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분석] 이자도 못 갚는 대기업 2배 급증, ‘좀비 리스크’ 본격화

경제일반 / 최성호 기자 / 2025-04-29 08:33:37
금리 급등·수익성 악화에 대기업 재무건전성 뒷걸음
▲화학제품 생산 공장 모습/사진=자료

 

[소셜밸류=최성호 기자]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재무건전성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금리 급등과 업황 부진이 맞물리면서,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좀비기업'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2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302개사를 분석한 결과 이자보상배율 1 이하 기업 수는 2021년 34곳(11.3%)에서 2024년 73곳(24.2%)으로 3년 새 두 배 이상 급증했다.

고금리 충격과 업황 악화 동시 타격

이 같은 재무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은 고금리 기조다. 2021년 초 0%대였던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2024년 현재 3.5%로 치솟았다. 기업들은 영업이익이 정체 또는 감소한 가운데 차입금 이자 부담이 폭증하는 '이중고'를 겪었다.

실제 분석 대상 302개사의 매출은 3년간 25.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1.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이자비용은 무려 136.3% 급증해, 수익성과 재무여건 간 괴리가 심화됐다. 결과적으로 이자보상배율은 8.72배에서 3.65배로 급락했다.

특히 자본 투입 대비 수익성이 낮은 업종, 구조조정이 지연된 기업들이 고금리 직격탄을 맞으며 부실 위험이 커졌다.

롯데·SK·신세계 주요 계열사 부진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 이하인 기업에는 대형 그룹사 계열사들도 다수 포함됐다. 롯데그룹에서는 롯데쇼핑, 롯데케미칼, 호텔롯데, 롯데하이마트, 코리아세븐 등 5개사다.

 

SK그룹에서는 SK온, SK에코플랜트, SK네트웍스 등 3개사가 해당됐다. 이마트, 신세계건설 등 신세계그룹 주요 계열사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특히 석유화학과 유통 업종의 충격이 컸다. 석유화학 업종은 이자보상배율이 2021년 12.34배에서 2024년 0.64배로 급락했다. 롯데케미칼, 효성화학, 이수화학, 대한유화, 태광산업, 여천NCC 등 6개 석유화학 기업이 3년 연속 이자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했다.

유통 업종 역시 경기 둔화와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자보상배율이 0.99에 그쳤다.

투자 지연과 고정비 부담 누적

기업들의 이자 부담이 커진 데는 또 다른 구조적 요인도 있다. 팬데믹 이후 경기 부양 기대감으로 무리하게 확대한 투자 부담이 금리 인상기에 본격화된 것이다. 

 

롯데쇼핑, SK온 등은 대규모 시설투자와 인수합병(M&A) 이후 영업수익 창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고정비 부담이 급증했다. 여기에 경기 불확실성으로 소비·수요 둔화가 지속되면서 매출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

특히 내수 의존도가 높은 유통, 오프라인 매장 비중이 높은 리테일 기업들은 고정비를 줄이지 못한 채 이자비용을 버텨야 하는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냈다.

고금리 지속 시 부실기업 급증 우려

전문가들은 향후 대기업 부실 리스크가 더 본격화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현재 금리 인하 기대감이 일부 존재하지만,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과 환율 불안 등을 고려하면 당분간 고금리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이자보상배율 1 이하 기업 수는 추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글로벌 신용평가사들도 한국 주요 대기업들의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하고 있어, 조기 구조조정이나 자산 매각,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등 적극적 대응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 재계 관계자는 "특히 이자보상배율이 장기간 1 이하로 유지되면 신규 차입이 사실상 어려워지고, 금융권 리스크로도 확산될 수 있다"며 "내부 수익성 강화와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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