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중 수교 30년 맞아 한한령(限韓令) 없애고 상호존중 복원해야

인물·칼럼 / 김완묵 기자 / 2022-08-07 07:58:03

▲ 아세안+3 외교장관회의서 악수하는 한중 외교수장/사진=연합뉴스 제공

 

[소셜밸류=김완묵 기자] 오는 24일은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는 날이다. 1992년 한-중 관계가 복원된 이후 30년이라는 의미있는 시점을 맞고 있다. 하지만 한-중 관계는 최악의 국면을 지나고 있다.  

 

2017년 사드 배치가 촉발한 긴장관계를 풀지 못한 채 5년의 세월이 지나오는 동안 양국에서는 반중 정서-반한 감정이라는 용어가 생겨날 정도로 가깝지만 멀고도 먼 관계가 형성돼 있다.  

 

그러나 사드 이전 25년을 돌아보면 양국은 수교 이후 상호 발전을 추진하는 원동력이 돼왔던 게 사실이다. 우리는 중국을 디딤돌로 활용해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경제발전을 이뤘고 중국 역시 한국을 도약대로 삼아 문호를 개방하는 한편 지금의 G2국가로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 

 

한국과 중국은 6.25전쟁이라는 전대미문의 상처 속에서 다시 핀 한송이 꽃처럼 외교 역사에 극적인 장면을 연출했고 모범이 돼왔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시진핑 2기 정권 탄생 이후 중국은 서서히 한족 특유의 애국주의 내지는 민족주의가 발동을 걸면서 모든 관계가 흐트러졌다.

 

이런 점에서 사드 배치는 사실 자신들의 논리를 정당화하는 구실에 불과할 수도 있었다. 사드 배치가 아니라도 어디서든 한한령(限韓令)의 구실을 찾으려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중국은 대만관계나 아시아 약소국가를 대할 때 마치 주종관계나 조공무역을 연상시킬 정도로 힘의 우위를 앞세우고 있다.

 

조금만 자신들의 성에 차지 않으면 당근을 뺏거나 채찍을 가한다. 19세기나 20세기 제국주의 국가들을 연상시킬 정도로 무력을 앞세우기도 한다. 그러니 세계적으로 반중 정서가 생기는 건 당연지사로 보인다.

 

여기에 미국이 나서 중국 때리기에 나서고 EU가 단일대오로 중국을 압박하는 것은 정당한 외교행위로 평가된다. 따라서 미국이 중국의 경제대국화를 지연시키기 위한 경제동맹이나 산업동맹에 적극 나서는 것은 필연적인 수순이다. 반도체 연합체인 칩4(미국-한국-일본-대만) 동맹을 창설하고 여기에 한국이 참여하는 것도 지극히 정당한 선택이라고 본다.  

 

이런 차에 한-중 수교 30주년이라는 뜻깊은 날을 맞이한다. 한국 정부와 중국 정부는 이를 계기로 향후 10년을 슬기롭게 맞을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본다. 어쩌면 30년 전 수교 당시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도 현명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중국은 한국을 지렛대로 삼아 죽의 장막을 벗어제꼈듯이 이제는 세계적인 반중 정서를 돌려세우는 촉매제로 삼아야 한다. 이것은 한국을 다시 형제국으로 받아들일 때 가능하리라 본다. 주종이나 조공 관계가 아닌 상호존중의 형제국으로서 위상을 그것도 누가 형이나 아우가 아닌 서로 존중하는 관계로 복원할 때 그 시발점이 되리라 본다.  

 

이런 점에서 최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방한했을 때, 미국 권력서열 3위인 그를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적인 면담 대신 전화 통화로 대신한 것은 잘한 선택이라고 본다. 여기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거세게 나오고 있지만 중국과의 관계 복원을 위해 최소한의 예의는 차려준 것으로 여겨질 것이다.  

 

펠로시 의장과의 면담이 없었던 데 대해 중국 내부에서도 반기는 기류가 감지된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계열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5일 "펠로시를 요란하게 대접하면 중국의 적대감을 부를 위험이 있기에 윤 대통령이 지역 긴장의 와중에 펠로시 의장을 무시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이제는 중국 정부가 통 큰 결단을 보여줄 때가 된 것 같다. 사드 배치 등으로 한한령을 들먹거리는 속 좁은 대국의 자세는 버려야 한다. 오히려 등샤오핑의 도광양회(韜光養晦)나 후진타오의 화평굴기(和平崛起)와 같은 겸손한 실용외교를 뒤돌아봐야 한다.

 

이미 중국은 글로벌 G2국가로서 위치를 확고하게 하고 있다. 그런 만큼 강대국에 대한 조바심이나 G1으로서 욕심을 버리고 다른 국가와의 상생이나 평화에 신경을 더 쓰는 대국으로서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본다. 그것이 지속가능한 국가가 되는 길이고 공산주의 정권에 생명을 불어넣는 유일한 방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때마침 박진 외교부 장관이 취임 후 처음으로 오는 8∼10일 중국을 방문한다. 외교부는 박 장관이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초청으로 중국을 방문해 산둥성 칭다오에서 왕 위원과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한다고 지난 5일 밝혔다. 박 장관과 왕 위원의 회담은 9일 개최될 예정이라고 외교부 당국자는 전했다. 

 

양국 수교 30주년을 맞아 갖는 양국 외무장관 회담은 한한령을 해제하고 상호존중의 외교가 복원되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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