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산업, 3천억 교환사채 밀어붙이기…발행 대상조차 '안갯속'(1부)

산업·기업 / 최성호 기자 / 2025-06-30 14:39:13
자사주로 EB 발행 결의했지만…투자자 ‘미확정’ 공시 논란
▲태광 CI/사진=태광 홈페이지/최성호기자

 

코스피 상장사 태광산업이 3186억 원 규모의 교환사채(EB) 발행을 전격 결정했지만, 정작 이를 인수할 주체조차 명확히 밝히지 않아 시장에 혼선을 주고 있다.

 

태광산업은 지난 27일 이사회를 열고, 보유 중인 자기주식(자사주) 약 27만 주를 기초로 하는 사모 EB 발행을 의결했다. 

 

이번 교환사채는 오는 11월 5일부터 2028년 7월 8일까지 주당 117만2251원에 태광산업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다. 이 가격은 6월 말 기준 시장가보다 낮아, 투자자 입장에선 교환권 행사 시 잠재적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는 구조다.

 

문제는 발행 주체다. 이날 공시에 따르면 이번 EB는 특정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모 방식이지만, 그 ‘특정인’이 누구인지에 대한 언급이 없다. 실제로 태광산업은 발행 대상에 대해 “미확정 사항”이라며 추후 확정 시 정정 공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회사 관계자 역시 "인수자는 일반 투자자이며, 그룹 계열사나 대주주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미 이사회를 통해 발행을 의결한 상황에서 투자자조차 정해지지 않은 채 진행된 점은 비정상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사모 EB는 기본적으로 특정 수요자와의 사전 교감을 전제로 설계되는 상품인데, 인수자가 없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시장 내에서는 발행 대상자와의 밀약 또는 비공개 계약이 존재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 법적 조치 예고 

 

태광산업 2대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도 이번 사안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트러스톤 측은 사외이사로 추천한 김우진 서울대 교수를 통해 EB 발행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고, 자사주 대규모 처분에 따른 주주가치 희석 우려를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트러스톤은 더 나아가 법적 대응을 공식화했다. 회사는 "이번 자사주 기반 EB 발행은 사실상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동일한 효과를 가지며, 기존 주주의 권익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며 "정부가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과 주주권 보호정책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대규모 자사주를 활용한 EB 발행이 경영권 방어 또는 우호 세력 확보 목적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자사주는 원칙적으로 소각하거나 유상증자에 활용되지 않는 한 직접적 의결권은 없지만, 교환사채로 전환될 경우 사실상 새 주주가 등장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금융업계에선 “상장사의 자사주 활용에 대한 투명한 절차와 정보 공개가 미흡할 경우, 향후 유사 사례에서도 투자자 신뢰를 잃을 수 있다”며 “이번 사안은 단순한 자금조달을 넘어 주주민주주의와 지배구조 투명성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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