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이란공습, 유가 급등에 웃는 美… 긴장하는 韓 산업계(2)

산업·기업 / 최성호 기자 / 2025-06-23 09:53:34
호르무즈 위기·유가 상승에 한국 제조업 ‘비상등’… 정유·항공·운송·소비재 타격 불가피
▲23일 오전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미국의 이란 핵 시설 공격으로 중동 불안이 최고조로 치닫자 2,990대로 후퇴했다/사진=연합뉴스 제공/최성호기자

 

[소셜밸류=최성호 기자]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과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 여파로 국제유가가 들썩이고 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77달러, WTI는 74달러를 넘겼고, 일각에선 “100달러 시대가 다시 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지정학적 리스크가 미국 셰일오일 산업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한국 기업들에게는 ‘비용 폭탄’의 시작이 될 수 있다. 특히 정유·항공·운송·소비재·중공업 등 주요 산업 전반에 걸쳐 직간접 영향이 불가피하다.

◇정유·석유화학: 원가는 뛰고, 마진은 쪼인다

정유업계는 원유 가격 상승이 정유마진 축소로 직결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GS칼텍스·S-OIL 등은 유가 급등 초기에 정제마진이 일부 개선되지만, 원유 도입 가격이 뒤따라 상승하면서 수익성은 다시 악화된다.

석유화학 업계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원유가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오르면 한화솔루션, 롯데케미칼, LG화학 등 주요 화학 기업의 생산비가 상승한다. 수요 둔화 속 원가 상승은 마진을 크게 압박할 전망이다.

◇ 항공·운송, 연료비 폭탄 현실화

항공업계는 직격탄이 예상된다. 유가가 10% 오르면 항공유 가격도 연동돼 상승한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은 운항비용 급증 → 항공료 인상 → 수요 감소라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물류비 역시 뛰게 된다. HMM·팬오션 등 해운업체는 벙커C유 비용 증가, CJ대한통운 같은 내륙 운송 기업도 경유 가격 상승으로 부담이 커진다.

◇소비재·유통 원가 전가, 소비 위축 우려

유가 상승은 생활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플라스틱, 섬유, 포장재, 운송비 등 각종 원가 요소가 상승해 CJ제일제당, 오뚜기, 농심 등 식품기업들의 가격 인상 압박이 커지고 있다.

문제는 원가 인상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는 순간, 소비심리 위축이 동시에 발생한다는 점이다. 유가 상승이 곧바로 내수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조선·중공업, LNG선 수혜 vs 운영비 부담


한편 조선업계는 반사이익도 예상된다. 유가가 상승하면 LNG·탱커 발주 수요가 늘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은 중장기 수주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조선소의 운영비, 건조 원가도 동시에 상승하는 만큼, 실질 수익으로 이어지려면 추가 조건이 필요하다. 특히 후판 가격과 선박 연료비의 동반 상승은 수익성에 부담 요인이 된다.

◇ 한국 기업 대응전략 필요… “셰일과 가격경쟁 더 커질 것”

미국 셰일오일이 수출 확대에 나설 경우, 한국은 셰일 도입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실제로 이미 한국은 미국산 원유를 꾸준히 수입하고 있으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낮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그러나 셰일유 역시 브렌트유 대비 가격이 낮지는 않다. 한국 기업들은 에너지 믹스 전략, 수요 예측 기반 재고 확보, 선제적 헤징 등의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호르무즈 위기는 단순한 유가 상승이 아니라 에너지 패권 이동의 신호”라며 “한국은 수입국으로서 리스크 분산 전략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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