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형 칼럼] 이재명 정부의 ‘6억 잣대’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인물·칼럼 / 이덕형 기자 / 2025-07-22 08:57:19

▲이재명 정부의 ‘6억 잣대’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덕형 

“집이 없으면 수도권으로 내려가세요.” 이 말은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의 꿈을 포기한 이들이 수도권 외곽에서라도 삶의 터전을 꾸리려 할 때 스스로를 위로하며 되뇌는 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마저 허락되지 않는다.


정부가 모든 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 상한을 일괄적으로 6억 원으로 제한하면서다. 이재명 정부의 이번 결정은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갭투자를 차단하고 고가 아파트의 투기 수요를 억제해, 서울 강남권의 집값을 누르겠다는 의도였다.

문제는 그 칼끝이 강남의 투기세력이 아니라 수도권의 실수요 서민에게 먼저 꽂혔다는 데 있다. 수도권 중에서도 서울 접근성이 좋은 지역은 이미 중위 가격이 7~8억 원을 넘는 수준이다.

6억 원으로는 주택 구입은커녕 계약금에 턱없이 부족하다. 전세를 끼고 들어가자니 갭투자로 의심받고, 전세 없이 구입하려면 대출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선택지는 하나다. ‘포기’ 혹은 ‘부모 찬스’

이런 상황에서 실수요자인 청년과 신혼부부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정부는 분명 '주거 안정'을 말했지만, 결과적으로 만든 것은 ‘주거 사다리의 철거’다. 지방으로 더 밀려나거나, 끝없는 전월세 전쟁 속에 머물거나.

더 큰 문제는 이 조치가 수도권 전체에 똑같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강남 20억 아파트와 구리시 외곽 6억 아파트에 같은 대출 한도를 적용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 이념으로는 평등해 보이지만, 현실에선 명백한 불평등이다. 강남의 부자들은 현금이 있고, 수도권의 무주택 서민은 그마저 없다.

정부는 말한다. “과도한 부채를 막기 위해 필요했다.” 하지만 되묻고 싶다. ‘그 부채는 누구의 것인가?’ 다주택자의 갭투자였는가, 아니면 10년 모은 돈으로 전세 탈출을 꿈꾸던 30대의 대출이었는가?

공공은 약자를 도와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규제는 강자를 피해가고 약자를 누른다. 평등을 가장한 차별, 안정이라는 이름의 박탈이다. 이재명 정부는 이제라도 정책의 본질을 다시 봐야 한다.

대출 상한의 일률 적용은 서울 중심의 시야가 만든 오판이다. 서울이 위험하다고, 수도권까지 규제의 벽을 치는 것은 ‘전 국민 부동산 자격 심사’나 다름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획일적 제한’이 아니라 ‘차등적 현실’이다.

지역별, 가격대별, 소득별로 정밀하게 작동하는 정책 시스템이 없다면, 이 정부가 말하는 ‘서민을 위한 부동산 정의’는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 “강남을 잡겠다고 서민을 잡는 정책.” 그 말이 지금 현실이다. 이제는 바꿔야 한다. 서민이 먼저 숨 쉴 수 있는 주거 정책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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