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공장도 가동 중단…“냉난방공조 중심으로 사업 축소 재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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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차량용 급속 충전기/사진=LG전자 제공 |
[소셜밸류=최성호 기자] LG전자가 전기차 충전기 사업에서 전격 철수했다. 2022년 전기차 충전 전문기업 ‘하이비차저’(구 애플망고)를 인수하며 본격적인 시장 진출을 선언한 지 불과 3년 만이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와 충전 인프라 투자 정체 등으로 사업성이 악화되면서, 전략적 사업 재편(리밸런싱)에 나선 것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에코 솔루션 사업본부 산하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종료하고, 해당 자회사 하이비차저도 전날 임시주총을 통해 해산을 결의했다. 이에 따라 미국 텍사스 전기차 충전기 공장 가동도 중단됐으며, 향후에는 물류창고나 타제품 생산 거점으로의 전환이 검토되고 있다.
시장 기대 컸지만…'캐즘'의 벽 넘지 못했다
LG전자의 전기차 충전기 사업 철수는 글로벌 수요 둔화와 가격 경쟁 심화라는 이중 악재 속에 결국 수익성을 회복하지 못한 결과다. 조주완 LG전자 CEO는 지난해까지도 “2030년 매출 100조 달성”을 위한 신성장 동력 중 하나로 이 사업을 꼽았지만, 시장의 벽은 높았다.
특히, 2023년 70억원, 2024년 72억원에 달하는 영업적자가 누적되며 하이비차저의 경영은 지속 가능성을 잃었다. 지난해에는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 의견조차 ‘의견 거절’을 받는 등 구조적 한계가 드러났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형성 초기의 ‘캐즘(Chasm, 기술 수용의 정체 구간)’을 넘기 위해선 대규모 자본과 정책 지원이 필요한데,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내 충전 인프라 보조금도 축소되며 사업 동력이 급감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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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2030년 매출 100조원' 달성 목표 발표모습/사진=LG전자 제공 |
HVAC 중심 재편…“수익 기반 명확한 분야에 집중”
LG전자는 철수 대신 에너지솔루션 사업을 냉난방공조(HVAC) 중심으로 재편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전기차 충전기 사업 인력은 내부 전환 배치를 통해 타 사업 조직으로 이동했으며, 향후에는 가정용·상업용 에어컨, 데이터센터용 냉각 시스템, 히트펌프 등 수익 기반이 명확한 제품군에 집중할 계획이다.
조주완 CEO는 최근 주주총회에서 “과거처럼 불확실성을 감수하며 신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하기보다는, 기술과 제품 역량이 있는 인접 분야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LG전자는 향후 HVAC 핵심 역량을 활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에너지 효율, 스마트 건축 솔루션, AI 냉방 설루션 등 인접 영역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한다는 구상이다.
일시 철수인가, 구조적 후퇴인가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철수를 단기적 손실 회피 이상의 전략 축소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LG전자가 앞서 태양광 패널 사업에서도 2022년 철수를 선언한 데 이어, 이번 전기차 충전기 사업 철수까지 연이어 나타나면서 “수익화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B2B 신사업에서 빠르게 정리 수순을 밟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ES사업본부 자체의 후퇴라기보다는, HVAC 기반 중심의 효율적 자산 운용 전략으로의 이동”으로 보며, 향후 신재생에너지 전반에서 재도약을 위한 포석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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