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워크아웃 후폭풍…금융권 대출건전성 관리 비상

금융·증권 / 황동현 기자 / 2023-12-28 16:33:50
줄도산 신호탄 우려 속 PF 모니터링 강화
정부 "다른 건설사들과 상황 달라 과도한 불안 금물"

[소셜밸류=황동현 기자] 시공순위 16위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현실화되면서 당장 금융권 대출건전성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부동산 경기 악화에 따른 분양시장 침체로 전체적으로 23조원에 육박하는 부동산 PF 우발채무와 건설사 부실대출이 금융권 부실로 전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금융불안 심리 차단과 부동산 PF 시장 연착륙에 나섰다.

과도한 개발사업 관련 PF연대채무로 인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태영건설은 28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에 의한 금융채권자협의회의 공동관리절차(워크아웃)를 신청했다.

 

▲태영건설 본사/사진=태영건설 제공

 

태영건설은 시공능력평가 16위의 중견 건설사로 공격적인 PF 사업 확대로 PF보증채무 비중이 타 건설사 대비 과도한 상황에서 부동산 경기 침체 지속으로 만기가 도래하는 PF대출의 만기연장과 차환이 어려워지면서 결국 기촉법상 워크아웃을 신청하게 됐다.

태영건설은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사재 출연과 계열사 매각, 자산·지분 담보 제공 등을 포함한 자구안도 제출했다. 그간 태영건설은 계열사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소유 골프장 담보 대출 등을 통해 1조원 이상의 자구 노력을 해온 바 있다. 채권단은 사재 출연 규모와 더불어 에코비트 매각 및 SBS 지분 매각 등을 두고 추가 협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이날 태영건설 금융채권자 협의회 소집 통보를 시작으로 워크아웃 절차를 개시했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사유, 정상화를 위한 태영건설과 태영그룹의 자구계획을 검토해 워크아웃 개시를 위한 제1차 금융채권자협의회를 28일자로 소집 통지하고, 2024년 1월 11일까지 워크아웃 개시를 위한 결의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제1차 협의회에서는 워크아웃의 개시 여부, 채권행사의 유예 및 기간, 기업개선계획 수립을 위한 실사 진행, PF사업장 관리 기준 등을 논의하고 결정할 예정이다. 아울러 태영건설의 경영 상황, 자구계획, 협의회의 안건 등을 설명하고 논의하기 위해 채권자 설명회를 2024년 1월 3일 개최할 예정이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다수의 다양한 PF 사업과 SOC 사업을 영위하는 특성상 PF대주단을 비롯한 보증채권자의 비중이 매우 높은 상황으로, 태영건설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태영건설과 태영그룹의 강도 높은 자구노력과 금융채권자와 PF대주단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워크아웃의 원활한 진행을 통해 태영건설이 정상적인 영업을 수행해 협력업체, 수분양자, 채권자, 주주 등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채권단과 모든 이해당사자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등 관련 규정에 따라 통보를 받은 채권금융사들은 이날부터 태영건설에 대한 채권 행사를 중단한다. 이후 3개월 이내에 워크아웃을 결의하고, 결의일로부터 1개월 내에 채권단과 태영건설이 약정을 체결하게 된다. 다만 워크아웃을 시작하려면 채권단의 75% 이상이 동의해야 하는데, 채권금융사에 은행, 저축은행 등의 대출뿐 아니라 보험사, 증권사 등 종류가 다양하고 숫자도 많아 채권단 내에서 이해관계가 엇갈릴 수 있다는 게 변수로 꼽힌다.

금융권 추산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순수 부동산 PF 잔액은 3조2000억원이며 이달까지 만기인 PF 보증채무는 3956억원에 달한다. 3분기 말 기준 순차입금은 1조9300억원으로 부채비율은 478.7%다. 이는 시공능력 평가 35위 내 주요 대형·중견 건설사를 통틀어 가장 높은 부채비율이다.

은행별로는 산업은행이 PF 대출 1292억원과 단기차입금 710억원 등 2002억원으로 가장 많은 채권을 보유하고 있고 이어 국민은행이 PF 대출 1500억원과 단기차입금 100억원 등 1600억원, 기업은행이 PF 대출 997억원, 우리은행은 단기차입금 720억원, 신한은행은 PF 대출 436억원과 단기차입금 200억원 등 636억원을, 하나은행은 PF 대출 169억원과 단기차입금 450억원 등 619억원을 각각 태영건설에 대출해준 상태다.

보험업권에서 한화생명은 845억원, IBK연금보험과 흥국생명은 각 268억원, 농협생명은 148억원의 PF 대출, 농협손해는 333억원, 한화손해와 푸본현대생명은 각 250억원의 시설자금 대출을 제공했다. 증권사 중에서는 KB증권이 412억원의 PF 대출을, 하나증권이 300억원, 한양증권이 100억원의 단기차입금을 각각 대출했고, 이 밖에 신협중앙회 397억원, 새마을금고 총 693억원을 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워크아웃 결정과정에서 채권 행사 유예 등을 수반하는 구조조정이 추진되는데 금융기관들은 채권 일부에 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이와 별도로 태영건설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간접 손실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채무불이행 등급으로 하락하면 채권 금융회사들은 추가 충당금을 적립해야 하고 결과적으로 당기순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

더우기 은행들은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을 신호탄으로 중소 건설사 줄도산 사태가 확산할 수 있다고 보고, 전체 PF 사업장별 분양과 공정 현황, 공사비 확보 현황 등을 수시로 모니터링하며 여신건전성 관리에 바짝 고삐를 죄고 있다.

워크아웃 신청 이후 각 은행의 담당 부서들은 비상대응 체계를 가동해 PF 관련 리스크를 전면 재점검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연체율 등 건전성, 수익성 등에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상세하게 모니터링하면서 지속적으로 관리를 강화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와 같은 분양시장 침체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22조8000억원(한국기업평가·8월 말 기준) 규모의 PF 우발채무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코오롱글로벌, 신세계건설 등도 PF 우발채무로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관측이 업계에서 나온다.

건설업계의 PF 위기는 금융권 부실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부동산 PF 규모는 134조3000억원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PF 문제가 금융권·건설업권 위기로 번지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 중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과 관련한 대응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정부는 이날 김주현 금융위원장 주재로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관계자들이 참석한 회의를 열고 태영건설 관련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태영건설이 높은 자체 시행사업 비중과 높은 부채비율 및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등으로 다른 건설사들과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과도한 불안 심리만 없을 경우 건설 산업 전반이나 금융시장 시스템 리스크로 연결될 가능성은 없다고 진단했다.

김주현 위원장은 브리핑에서 "향후 워크아웃 과정에서 태영건설의 철저한 자구노력을 바탕으로 채권단과의 원만한 합의와 설득을 위한 노력이 중요하며 이 과정에서 시장 참여자의 신뢰와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정부도 부동산 PF 시장의 연착륙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공능력 20위권 대형 건설업체가 워크아웃 절차를 밟은 것은 지난 2013년 쌍용건설 후 10년만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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