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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생산 라인/사진=자료/이덕형기자 |
[소셜밸류=이덕형 기자]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앞다퉈 자체 인공지능(AI) 반도체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칩 설계 내재화를 통해 연산 성능을 끌어올리고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다.
그러나 여전히 대규모 반도체 생산은 자체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과제다. 이에 따라 고성능 AI칩을 위탁 생산할 수 있는 파운드리 업체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삼성전자가 ‘조용한 수혜자’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공시한 22조7천억원 규모의 반도체 위탁생산 수주 역시 이 같은 흐름과 맞닿아 있다. 비록 고객사의 명칭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미국의 주요 빅테크 기업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애플, 아마존, 테슬라, 메타 등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은 최근 몇 년 사이 연산 능력을 높이기 위해 AI 특화 반도체를 직접 설계해 왔다. 애플은 자체 설계한 'M 시리즈' 칩에 이어 AI 전용 칩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마존은 클라우드에 최적화된 AI칩 ‘인퍼렌시아’와 ‘트레이늄’을 AWS 인프라에 도입하고 있다. 테슬라는 자율주행용 슈퍼컴퓨터 칩 ‘도조(Dojo)’를, 메타는 대형 언어모델 학습을 위한 맞춤형 칩 개발을 추진 중이다.
이들 기업은 칩 설계는 직접 하지만, 초미세 공정을 요하는 생산은 외부 전문 파운드리에 맡기는 구조를 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와 TSMC가 주요 파트너로 부각된다.
특히 삼성은 최근까지 수율 문제로 경쟁에서 밀리는 듯했으나, 첨단 공정의 기술 안정성을 확보해가며 대형 고객사의 신뢰를 다시 얻고 있는 모양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AI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고객 맞춤형 공정 설계 지원, 미국 현지 생산 확대 전략 등을 강화해왔다.
내년 가동을 앞둔 미국 텍사스 테일러 공장은 이러한 전략의 핵심 거점으로, 미국 고객사들이 요구하는 ‘현지 생산’, ‘보안성’, ‘지정학적 리스크 회피’ 조건을 충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을 갖췄다.
실제로 AI 반도체는 일반 반도체와 달리 고객사마다 요구 조건이 다르다. ▲애플은 발열 억제와 전력 효율을, ▲아마존은 대규모 병렬 연산 최적화를, ▲테슬라는 초고속 연산과 실시간 반응성을, ▲메타는 AI 모델 학습 최적화를 핵심으로 삼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다양한 수요에 대응해 설계 유연성과 공동 최적화 역량을 차별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반도체 전문가는 “TSMC가 ‘정밀한 대량 생산’에 강점이 있다면, 삼성은 고객 맞춤형 대응과 설계 협업에서 유연한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며 “AI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고객사 다변화 전략을 제대로 수행하는 것이 장기 수익성 확보의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은 단기 수익보다 AI 반도체 생태계 내 입지 강화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고객의 요구를 세밀하게 반영해 설계-공정-물류까지 통합 대응하는 파운드리 전략을 통해, ‘AI 시대의 파운드리 제국’이라는 다음 경쟁구도를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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