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 2차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이덕형기자 |
[소셜밸류=이덕형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사회적 취약계층의 금융 채무 해결을 위한 ‘주빌리은행’ 모델의 공적 제도화에 나섰다. 성남시장 재임 시절 도입했던 비영리 부실채권 매입·탕감 모델을 중앙정부 정책으로 확대하는 구상이며, 금융당국도 비영리법인의 부실채권 매입을 허용하는 법적 기반 마련에 착수했다.
이는 장기 연체로 회생이 어려운 저신용 채무자 약 40만 명이 넘는 상황에서, 정부가 연착륙 중심의 사회적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성남발 채무탕감 모델, 전국 확산 조짐
‘주빌리은행’은 2013년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민간 시민단체, 금융전문가들과 함께 만든 비영리 채무조정 플랫폼이다. 민간 기부금이나 후원금으로 금융사 부실채권을 원금 대비 3~5% 수준으로 매입한 후, 채무자가 원금의 7%만 상환하면 나머지를 전액 탕감해주는 구조로 운영되었다.
이 모델은 2023년까지 약 5만1,500명의 채무자에게 총 8,100억 원 규모의 채무를 실질적으로 탕감한 성과를 기록했다. 이는 국내 유일의 민간 주도 채무 소각 시스템으로, 정부 제도권 밖에 있었지만 사실상 ‘사회적 배드뱅크’ 역할을 수행해왔다.
이번에 추진되는 중앙정부 정책은 이 모델을 법적 제도 안으로 편입하고, ▲비영리법인의 채권 매입 허용 ▲공익적 채무조정 기준 마련 ▲금융권 참여 유도 등을 포함해 전국 단위의 제도화를 목표로 한다.
◇연체자 구제, 금융 공공성, 추심 개선까지
이번 정책은 단순한 복지 조치가 아니다.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핵심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채무자의 경제활동 복귀 기회 제공 ▲원금의 90% 이상이 감면되는 구조 속에서, 오랜 연체로 사회적·경제적 고립 상태에 빠진 채무자들이 ‘경제활동에 재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부실채권 시장의 공공성 회복 ▲기존에는 사모펀드나 자산관리회사(AMC)가 수익 목적 중심으로 부실채권을 매입하고, 추심을 통해 이윤을 극대화했다. 이에 반해 비영리법인이 주도하는 매입 구조는 윤리적 채권 회수, 채무자 보호, 사회적 신뢰 회복 등 금융 생태계의 균형을 회복할 수 있다.
소액 채무 추심 부작용 완화▲ 특히 수십만 원 단위의 소액 부채조차 과도한 추심 대상이 되는 현실 속에서, 주빌리 모델은 추심을 넘어 ‘회복 중심의 연착륙 메커니즘’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사회적 비용 절감, 자살 예방, 복지 지출 절감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왜 지금인가…40만명 장기 연체자, 유예 종료의 그림자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시행된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가 종료되면서 현재 약 40만 명 이상이 구조적 채무조정을 필요로 하는 상태다. 가계부채는 1,870조 원을 넘어섰으며, 특히 20·30 청년층, 자영업자, 저소득층의 연체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공정한 시장경제는 실패한 국민에게도 재도전 기회를 주는 구조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해왔으며, 이번 정책은 그러한 철학의 실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국민재기지원기금’ 등과 결합해 법제화될 듯
정치권에서는 이번 주빌리은행 모델의 제도화가 대통령 공약이었던 ‘국민재기지원기금’과 결합해 정부-비영리-금융권 3자 협력 기반의 사회적 배드뱅크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2025년 중 관련 법령 개정을 통해 ▲비영리 매입 허용 ▲추심 제한 ▲정보공개 기준 마련 등을 포함한 법제화 로드맵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도덕적 해이 방지장치, 대상자 선별 기준, 지속가능한 기금 조달 방식 등은 제도 설계의 관건이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주빌리은행 모델’의 공적 확대는 단순한 채무 감면이 아닌, 국가가 시장 실패 이후 취약계층을 어떻게 구제할 수 있는가에 대한 정치 공약의 응답이다. 이는 금융 시장의 공공성을 회복하고, 실패자에게도 다시 설 기회를 주는 사회적 금융 패러다임 전환의 시작일 수 있다.
[ⓒ 사회가치 공유 언론-소셜밸류.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