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 'EB' 총수 승계 시나리오인가, ‘자사주 분산’의 실체(4부)

산업·기업 / 최성호 기자 / 2025-06-30 14:56:54
▲태광그룹 이호진 전회장/사진=연합뉴스 자료/최성호기자

 

[소셜밸류=최성호 기자] "24% 자사주, 누구에게 넘기는가." 태광산업이 발행한 3186억 원 규모의 교환사채(EB) 이면에는, 단순한 자금 조달이 아닌 ‘지배구조 재편’과 ‘총수 승계’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다.


정작 회사는 “일반 투자자 대상”이라는 말만 반복할 뿐, 자사주를 넘길 ‘실제 주체’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그 자사주가 향후 경영권을 좌우할 수 있는 결정적 지분이라는 점이다.

◇ 자사주 24%, ‘의결권 부활’하면 지배력 흔든다

현재 태광산업의 최대주주는 태광그룹 계열사와 특수관계인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의 지분율은 안정적이지만, 이번 EB는 자사주 24.41%를 외부로 이전해 ‘의결권을 가진 제3자’에게 넘기는 구조다.

교환사채는 발행 시점에 의결권이 없지만, 주식으로 전환되는 순간 실질 지배주주로 변신할 수 있다. 이는 사실상 “우호세력 키우기” 혹은 “신흥주주 띄우기”를 통한 총수일가의 간접 승계 시나리오로 연결될 수 있다.

◇ 자사주 활용은 전형적 ‘승계 도구’… 대기업의 익숙한 수법

태광의 EB 방식은 낯설지 않다. 과거 삼성, 현대차, 한화, 롯데 등 대기업집단들이 자사주를 승계나 지배구조 개편의 도구로 활용한 전례가 있다. 앞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자사주 및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율 구조는 논란의 핵심이었다.

한화그룹은 자사주를 활용한 ‘우호세력 강화’ 방식으로 2세 승계를 완성했다. 롯데그룹은 일본 계열사와 자사주를 통해 형제 간 경영권 분쟁에서 승패가 갈렸다.

이번 태광산업의 EB 역시 이러한 전철을 따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 승계세력 등장하나… ‘일반 투자자’는 핑계일 뿐?

태광산업은 “인수자는 일반 투자자”라고 해명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선 “해당 ‘일반 투자자’가 결국 우호 세력 또는 승계 관련 지분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즉, EB는 일종의 ‘위장된 우호세력 매입’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자사주를 특정 투자자에게 넘긴 뒤, 그가 EB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표면적으로는 지분 분산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경영권 방어 지분 또는 승계 기반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 총수 부재 10년, 승계 시계는 다시 돈다

태광산업은 이호진 전 회장의 퇴진 이후 10년 넘게 총수 공백 상태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계열사 구조조정, 인사 이동, 재무 구조 정비 등 일련의 변화는 ‘태광의 승계 시계가 다시 움직이고 있다’는 관측을 낳는다. 그 중심에 자사주와 EB 발행이 있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 ‘EB의 종착지는 어디인가’… 승계, 교묘한 정당화의 시대

태광산업은 지금 법망의 경계선을 걷고 있다. 자사주를 넘기는 것, EB로 감추는 것, ‘일반 투자자’라는 모호한 말 뒤에 총수 승계의 밑그림을 숨기는 것. 이 모든 과정은 공시를 지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장을 속이는 방식일 수 있다. 승계는 기업의 자유다. 그러나 방법은 정당해야 한다.

교환사채라는 수단이, 투명성과 책임이라는 본질을 뒤집는 탈법적 승계로 이어진다면,그 끝은 시장의 신뢰 붕괴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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