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 없이는 생존도 없다”…임원 인사도 전면 교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우즈베키스탄에서 압둘라 아리포프 우즈베키스탄 총리를 만나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사진=롯데그룹 제공/최성호기자 |
[소셜밸류=최성호 기자] 롯데그룹이 전 계열사에 걸쳐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전면적인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 작업에 착수했다. 그룹의 쇄신 움직임은 신동빈 회장의 ‘생존 위기’ 진단 이후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해 말부터 “지금은 성장이 아닌 생존의 국면”이라며 고비용·저효율 구조에서 탈피하지 않으면 존립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강한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이후 그룹은 기존 사업 정리, 인력 구조조정, 글로벌 거점 재조정, 재무구조 개선 등 다각적 개혁 조치에 돌입했다.
◇면세점, 화학, 유통…주력 계열사 줄줄이 구조조정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롯데면세점의 희망퇴직 시행이다. 지난 1월, 수익성 악화와 고정비 부담 증가를 이유로 일부 직군에 대한 퇴직 권고가 단행됐다. 동시에 해외 지점 수를 감축, 2023년 기준 11개였던 글로벌 점포 중 일부를 정리하며 해외 확장 전략을 보류한 상태다.
롯데케미칼은 전사적인 비용 감축 기조에 따라 출장, 항공권, 대외홍보 등 비필수 예산 항목을 30% 이상 삭감하는 고강도 긴축운영에 돌입했다. 이는 유가 변동성 심화와 글로벌 수요 부진으로 인해 2023년 영업손실 2,000억 원대를 기록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롯데쇼핑은 매출 효율이 낮은 점포를 대상으로 선별적 폐점 및 리뉴얼 작업을 진행 중이다. 2022년 기준 전국 120여 개 점포 중, 15%가량에 대한 구조조정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도 개편…‘실행형 조직’으로 전환 시도
임원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경영개선실 출신 실무형 인사들이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등 주요 계열사에 전진 배치됐다. 이는 단기적 실적보다 실행력과 수익성 중심의 구조 전환을 이끌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또한 일부 계열사의 경영지원본부 조직을 통폐합 또는 폐지하고, 각 사업부 책임 경영 체제를 강화하는 등 조직 운영 방식도 전환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기존의 ‘보고 중심 문화’를 탈피해 스피드와 책임 중심 경영으로 나아가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 대격변 속 ‘선택과 집중’ 카드
롯데의 이 같은 움직임은 국내 유통·화학 산업의 구조 변화와 직결돼 있다. 특히 유통업은 이커머스와 오프라인 간 경쟁 심화, 화학업은 중국 공급과잉과 수요 위축으로 각 산업 내 수익성이 급속히 악화되는 상황이다.
실제 롯데쇼핑의 2023년 연간 영업이익은 약 2,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30% 이상 감소했으며, 롯데케미칼은 전 세계 화학 업황 부진 속에 적자 전환했다. 롯데그룹은 이러한 산업 외부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비효율 사업 철수와 고수익 기반 확보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유지·보수식 개편은 끝났다…사업 DNA 자체를 바꾼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번 비상경영은 단기 대응이 아닌 장기 생존 전략의 일환”이라며 “기존과는 결이 다른 수준의 쇄신으로, 사업 체질 자체를 재구성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신동빈 회장의 ‘선택과 집중’ 메시지는 결국, 롯데가 재계 5위 그룹에서 ‘혁신을 택하지 않으면 생존도 위태로운’ 현실에 직면해 있음을 자각했다는 의미다. 향후 롯데의 쇄신이 단순한 비용 절감에 그치지 않고 지속가능한 경쟁력 확보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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