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이전만 챙긴 채 한국엔 빚만 남긴 ‘먹튀 공동개발’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열린 'DSK 2025(드론쇼코리아)'에서 외국군 관계자들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부스에서 KF-21과 무인전투기, 다목적 무인기를 살펴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제공/이덕형기자 |
[소셜밸류=이덕형 기자]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KF-21(보라매) 개발 사업의 공동참여국인 인도네시아가 당초 약속했던 개발 분담금의 3분의 1도 채 내지 않은 채 8년 넘게 납부를 미뤄왔다. 그 사이 한국은 국방 예산을 추가로 투입해가며 전투기 개발을 단독으로 이어왔고, 인도네시아는 기술 이전과 국내정치용 명분만 챙겼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방위사업청은 1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방산 전시회 ‘인도 디펜스’ 기간 중 KF-21 공동개발 기본합의서 개정안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는 총 6천억 원을 분담하는 것으로 최종 확정됐다. 그러나 이는 원래 약속했던 1조7천억 원의 불과 35% 수준이다.
◇‘기술은 받고 돈은 안 내는’ 기형적 공동개발
2016년 인도네시아는 KF-21 총 개발비 약 8조8천억 원 중 20%를 부담하고, 완성된 기술을 이전받기로 한국과 합의했다. 그러나 이듬해부터 재정 부족을 이유로 분담금 납부를 미루기 시작했고, 2020년 이후엔 사실상 지급을 중단했다.
2023년 인도네시아는 “기술이전을 줄일 테니 분담금을 6천억 원으로 낮춰달라”고 한국에 공식 제안했고, 한국 정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사실상 일방적인 양보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내 방산업계 관계자는 “개발비는 안 내고 기술만 확보하려는 ‘먹튀 파트너’와 무슨 공동개발이냐”며 “공적 자금으로 만든 기술이 해외로 무분별하게 이전되는 구조는 철저히 재검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술 유출 시도까지… 신뢰는 무너졌다
2019년부터 KAI에 파견된 인도네시아 기술진 일부가 보안 자료를 무단 촬영·유출하려다 적발되면서, 한국 내에서는 인도네시아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 사건은 양국 간 외교적 마찰로 번졌고, KF-21 사업 자체가 한때 정체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번 최종 합의에서는 기술이전 범위에 대한 구체적 제약이 명시되지 않았다. 다시 말해, 돈은 깎아주고 기술은 여전히 이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남아있는 것이다.
◇‘자주국방’ 명분에 묻힌 무책임한 협상
문제는 한국 정부의 대응이다. 방위사업추진위원회는 2023년 8월 인도네시아의 감액안을 공식 수용했다. 분담금 납부 기한도 2026년에서 2034년까지로 사실상 8년이나 유예됐다.
한 국책연구기관의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의 국내정치 사정을 이유로 한국이 일방적으로 협상에서 물러난 셈”이라며 “외교적 파트너십이 국익보다 우선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더 이상의 혈세 낭비 안 된다"
KF-21은 한국 항공 방산 기술의 결정체로, 2026년까지 전력화가 목표다. 그러나 전체 개발비의 90% 가까이를 한국이 홀로 감당하는 현실은 “공동개발”이란 표현을 무색하게 만든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KF-21 사업은 사실상 단독 개발로 전환하고, 인도네시아와의 협력은 마케팅이나 후속 생산에 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국 방산 기술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명분 없는 감액과 기술 이전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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