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통령은 빚을 갚는 자리가 아니다/ 이덕형 칼럼 |
비난과 비평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화살을 온몸으로 받는 자의 답답함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대통령이라면 더욱 그렇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 위에 선다. 다수가 뜻을 모아 한길로 나아갈 때 비로소 정책이 결정된다.
그러나 이 과정엔 ‘묵시적 합의’라는 불문율이 있다. 목표를 위해 잠시 의견을 접고 한 방향으로 힘을 모으는 것이다. 문제는 목표 달성 이후다. 함께 뛰었던 이들이 일제히 ‘청구서’를 들이민다.
침묵했던 대가, 함께했던 보상의 요구다. 대통령 역시 예외 없다. 선거 과정에서 모인 이해관계와 약속이 그 빚이 된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중도’를 표방했지만, 인사와 정책이 좌파적 색채를 띤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좌·우의 색깔이 아니다. 대통령의 통치 철학이 중심이어야 한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기준이 오직 그 철학이어야 한다. 대통령직은 결코 선거 빚을 갚는 자리가 아니다. 그 자리는 국민이 부여한 대표권과 국가를 이끄는 책무의 자리다.
정치적 부채를 갚느라 국정 철학을 잃는다면, 그것은 국가 경영이 아니라 정파의 시중(侍中)에 불과하다. 정치는 감정이 아니라 계산이다. 미련한 곰처럼 힘만 쓰다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여우처럼 영리하게 매듭을 풀어야 한다.
대통령이 자신의 철학을 끝까지 지키며, 이해관계의 포위망을 뚫는 정치력을 보여줄 때, 국민은 그를 존경하고 따르게 된다. 대통령은 ‘모두의 청구서’를 갚는 사람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책임지는 사람이다. 지금 필요한 건 방향을 잃지 않는 국정 철학이다. 그것이 대통령직의 무게이자 존재 이유다.
[ⓒ 사회가치 공유 언론-소셜밸류.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