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인건비에 기대다 역풍”… 트럼프發 관세 폭탄에 삼성·LG 수출 ‘직격탄’

전자·IT / 이덕형 기자 / 2025-06-13 10:11:33
美 철강 파생제품 고율관세 발표… ‘꼼수 수출’ 전략, 이제는 걸림돌
▲LG전자 테네시 공장 둘러보는 구광모 회장/사진=㈜LG 제공/이덕형 기자

 

[소셜밸류=이덕형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다시 던진 철강 파생제품 고율 관세 폭탄에 한국 가전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북미 수출의 핵심 전략이던 '인접국 저가 생산–미국 수출’ 방식이 이번 관세 강화로 정면 타격을 입게 됐기 때문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냉장고·세탁기·건조기·오븐 등 주요 가전 품목에 대해 50%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오는 23일부터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산 가전제품의 상당수가 이 품목에 포함돼 있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지 생산은 일부, 나머지는 ‘우회 수출’”… 결국 돌아온 부메랑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현재 미국 내 생산 기지를 운영하고 있으나, 이는 세탁기 등 일부 품목에 국한된다. 나머지 제품은 멕시코·베트남 등에서 저렴한 인건비로 생산한 뒤 미국으로 우회 수출하는 방식으로 물량을 처리해왔다.

이는 초기에는 효율적이었다. 생산비는 낮추고, 현지 대응도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처럼 '생산지 기준이 아닌 제품 기준'으로 관세가 부과되면, 이 전략은 ‘꼼수’로 간주될 수밖에 없다. 미국 정부가 노리는 것도 바로 그 지점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삼성이 관세를 피하려면 미국에 공장을 지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됐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관세는 무역장벽이 아닌 압박 수단이라는 것을 명확히 한 발언이다.

◇가격 올릴 수도 없고, 생산지도 옮기기 어렵고…
 

철강 비중이 높은 가전제품 특성상, 50% 관세는 제조원가 급등으로 직결된다. 가격을 올리자니 미국 시장의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고, 흡수하자니 마진이 줄어드는 이중고에 빠진 것이다.

LG전자와 삼성전자는 각각 가격 인상과 글로벌 생산지 이전 등을 시사했지만, 실제로는 생산거점 전환에 시간도 비용도 많이 드는 상황이다. 미국 테네시·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만으로 전체 수출 물량을 감당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허준영 서강대 교수는 “관세 회피를 위해서라도 미국 내 생산 비중을 점차 확대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기업들의 공급망 전략이 수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북미 'KBIS 2025'서 비스포크 가전 라인업 선봬/사진=삼성전자 제공/이덕형 기자

 

◇‘글로벌 생산’의 그림자… 유연성 아닌 회피 전략의 결과 

 

이번 사태는 한국 가전업계가 지난 수년간 글로벌 공급망을 자산이 아닌 도피처처럼 운영해온 데 따른 구조적 결과라는 지적이 많다. 저임금 국가를 중심으로 생산을 외주화하고, 미국에는 ‘포장’만 거쳐 수출하는 구조는 장기적으로 현지 규제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 본사 중심의 기술력과 미국 시장 의존 수익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생산은 저가 인건비에 의존해왔다”며 “이번 관세는 그런 전략의 허점을 정조준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대응도 시급… 민간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이제 기업 자체의 공급망 조정은 물론, 정부 차원의 통상 전략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이런 관세 리스크는 특정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산업 전체의 리스크”라며 “새 정부는 무역 당국을 중심으로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때는 비용 절감의 해법이던 ‘글로벌 생산–현지 수출’ 전략이, 이제는 수출의 걸림돌로 바뀌고 있다. 국제 무역의 룰이 달라졌는데, 한국 기업은 여전히 과거의 전략에 안주하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볼 때다.

[ⓒ 사회가치 공유 언론-소셜밸류.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