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역대 최장 해외출장...반도체-AI-바이오 퀀텀 점프 구상 나오나

기획·연재 / 김완묵 기자 / 2023-05-14 08:24:26
이재용 회장, 22일간 미국 출장 마치고 귀국...글로벌 CEO 20여 명 만나
2014년 경영 나선 이후 최장 해외출장에 굵직한 인사들과 네트워크 다져
▲미국 한 일식집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만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연합뉴스 제공

 

[소셜밸류=김완묵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2일간의 미국 출장을 마치고 지난 12일 귀국했다. 2014년 이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최장 기간 해외 출장이다.

 

14일 재계와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회장은 미국에서 바이오, 정보통신기술(ICT), 인공지능(AI), 차세대 모빌리티 등을 주도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 20여 명을 두루 만난 뒤 12일 새벽 귀국했다.

 

지난달 20일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경제사절단에 포함돼 미국으로 출국한 지 22일 만에 귀국한 셈이다. 이는 작년 10월 회장 취임 이후로는 물론이고, 2014년 5월 고 이건희 선대회장이 쓰러지며 이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가장 긴 기간의 해외 출장이다.

 

이 회장은 윤 대통령의 국빈 미국 방문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이후에도 미국 체류 일정을 소화했다. 이 회장은 이 기간 동부 바이오 클러스터와 서부 실리콘밸리 ICT 클러스터를 횡단하며 글로벌 기업 20여 명의 CEO들과 만남을 성사시킨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장은 이들 CEO와의 만남에서 중장기 비전을 서로 공유하고, 미래 산업을 선도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함께 모색했다.


여기에는 엔비디아 창업자인 젠슨 황 CEO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최근 삼성전자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AI 반도체에 대한 협력 방안이 논의됐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삼성전자는 반도체 경기가 추락해 1분기 영업이익이 6000억원 선에 그치는 등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분야에서 획기적인 탈출구가 필요한 상황인데, 최근 챗GPT가 나오면서 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젠슨 황이 이끄는 엔비디아는 여기에 강점을 지니고 있어 주가가 크게 오르는 등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가 AI 반도체나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젠슨 황과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여기에 이 회장은 긴밀한 논의를 진행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회장은 장기간의 미국 출장을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다지고 '뉴 삼성'을 이끌 미래 먹거리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전략을 구상했을 가능성이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글로벌 ICT 시장의 불황 속에서 미래 성장사업을 새 먹거리로 육성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며 "중대 기로에서 이 회장이 직접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동해 신사업 전략을 모색하며 돌파구를 찾아내는 데 집중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빠듯한 일정 속에서 AI 분야 석학들과의 교류에도 상당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글로벌 AI 분야 전문가들과의 회동을 통해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 AI 활용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삼성전자와의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서 논의했다.

 

아울러 이번 출장 기간 바이오 업계 리더들과의 연쇄 회동을 통해 글로벌 협업을 강화해 바이오-의료 서비스 사업을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 회장은 호아킨 두아토 J&J CEO, 지오반니 카포리오BMS CEO, 누바 아페얀 플래그십 파이어니어링 CEO, 크리스토퍼 비에바허 바이오젠 CEO, 케빈 알리 오가논 CEO와 만나 바이오-의료 서비스 사업 경쟁력 강화와 신사업 발굴을 위한 상호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우선 J&J는 창립 140여 년의 역사를 가진 명실상부한 글로벌 탑티어(Top Tier) 바이오 제약사로서 삼성의 주요 고객이며 △BMS는 지난 2013년 삼성에 의약품 생산 첫 발주를 함으로써 삼성의 바이오 사업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준 기업이다.

 

플래그십의 누바 아페얀 CEO는 모더나의 공동 설립자로서 삼성과 mRNA백신 생산계약을 통해 국내 코로나 위기 극복에 함께 기여했으며 이후 양사는 유망 바이오 벤처 발굴 및 육성에도 함께 힘을 쏟고 있다.

 

또한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합작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했으며 2022년 바이오에피스 지분을 모두 삼성에 매각했지만 삼성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유럽지역 유통과 판매를 담당하는 등 현재도 긴밀한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이 회장은 북미 판매법인 직원들을 만나 글로벌 공급망 현황을 점검하고 “출발점은 중요하지 않다”며 “과감하고 끈기있는 도전이 승패를 가른다”고 말했다. 또 “반도체 성공 DNA를 바이오 신화로 이어가자"고 덧붙였다.

 

재계는 이 회장이 이번에 만난 기업인들이 주로 AI와 전장용 반도체, 차세대 통신, 바이오 등 이 회장이 삼성의 '미래 성장사업'으로 찍고 집중 육성하는 분야를 주도하는 리더들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미국 출장이 유례 없이 길었던 만큼 삼성의 미래 전략을 구체화하고 '뉴 삼성' 비전의 기틀을 다지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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