다시 말해 길이 없어야 안전하다. 고로 머리는 빈 길에 넣어야 하네.’
다섯 개의 선으로 이뤄진 세상만사의 4차선, 과연 이 길에도 인간사처럼 법도가 있는가.
그리고 이때, 정간보와 오선지가 충돌하여 대륙 이동설을 충실히 따른다.
동양의 정간보는 시작점을 중시한다. 마치 갓 태어난 자식 놈을 한 살로 치듯이.
서양의 오선지는 시간의 흐름을 중시한다. 음악의 3요소에 수직의 화음이 아닌, 수평의 화성이 들어가듯이.
정해진 논밭 속에서 인간이 어떤 리듬으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풍수의 유량(有量) 악보.
그리고 지평선 너머로 인간의 영역을 확장해나가는 삶의 부표들에 대한 해양지도.
17세기 중반의 삼다도 어딘가, 그날엔 같은 인류이나 다른 인류들이 조우했다.
17세기 중반의 한양 어딘가, 그날은 그렇게 같은 소리를 두고 다른 소리들이 오갔다.
[뮤즈:장성희 작가] 창작의 고통
너를 읽는 악보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어느 음을 내야 하는지,
어디서 쉬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텐데..
너를 볼 수 있는 악보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어느 세기로 내야 하는지,
지금이 어디쯤인지 알 수 있을 텐데..
너를 느낄 수 있는 악보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어떤 리듬인지,
애드리브를 넣을 수 있을지 알 수 있을 텐데..
어쩌면..
나는 너라는 악보를 오늘도 작곡하고 있는 걸 지도.
[뮤즈:허상범 작가] 당신의 영혼을 채우는 것들
예술가의 다섯 손가락에,
위태롭게 매달린
고통의 낙인이 춤을 추면
괴로움은 기쁨으로 승화되고
슬픔은 위안이 된다.
음악은 그런 것이다.
모든 예술이 그러하다.
나는 당신의 영혼이
이러한 것들로 가득 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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