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죤, 성장 멈췄는데 배당은 63억…경쟁력 약화에도 오너환원만 '급급'

K-Commerce / 소민영 기자 / 2026-04-09 07:00:48
매출 증가율 1.6%에 그친 2025년, 중간·기말배당 합산 63억원대 재개
주주임원 임차료 3년 연속 11억원대…투자자산 5년 새 3배 이상 급증

[소셜밸류=소민영 기자] 2010년까지 국내 섬유유연제 시장을 이끌던 '피죤'의 시장 존재감이 줄어든 가운데, 회사가 성장 정체인 상황인데도 배당에는 적극적으로 나서 배경이 주목된다.

 

피죤은 32년 동안 이어오던 국내 섬유유연제 시장 1위 자리를 2011년 내어준 이후 3위까지 밀려났는데, 오히려 오너 일가에 대한 배당을 늘려 눈총을 받고 있다. 국내 섬유유연제 '원조'라는 본업 경쟁력을 잃어버린 상태에서 금융자산 운용 성과와 이에 따른 오너 일가의 현금회수 구조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피죤 이주연 대표와 피죤 고농축 오션 후레쉬 제품 이미지/사진=피죤 제공

 

​◆매출은 '사실상' 뒷걸음…수익은 제조업 아닌 금융사?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피죤 감사보고서를 보면 회사의 매출은 2021년 1070억8786만원에서 2022년 1317억5418만원, 2023년 1454억1051만원, 2024년 1523억4836만원, 2025년 1548억3512만원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최근 1년 기준 매출 증가폭은 24억8676만원으로, 증가율은 1.6%에 그쳤다.

 

피존의 외형 성장세가 사실상 멈춘 것으로, 2008년 매출이 1755억원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뒷걸음질 친 것이나 다름 없다는 지적이다.

 

같은 기간 회사의 당기순이익은 늘어났다. 2023년 119억8264만원에서 2024년 145억7314만원, 2025년 162억526만원으로 증가했다.

 

문제는 순이익 증가가 본업 경쟁력 개선 때문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 2024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영업이익은 60억1694만원에 불과한 반면, 영업외수익은 139억9940만원으로 두 배를 넘는다. 특히 매도가능증권처분이익이 120억4361만원에 달했다. 즉 본업 영업활동보다 금융자산 처분에서 발생한 수익이 순이익을 떠받친 구조다.

 

생활용품 기업인 피죤의 실적에서 섬유유연제 판매보다 금융수익이 더 큰 존재감을 보였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또 지난해 이 회사의 현금 흐름을 살펴보면, 영업활동현금흐름은 72억8957만원으로 전년 75억4433만원보다 줄었지만, 현금흐름표에는 매도가능증권처분이익 150억108만원, 처분손실 29억3876만원이 반영됐다.

 

다시 말해 회사의 현금창출력 자체가 급격히 좋아졌기 보다는 금융자산 운용 성과가 실적을 더 크게 좌우한 셈이다.

그럼에도 회사는 배당은 빠르게 재개됐다. 피죤은 2024년 무배당이었지만 2025년 감사보고서에는 중간배당 31억7685만9900원과 기말배당 예정액 31억7685만9000원이 반영돼 있다. 합산하면 약 63억5371만원이다.

 

매출 증가율은 1%대에 그친 해에 배당은 곧바로 60억원대로 복귀한 것이다. 이는 단순 주주환원 차원을 넘어, 오너 측 현금회수에 더 무게가 실린 것 아니냐는 의문을 키운다.

◆오너 일가 고배당 논란…본업 강화 보단 자산 증식에 집중

감사보고서를 보면 이 같은 배당은 일회성이 아닌 것으로 나타난다. 2020년 중간배당, 2021년 결산배당, 2022년 결산배당, 2023년 결산배당, 그리고 2025년 중간·기말배당으로 이어진다. 2024년 한 해만 잠시 멈췄을 뿐, 이익이 날 때마다 현금 배당이 반복된 구조다.

 

실제로 피죤의 고배당 이슈에 자주 오르내린 기업이다. 순이익이 저조한 상황에서도 높은 배당 성향을 보이기도 했었기 때문이다.

 

피죤의 지분은 이주연 대표 외 특수관계인이 100%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배당은 오너 일가로 돌아간다고 볼 수 있다.

  

소비재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 제품과 브랜드 신뢰가 가장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자금 흐름은 시장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형 성장이 뚜렷하다면 주주친화 정책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최근처럼 본업 성장 둔화가 뚜렷한 상황에서는 시선이 고을 수 없다. “회사가 번 돈이 성장 투자보다 오너 환원으로 먼저 흘러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수관계자 거래도 눈에 띈다. 주주임원 대상 임차료는 2023년 11억1380만8000원, 2024년 11억2873만4000원, 2025년 11억2723만4000원으로 최근 3년 연속 11억원대를 유지했다. 보증금 역시 66억7800만원 수준으로 장기간 묶여 있다. 즉 회사는 매출이 정체된 상황에서도 오너 측에 매년 11억원 이상의 임차료를 꾸준히 지급하고 있다.

회사 자금의 배분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자자산은 2021년 436억6448만원에서 2025년 1472억3650만원으로 5년 새 3배 이상 늘었다. 반면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023년 156억 9212만원에서 2025년 49억3877만원으로 급감했다.

 

회사 안에 현금을 보유하기보다 금융자산으로 옮기고, 동시에 배당을 재개한 모습이다. 본업 설비투자나 연구개발보다 자산운용과 배당 여력이 더 빠르게 확대된 셈이다.

실적이 오른 것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2023년 말 118억1597만원이던 매도가능증권평가손익 누계액은 2024년 359억9075만원, 2025년 481억9111만원으로 불어났다. 장부상 자본 확대에 금융자산 평가이익 효과가 크게 작용했다는 의미다. 결국 순이익과 자본 증가가 제품 판매력 강화보다는 자산시장 성과에 더 의존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피죤 CI/사진=피죤 제공


◆비상장사 오너 일가 중심 지배구조…투명성 제고 시급


피죤은 비상장사인 데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사실상 지배하는 구조여서 배당과 특수관계자와의 거래가 형식상 가능하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될 소지는 제한적이다.

 

그러나 소비재 기업은 브랜드 신뢰가 곧 기업가치인데, 매출은 멈춘 반면 금융자산과 오너 측 현금 유출 구조만 두드러진다면 브랜드 신뢰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 


피죤은 1978년 이윤재 회장이 창업해 섬유유연제 피죤을 중심으로 울터치 액체세제 액츠, 습기제거제 습기제로 등 생활 청결 브랜드로 입지를 굳혔다. 한때 피죤이 섬유유연제 시장을 장악하면서 섬유유연제를 ‘피죤’으로 부를 만큼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2010년대 이윤재 회장, 아들 이정준씨와 딸 이주연 피죤 대표의 공방전이 끊이지 않게 일어나면서 피죤의 시장 지배력은 급격히 무너졌다.

 

30년 이상 국내 섬유유연제 시장 1위였던 피죤은 오너 일가 내홍 등을 겪으면서 2011년에는 LG생활건강 '샤프란'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이어 지금은 미국계 기업 다우니에도 밀려 3위로까지 시장 점유율이 떨어졌다.

 

피죤의 오너 일가 배불리기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횡령과 배임 논란과 배당금 과잉 지급 문제는 그동안 꾸준히 지적받아 왔다. 

 

‘빨래엔 피죤’이라는 브랜드가 여전히 소비자 신뢰를 유지하려면, 자금 흐름과 지배구조에 대한 투명성부터 세탁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 뼈 아픈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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