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윤석열 전 대통령이 보여준 사법불신, 그 자체가 개혁의 이유다

인물·칼럼 / 이덕형 기자 / 2025-08-03 14:19:51
저항의 아이러니...정청래 '尹 담요·커튼에 말아 강제 집행 해야'

▲윤석열 전대통령이 보여준 사법불신

이덕형 칼럼

구치소에 수감 중인 윤석열 전 대통령이 특검 출석을 거부하며 침묵과 건강상의 이유로 특검 조사에 불응하고 있다. 그가 택한 방식은 침묵이 아니라 ‘저항’이라고 한다. 스스로 부당하다고 여기는 수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다. 하지만 그 저항의 풍경은 우리 사회에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그는 왜 자신이 한때 믿고 지키려 했던 사법 시스템을 이제는 부정하고 있는가. 윤 전 대통령은 검사였고, 검찰총장이었고, 국민의 선택을 받아 대통령이 된 인물이다. 그리고 국민은 그를 다시 선거로 끌어내렸다.

선거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유일한 심판이다. 투표는 절차이자 결과이고, 국민의 뜻은 그 무엇보다 우선이다. 법치주의를 강조했던 그였기에, 자신의 퇴장 역시 법과 절차의 결과였음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그가 지금, 자신의 불복을 ‘저항’이라 포장하며 법의 절차를 거부하고 있다.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고, 진술을 거부하며, 수사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는 단지 ‘억울함’의 표현을 넘어 법률 시스템 전체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다.

사법 시스템의 최전선에 서 있던 그가 이제는 그것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대한민국 사법 제도의 위기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실제로 많은 피의자들이 수사기관 앞에서 억울함을 호소한다.

그럴 때 검사들은 이렇게 말한다. “조사에 성실히 응하고, 재판에서 진실을 밝히십시오.” 윤 전 대통령도 과거 수많은 피의자에게 그런 말을 건넸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지금은 그 말이 자기 자신에게는 통용되지 않는다고 여기는 듯하다.

그가 보여주는 행동은 아이러니 그 자체다. 그 누구보다 법을 아는 사람이, 법을 거부하고 있다. 그것은 단순한 몽리(蒙理)가 아니다. 사법 시스템 자체에 대한 불신의 표현이자, 스스로 만든 법적 구조의 허약함을 입증하는 셈이다. 이 장면에서 우리가 깨달아야 할 것은 분명하다.

윤 전 대통령의 저항은 사법 개혁의 당위성을 스스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검찰은 여전히 ‘기소 독점’과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고 있으며, 정권과 정치적 관계 속에서 공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국민의 신뢰가 무너졌고, 이제 그 불신은 사법 시스템 내부에서조차 표출되고 있다. 검찰은 더 이상 ‘정의의 상징’이 아니라, 정치의 그림자 속에 휘둘리는 권력기구로 비쳐지고 있다. 그리고 그 구조의 정점에 있었던 인물이, 지금 가장 극단적인 방식으로 그 허약한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그는 저항을 통해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는 법을 거부함으로써, 사법 시스템이 정치 앞에서 얼마나 무력해질 수 있는지를 증명하고 있다. 이보다 더 분명한 개혁의 신호가 어디 있을까.

검찰 개혁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것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라는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시스템의 신뢰 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사법이 정의를 잃고, 권력이 그것을 함부로 사용할 수 있다면, 민주주의는 껍데기만 남는다.

오늘, 그가 보여주는 저항은 그가 만든 권력 시스템에 대한 마지막 증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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