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신문사도 기업이다… 생존을 외면한 기자는 없다

인물·칼럼 / 이덕형 기자 / 2025-08-10 10:33:33

▲신문사도 기업이다/이덕형 칼럼
최근 한 경제지의 주니어 기자들이 편집국 운영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대자보를 붙였다. 그들은 성명에서 지난 3년간 각종 포럼과 행사 기획, 표 매매 등에 고연차 선배들이 매달렸고, 그로 인한 업무 부담과 실적 압박이 고스란히 젊은 기자들에게까지 전가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더 나아가, 어렵게 취재해 단독성을 확보한 기사조차 ‘출입처와의 관계’라는 이유로 보도되지 않거나, 본질이 훼손될 만큼 대폭 수정되는 경우가 잦았다고 했다. 이들은 이를 ‘취재력의 몰락’이자 ‘저널리즘의 후퇴’로 규정했다.


이들의 주장은 충분히 귀 기울일 만하다. 언론의 본령은 사실을 정직하게 보도하고, 공익을 실현하며, 권력을 감시하는 데 있다. 기자의 자부심은 바로 그 취재력과 보도의 독립성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한 걸음 물러서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언론사는 봉사단체가 아니다. 수익이 없으면 봉급을 줄 수 없고, 재정이 고갈되면 결국 조직은 하루아침에 무너진다. 아무리 이상적인 사명을 품고 있어도, 생존 기반이 허물어지면 그 사명은 공허한 구호로 전락할 뿐이다.

이미 방송사들조차 광고 매출 급감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종이신문의 유료 구독자는 급격히 줄었고, 뉴스 소비의 무게중심은 유튜브·SNS·1인 미디어로 빠르게 이동했다. 전통 언론사들이 각종 포럼을 열고, 협찬을 유치하며, 광고를 확보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이유는 단 하나다. 

 

수익이 있어야 조직이 돌아가고, 기자가 취재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불편한 진실을 외면한 채 “우리는 기사만 쓰겠다”는 순수한 태도로 버틴다면, 언론사는 시장에서 도태되고, 기자는 일터를 잃게 된다.

물론 수익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저널리즘의 품격과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는 결코 가볍지 않다. 광고성 기사나 협찬 보도가 난무하면 언론의 신뢰는 무너지고, 독자는 등을 돌린다. 주니어 기자들이 협찬 등에 내몰렸다면 당연히 우려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언론사의 입장도 생각해 볼만하다. 수익 창출을 외면한 채 공익만을 외치는 언론은 스스로의 생존을 위협하는 셈이다. 

 

신문사도 기업이다. 기업은 수익을 내야 지속가능하고, 지속가능해야 공익적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오늘날은 과거처럼 ‘좋은 기사’만으로 생존하던 시대가 아니다. 클릭 수, 광고 수익, 플랫폼 노출이 곧 콘텐츠의 가치를 결정짓는 환경 속에서, 언론사가 디지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그 끝은 폐간이다. 

 

그렇다고 무분별한 상업화에 매달려 저널리즘의 정신을 팔아버려서도 안 된다. 결국 해법은 균형이다.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면서도, 디지털 플랫폼에 최적화된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고, 동시에 언론의 본령을 지키는 것이다.

기자가 살아남으려면 언론사가 먼저 살아야 한다. 언론사가 기업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시대 변화에 부응하는 생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생존을 외면한 기자는 없으며, 망한 신문사에서 빛나는 기사를 쓸 기자도 없다. 지금이야말로 기자와 언론이 함께 변화의 파도 위에서 방향을 찾아야 할 때다. 

 

그 길이 험난하더라도, 그것이야말로 언론을 지키고, 기자의 존재 가치를 지키는 유일한 길이다. 이런 글로 나는 비난을 받을 것이다. 그래도 조심스럽게 30년 기자 생활을 하면서 경험하고 배운 것 그리고 우리가 당면한 현실을 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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