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형 칼럼, 미국 관세 트럼프 방위비 전작권 유지로 무력화

인물·칼럼 / 이덕형 기자 / 2025-07-11 21:24:11

▲미국관세 트럼프 방위비 전작권 유지/이덕형칼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집권 시절부터 한미동맹의 근간인 방위비 분담금(SMA)을 대폭 증액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우리가 너희 나라를 지켜주는데 왜 미국이 돈을 더 내야 하느냐”는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정치적 언설은, 한미동맹의 비용 구조를 전면에 끌어올렸고 이후에도 미국 정치권 내 보수 진영의 상징적 레토릭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논리를 전략적으로 무력화할 수 있는 틈이 보이기 시작했다. 핵심은 단순하다. 미군 병력을 감축하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은 미국이 계속 보유하는 구조를 유지하는 것이다.
 

병력 축소가 트럼프 논리를 흔든다. 방위비 분담금의 근거는 어디까지나 ‘주한미군 주둔’에 따른 직접 비용 부담에 있다. 병력이 많으면 그만큼 주둔 기지 유지비, 군수 지원, 인건비 등 한국이 분담해야 할 비용이 커진다. 트럼프는 이 구조를 이용해 “우리가 지켜주고 있으니 돈을 더 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주한미군 병력을 감축한다면, 미국이 부담하는 총비용도 줄어들게 된다. 이는 곧 한국이 더 낼 필요도 없다는 논리로 귀결된다. 트럼프식 협상의 핵심 전제가 ‘많은 병력 = 많은 비용 = 많은 청구서’라는 점을 감안할 때, 병력 축소는 그의 협상 카드 자체를 흔드는 결과로 이어진다.
 

전작권 유지로 개입 명분은 그대로, 그렇다고 한미 안보체제를 약화시켜선 안 된다. 해법은 ‘전작권은 유지하고 병력은 줄이는’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현재 전시작전통제권은 한미연합사령부를 통해 행사되며, 사령관은 미군 장성이 맡고 있다. 이 구조는 전쟁 발생 시 미군이 한국군을 포함한 연합전력을 지휘할 수 있는 지휘 체계의 핵심이다.

병력 숫자와는 무관하게 ‘미군이 지휘권을 가진다’는 점에서 미국은 한반도 개입 명분을 유지할 수 있다. 즉, “지켜는 주되, 병력은 최소화한다”는 방식이다. 이는 미국 내 ‘해외 주둔 감축론자’와 ‘전략 개입 지속론자’ 양쪽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절묘한 타협점이기도 하다.

자주국방 논란과 실용주의 사이, 물론 이 방식은 한국 내 ‘자주국방론’ 진영의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다. 전작권 환수를 국가주권 회복의 문제로 보는 시각에선, 전작권을 미국이 계속 갖는다는 것 자체가 불쾌한 일일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복잡하다. 미중 전략 경쟁과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로 인해, 미국의 전략 자산과 지휘 체계는 여전히 중요하다. 병력은 줄여도 지휘 구조를 남겨두는 것은, 미국과의 동맹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한국의 안보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실용적 선택이다.

게다가 첨단 무기, 사이버 전력, 우주 자산 등은 병력보다 비용이 적게 들면서도 높은 억지력을 제공한다. 전통적인 ‘병력 위주의 주둔’ 개념을 넘어선 첨단지휘·기술 기반 동맹으로 전환하는 것은 새로운 안보 모델로 평가받을 수 있다.

방위비 패러다임 전환 시급, 이제 한국 정부가 택할 길은 분명하다. 트럼프식의 ‘동맹 장사’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병력 재조정과 전략적 분산 배치를 통해 오히려 방위비 협상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

트럼프는 사업가다. “투자 대비 효율이 낮다”고 판단되면 철수를 주장하고, “더 많은 돈을 낼 고객”에게는 압박을 가한다. 그 협상 테이블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해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당신들은 지휘권을 갖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왜 우리에게 계속해서 더 많은 돈을 요구하는가?” 이 논리를 되묻기 위해선, 지휘권은 미국이 유지하되 비용은 줄어드는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대응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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