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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밸류=이호영 기자] 대형마트 영업 제한 시간·의무 휴업일에도 24시간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도록 하겠다는 정부 방침 발표 직후 마트 현장을 비롯한 업계 내외부에서는 파장이 일고 있다.
골목 상권과의 상생을 넘어선 기존 이커머스 생리나 이제껏 불거진 온라인 배송상 문제, 마트 영업 제한 시간대 온라인 배송(심야·새벽 배송 등)상 문제, 온오프 유통 방향성 등에 대한 고민이 부재하단 지적이 나온다.
19일 업계 등에 따르면 대형마트 규제 시간대 온라인 배송 허용은 소수 기업을 제외한 대부분 유통 기업엔 무한 출혈 경쟁에 따른 비용 부담, 근로자에겐 심야 밤샘 근로를 조장하고 묵인하는 셈이다.
앞서 지난 12월 29일 정부는 대형마트와 정부가 중소 유통 온라인 역량 강화를 지원하며 상생을 이뤘다는 데 초점을 두고 "대형마트 영업 제한 시간과 의무 휴업일에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오프라인 매장 새벽 0시~오전 10시 배송 규제를 푼다는 것이다.
문제는 상생보다 근로자다. 팬데믹 기간 배송 강점의 쿠팡 등 이커머스 플랫폼이 급성장하며 온라인 배송 기사 과로뿐 아니라 오프라인 대형마트 구조 조정과 이에 따른 대형마트 근로자들 과로를 초래했다.
정부의 문제는 발표에 앞서 중소 유통 상생 정도만 고려했을 뿐 현재 배송 속도전 위주 이커머스 시장 방향성과 근로자 과로 문제 등 기존 쟁점 등은 논의조차 하지 않았단 것이다.
이런 문제와 관련해 유통 일각에서는 '승자독식'을 향해 택배·유통을 아울러 익일 로켓 배송에 올인, 이젠 이커머스를 넘어 온오프 유통 시장 전체 질서를 흔들어놓은 쿠팡의 책임론마저 대두된다.
정부는 이런 쿠팡에 대해 들여다보지 않았단 것이다. 이커머스업계는 출혈 경쟁에 시달려온지 오래다. 투자·상품·가격 등 모든 면에서 치킨 게임식 경쟁으로 적자에 허덕인다.
새벽 배송도 마찬가지다. 기업 입장에서는 살려면 새벽 배송 외엔 뒤로 물러설 곳 없는 스타트업(컬리)이나 적자를 감수할 기업(쓱닷컴) 등이 아니면 새벽 배송할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 기업으로선 야간 작업이 필수이다보니 비용과 근로, 환경(신선도 유지 보냉팩 등 사용) 등 걸리는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업계에서는 "오늘 시켜 당장 이튿날 아침 문 앞에 물건이 없으면 배송 사고라고 생각하게 됐다"며 "이틀도 길게 느껴진다. 이렇게 만든 건 바로 쿠팡"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 상황을 모르는 소비자는 편하면 쓰는 것이고 이틀 걸리는 배송보다 익일 배송이 더 나을 수밖에 없다. 이제 익일 배송, 새벽 배송 등 빠른 배송에 길들여진 것이다.
정부는 근본적으로 이같은 배송 속도전이 옳은 방향인지에 대한 고민과 배송 속도전으로 인한 제반 문제는 들여다보지 않았단 것이다.
일부 유통 기업들이 형평성 문제를 내세워 온라인 배송을 요구한다고 해서 '규제 완화'가 절대 선인 양 추진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쿠팡은 익일 배송 등 차별화 배송으로 기존 시장 질서를 흐리며 컸다. 그렇게 조단위 투자를 받아가며 이젠 자신만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며 흑자로 돌아서고 있다"며 "소위 넘사벽이 된 것이다. 하지만 어떤 기업이 쿠팡처럼 클 수 있겠나"라고 지적한다.
윤석열 정부로부터는 절대 악인양 취급 받는 상황이 됐지만 온라인 배송 허용에 대해 노동계도 목소리를 냈다.
노동계는 "이제 주 4일 근무 얘기도 나오는 상황이다. 근로 시간을 줄이고 야간 근로를 하지 않는 게 방향성이라고 할 때 대형마트들이 사회적 책임을 생각한다면 의무 휴업을 없애고 심야 영업을 풀어달라, 온라인몰 사업, 온라인 배송하도록 해달라고 할 게 아니다"며 "규제 사각 지대인 쿠팡, 식자재 마트 등 업태도 심야 영업 제한, 의무 휴업해야 한다고 주장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어 "당장 매출 더 올리겠다고 근로자를 더 힘들게 하고 더 어렵게 하겠단 방향 자체가 잘 못 된 것"이라고 했다.
온라인 배송 기사와 대형마트 온라인 근로자들은 "야간 근로, 새벽 근로는 고강도 노동"이라며 "국제노동기구와 국제암연구소도 야간 노동은 2급 발암 물질로 지정하고 있을 정도"라며 "이는 온라인 배송 기사에 국한한 문제가 아니다. 후방에서 물건을 꺼내고 포장하는 대형마트 온라인 근로자도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했다.
대형마트 온라인 부서 인력은 전체 마트 근로자 15~20% 선이다. 대형마트 근로자들은 "영업 제한 시간대나 의무 휴업일에 매장 문은 닫겠지만 물건 피킹하는 직원들은 심야에도 출근해야 하고 의무 휴업일에도 나와야 할 것"이라며 "온라인 부서 직원들 근무 환경엔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현실화한다면 아무리 외부 인력을 충원한다고 나서도 매장 내 인력 전배는 수순일 것으로 본다"며 "실제 매장 일선은 무 자르듯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보니 더 심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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