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현대차, 18일 조합원 투표서 압도적 찬성으로 '격동기' 모빌리티 산업 승자가 되길

인물·칼럼 / 김완묵 기자 / 2023-09-17 07:44:28
현재 현대차를 둘러싼 경쟁환경 여건은 녹록지가 않아
5년 연속 무분규 타결시 회사 발전 모멘텀(동력·동인)으로 이어질 가능성
▲현대차 노사 교섭위원들이 지난 12일 울산공장 본관 동행룸에서 회의를 열고 2023년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소셜밸류=김완묵 기자] 칼럼] 현대자동차 노조가 오는 18일 전체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지난 12일 노사 교섭위원들이 합의한 2023년 임단협 잠정안에 대한 타결 여부를 결정한다. 

 

이날 타결 여부는 한국 자동차산업의 미래를 결정 짓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예상되기에 그 결과가 주목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물론 물건을 납품하는 협력사, 정부 관계자들, 심지어 자동차 산업과 무관한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이번 무분규 타결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12일 21차례의 임단협 교섭을 통해 2023년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합의안이 18일 무난하게 조합원들의 추인을 받는다면 현대차 노사는 5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달성하게 된다. 1987년 노조 창립 이후 사상 첫 5회 연속 무분규 기록이다.

 

일본의 도요타가 1960년대 이후 한번도 파업을 안 한 채로 70여 년을 지속 성장 발전해온 것을 감안하면 현대차의 5년은 아주 짧은 시간이라고 볼 수 있지만, 양국의 노사문화가 아주 다르고 우리 노조가 적극 관여를 하는 편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런 결과도 우리 노사문화 발전에 좋은 징조로 여길 만하다고 할 수 있다. 

 

이번 합의안에는 노사가 단지 임금 인상만을 놓고 고민하기보다는 긴밀한 소통을 통해 사회적 현실과 회사 발전을 위한 다양한 해결책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여진다. 눈앞의 과제보다는 미래를 내다보고 결정한 사안들이 다수 포함돼 60여 명으로 이뤄진 교섭위원들의 고민이 깊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현대차 노사 대표도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시장 불확실성 증대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고유가, 고물가 등 대외 리스크 속에서 안정된 생산 시스템을 유지함으로써 위기 극복의 기반을 마련키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회사는 전동화 전환 및 차체 경량화를 위해 완성차의 알루미늄 바디 확대 적용을 추진하기로 했으며 이를 위해 첨단 대형 다이캐스팅 차체 제조 공법인 ‘하이퍼 캐스팅’ 기술 내재화를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노사는 기존 엔진, 변속기 공장의 유휴부지 등 적정 부지를 선정하고 제조경쟁력 등 제반 여건이 충족되면 2026년 양산에 적용키로 했다.

 

또한 노사는 대량 생산 및 판매가 불가능해 기존 양산라인에서 생산할 수 없는 럭셔리 모델이나 리미티드 에디션 등 일부 차종의 개발 및 소량 양산을 위해 다기능·다목적 생산공장 건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노사는 이 공장에 대한 사업성, 생산성 등 제반 여건이 충족될 경우 설비 투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런가 하면 최근 사회적 난제로 대두된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공감하고, 단체교섭 진행과 별도로 노사 공동의 ‘저출산/육아 지원 TFT’를 구성해 직원들의 ‘임신’, ‘출산’, ‘육아’ 등 생애 주기에 기반한 ‘저출산 대책 관련 특별합의서’를 작성하는 등 현대차 노사교섭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

 

임금과 성과격려금 역시 대체로 지난해와 올해로 이어지는 좋은 성과를 노조원들에게 어느 정도 보상할 수 있는 수준에서 결정했다는 평가다. 물론 일부 IT 대기업이나 금융사들과 같은 파격적인 보상안이 담긴 것은 아니지만 그들보다는 생산성이 낮은 기업의 여건을 감안하면 회사의 경쟁력을 깎아먹지 않는 수준에서 결정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결과는 최근 현대차 주가 흐름과 투자자들의 기대에서도 반영된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크게 무리하지 않는 수준에서 노조원들에게 적지 않은 보상을 줄 수 있는 수준으로 결정돼 무난하게 조합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주가 최대 악재로 작용해왔던 파업 우려가 해소돼 강력한 실적 모멘텀이 기대된다"며 이번 임단협 잠정 합의를 반겼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예상 대비 높은 인상률에 따라 인건비 상승분이 하반기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영업이익 10∼15% 상승을 목표로 한 연초 사업계획과 우호적인 환율 여건, 생산 정상화에 따른 가동률 회복 등을 고려할 때 하반기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런가 하면 다올투자증권은 "파업으로 인한 손실 우려 해소 이상의 주가 모멘텀(동력·동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현대차를 둘러싼 여건은 녹록지가 않다. 최근 들어 현대차가 기대 이상으로 성과를 내고는 있지만, 언제든 경쟁업체들의 압박으로 추락할 수 있을 만큼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한 자동차 산업의 판매 경쟁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게다가 자동차산업은 모빌리티라는 이름으로 그 범위가 확장돼 기존 자동차 기업이 아닌 다른 산업의 경쟁사들마저 속속 전장으로 뛰어드는 양상이다. 대표적으로 세계 최대 기업인 애플만 해도 머지않은 시일에 첨단 모빌리티 서비스로 무장한 채 이 시장에 경쟁업체로 뛰어들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 노사가 몇 백만원의 임금 차이로 합심을 못해 분쟁을 일삼는다면 지속가능한 미래는 담보할 수 없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합의안에 담긴 내용만 봐도 현대차 노조 집행부는 자동차 산업을 둘러싼 심각한 헤게모니 다툼의 심각성을 충분하게 인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노사가 앞으로도 임금이나 복지 수준만이 아닌 모빌리티 강자로서 살아남을 수 있는 다양한 방안 마련을 위해 긴밀하게 소통하는 자세를 견지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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