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대구 산불, 수리온 헬기 야간 투입…국산 헬기의 진화 능력 새 과제 제시

경제일반 / 최성호 기자 / 2025-04-29 13:08:08
야간 비행 가능한 수리온 2대 긴급 출동…기존 헬기 한계 드러나 야간 산불 대응 체계 개선 시급,
전문 산불 진화 헬기 개발 논의 필요

 28일 대구 북구 함지산에서 난 불이 확산하는 가운데 산림청 수리온 헬기가 야간 진화 작업에 투입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소셜밸류=최성호 기자] 대구광역시 팔공산 인근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에 대응하기 위해 국산 수리온 헬기 2대가 야간 긴급 투입됐다. 이번 대응 과정에서 대부분의 기존 산불 진화 헬기들이 야간 비행 능력 부족으로 출동하지 못한 가운데, 유일하게 수리온 기종만이 작전 능력을 발휘하며 우리나라 산불 진화 체계의 취약점과 향후 과제를 동시에 드러냈다.


기존 헬기들은 야간 비행 불가…수리온만 작전 가능

대구 산불은 일몰 이후에도 진화가 불가능한 대형 화재로 번지며 긴급 대응이 필요했지만,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가 운용 중인 대부분의 산불 진화 헬기들은 야간 비행 장비가 없거나 조종사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비행할 수 없었다.

반면, 국산 다목적 헬기인 KUH-1 수리온은 군용 사양을 바탕으로 개발된 덕분에 야간 비행 장비(NVG, 야간투시경)를 갖추고 있어, 2대가 야간 산불 현장에 투입될 수 있었다.

수리온 헬기는 기본적으로 국군의 전술 수송 임무를 위해 개발된 기종이다. 따라서 악천후와 야간 조건에서도 비행 가능한 항공전자 장비와 조종 체계를 갖췄다. 이번처럼 야간 산불 진화에는 비상 조명, 열화상 탐지 장비, 정밀 착륙 시스템 등이 필수인데, 수리온은 이 조건을 일정 수준 충족할 수 있어 유일한 야간 투입 헬기로 활약했다.

수리온 헬기 왜 가능했나

수리온의 강점은 ▲야간비행(NVG) 인증 시스템 ▲복합항법장치 ▲자동조종장치(AFCS) ▲내구성 높은 구조 설계에 있다. 특히 일반 산불 진화 전용 헬기들이 무게 경량화에 치중해 기본 야간 운용 기능이 부족한 반면, 수리온은 군 전술 헬기로서 고강도 비행을 전제로 개발됐기에 이번처럼 위험한 상황에서도 작전이 가능했다.

게다가 수리온은 국내 기술로 개발돼 긴급 상황에서 정비, 부품 수급, 기술 지원이 빠른 점도 장점으로 부각됐다. 수입 헬기의 경우 야간 작전을 위해 개조하려면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지만, 수리온은 초기 설계부터 다목적 운용을 염두에 두었다.

그러나 한계도 여전…전용 산불 헬기 개발 필요

하지만 이번에도 수리온은 소방 전문 헬기가 아니라 군용 수송 헬기를 임시 전용한 것에 불과했다. 산불 진화에 특화된 대용량 물탱크(버킷)나 열화상 자동 진화 시스템은 탑재되지 않았다. 즉, 야간 운항은 가능했지만 산불 진화 효율성 면에서는 한계가 있었다.

또한 수리온은 9톤급으로, 미국의 대형 산불 진화 헬기(예: 시코르스키 S-70, 에릭슨 스카이크레인 등)에 비해 물 적재량과 연속 작전 능력에서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구 대형 산불 발생 이틀째인 29일 대구 북구 산불 현장에서 산림청 헬기와 군용 치누크 헬기가 산불 진화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야간 산불 대응 체계 구축 시급

이번 사례를 통해 드러난 향후 과제는 분명하다.

첫째, 야간 산불 진화 전용 헬기의 개발 및 도입이 필요하다. 대용량 물탱크를 장착하고, 야간에 자동 항법으로 산불 지역을 탐지·진화할 수 있는 헬기 체계가 별도로 구축돼야 한다.

둘째, 기존 산불 진화 헬기의 야간 비행 개조도 시급하다. NVG 대응 콕핏, 열화상 카메라, 자동 항법 장비를 최소한으로라도 보강해야 야간 초기 대응이 가능해진다.

셋째, 조종사 교육 및 안전 기준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 야간 산악 비행은 일반 주간 비행보다 훨씬 위험하기 때문에, 전문 조종 인력을 별도로 양성할 필요가 있다.

넷째, 국산 헬기 기술의 지속적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수리온의 기본 성능은 입증됐지만, 물탱크 일체형 구조나 화재 특화 모듈이 결합된 버전(예: '산불진화형 수리온')을 추가 개발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이번 대구 산불은 야간 대응 공백이라는 우리 산불 진화 체계의 치명적 약점을 드러냈다. 수리온은 국산 헬기의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여전히 전문성 부족이 드러났다. 앞으로는 야간 대응 전용 헬기 도입과 체계 개편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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