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강원 삼척시 삼표시멘트 공장 앞에서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 동해삼척지역지부와 삼표지부가 사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자료/최성호기자 |
[소셜밸류=최성호 기자] 삼표시멘트의 2025년 1분기 40억 원대 순손실은 그저 '시작'일지 모른다. 눈에 보이는 적자 뒤편에는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서서히 갉아먹고 있는 '회색 지대'의 잠재적 리스크들이 도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매출 부진 속에서 쌓이는 재고자산과 회수 지연되는 매출채권은 언제든 기업의 발목을 잡을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 '안 팔리는 시멘트 산더미'…14억 재고자산 평가충당금의 불편한 진실
삼표시멘트가 1분기 보고서에 공시한 재고자산 평가충당금은 14억 1,400만 원에 달한다.분기보고서의 이 수치는 단순한 재고 증가를 넘어선다.
재고자산 평가충당금은 기업이 보유한 제품이나 원재료의 가치가 시장 상황 악화, 수요 감소 등으로 인해 취득원가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될 때 미리 손실로 인식하고 쌓아두는 충당금이다.
이는 삼표시멘트가 생산한 시멘트가 제때 팔리지 않고 창고에 쌓여있거나, 팔리더라도 제값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불편한 진실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매출의 94.13%가 시멘트 사업부문에서 발생하는 삼표시멘트의 구조를 감안할 때, 주력 제품의 판매 부진은 곧 기업의 현금 유동성을 직접적으로 압박하는 치명적인 요인이다.
'수익성 붕괴'는 '현금 흐름 악화'로, '현금 흐름 악화'는 '재고 부담 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1분기 보고서에서 확인된 포틀랜드 시멘트 내수 가격의 1.2% 인하 역시, 이 같은 재고 소진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 '미수금 폭탄' 뇌관…연체 매출채권에 숨은 대손 위험
재고자산과 더불어 삼표시멘트의 재무 건전성을 위협하는 또 다른 '숨겨진 암초'는 바로 '매출채권'이다. 1분기 보고서의 주석에는 '연체되었으나 손상되지 않은 매출채권' 내역이 언급되어 있다.
이는 아직 회계상 '떼인 돈'으로 분류되지는 않았지만, 고객사로부터 받아야 할 돈이 제때 들어오지 않고 '지연'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현재 국내 건설 경기 침체는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꼬리를 물고 있다. 시멘트 주 고객층인 건설사 및 레미콘 업체들의 재무 상황이 악화될 경우, 삼표시멘트의 매출채권 회수 지연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
만약 현재 '연체' 상태인 채권들이 끝내 회수 불능 상태가 되어 '부실화'된다면, 이는 삼표시멘트의 대규모 대손상각으로 이어져 추가적인 손실을 발생시키고, 재무제표를 더욱 악화시키는 '미수금 폭탄'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분기 보고서에 명시된 대손 처리 기준(파산, 부도, 강제집행 등)은 이러한 잠재적 위험에 대한 기업 내부의 불안감을 반영하는 대목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급감하고 재고자산 및 매출채권에 대한 평가충당금 및 연체 내역이 늘어나는 것은, 기업이 곧 현금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 있음을 강력히 경고하는 시그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삼표시멘트가 현금 유동성 관리와 더불어 부실채권 회수 및 리스크 관리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지 못한다면, 1분기 적자는 '서막'에 불과할 수 있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삼표시멘트는 1분기 실적 쇼크에 이어, 재고자산과 매출채권이라는 '회색 지대'의 암초들까지 드러내며 기업의 미래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다음 3부에서는 삼표시멘트의 잦은 대표이사 교체와 최대주주 변경이라는 경영 환경의 불안정성이 현재의 위기 극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집중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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