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에 미국에서만 1조원 매출...해외시장서 50% 비중 계획
오랜 경륜이 빛을 발해 농심을 세계적인 식품회사로 일궈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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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원 농심 회장이 3월 24일 서울 동작구 농심 본사에서 제59기 정기 주주총회를 마치고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제공 |
[소셜밸류=김완묵 기자]농심의 신동원 회장(65)이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제2 창업을 위한 발걸음을 힘차게 걷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다른 재벌 2세들과는 달리 그의 행보는 은둔과 그림자 속 행보의 연속이어서 눈에 잘 띄지 않았다. 그런 그가 아버지를 떠나 보낸 뒤 작지만 강한 모습, 그러면서도 세련된 모습으로 대중에게 다가오는 모양새다.
60대를 훌쩍 넘긴 CEO로서 다른 그룹이라면 벌써 3세 경영을 준비해야 할 시기이지만 그의 행보는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하다.
그는 농심 창업주 고 신춘호 전 회장의 장남으로 아버지를 떠나 보낸 뒤인 2021년 7월에 회장으로 취임했다. 그동안은 1979년에 입사를 해 40년이 흘렀지만 그는 철저하게 해외사업만 책임지는 반쪽 CEO를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그가 3년 가까이 온전히 농심의 키를 쥐며 항해를 이어오고 있다.
아버지의 그림자가 워낙 커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코로나19가 창궐하는 속에서 상속을 하고 형제들과 기업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농심도 이제 신춘호와 함께 끝이 난 게 아닌가' 하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 게 사실이다. 2년여 기간 매출이 크게 늘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되레 역성장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이런 말이 전혀 나오지 않을 것 같다. 이미 1분기 실적에 대한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그동안의 우려를 잠재우기라도 하듯 최근 실적 중 최대 매출에 최대 영업이익, 최대 순이익을 내는 성과를 보였다. 양호한 실적의 기반은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뿌린 씨앗들이 착실하게 열매를 거두며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성과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농심의 신동원호는 올해는 물론 향후 몇 년간 쾌속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오지우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농심이 미국 2공장 가동 효과로 생산 효율성이 증대되고 해상운임 등 경영비용이 감소하면서 이익 기여도가 높아졌다"며 "1분기 이익 증가분의 절반 이상이 미국으로부터 창출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 2∼4분기에도 국내와 미국 중심의 성장과 이익 개선이 계속될 전망"이라며 "주요 원재료의 가격 하락, 미국 3공장 검토 등 기대 요소가 많다"고 부연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 역시 "국내외 가격 인상, 원재료 투입 단가 안정화에 따른 수익성 회복에 북미 지역의 강한 수요 성장이 더해지면서 중기적으로 전사적인 이익 증가가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NH투자증권은 농심 목표주가를 기존 43만원에서 51만원으로 올렸으며 키움증권은 50만원에서 56만원으로, 이베스트투자증권은 49만원에서 52만원으로 각각 높이며 농심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제 농심의 신동원호는 세계적인 식품회사로 성장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회사는 멈춰 있으면 도태되기 십상이라서 도약을 할 수 있을 때 과감하게 점프를 할 필요성이 있다. 물이 들어올 때 노를 힘차게 저어야 하는 이유다.
적어도 2030년이 오기 전까지 농심을 글로벌 식품회사로 자리매김하게 하는 밑걸음을 놓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 3조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는데, 적어도 10조원 정도의 회사를 만들어야 하는 책임이 그의 어깨에 걸린 것인지도 모른다.
농심의 신동원 호는 성장이 적체된 국내시장보다는 해외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늘며 성장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4억9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는데 2025년엔 8억달러 규모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시장에서만 1조원이 넘는 매출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여세를 몰아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 시장에서 '라면 한류'를 이루는 것은 물론 중국, 아세안, 중동 등 아시아 시장과 유럽 시장까지 공략을 이어가 해외시장에서 그룹 매출의 50% 이상을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신동원 농심 회장은 그동안 라면, 백산수 등 기존 식품의 한우물에서 벗어나 신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는 모양새다.
식물성 대체육 개발을 통한 비건 식품을 비롯해 노인 인구의 급증과 함께 수요가 늘어나는 건강기능식품, 기후 위기 속에서 식량 안보를 위한 스마트팜 사업 등을 새로운 먹거리로 적극 공략하겠다는 태세다. 자체 기술개발은 물론 가능성 있는 기업의 인수합병을 통한 지름길도 모색하고 있다.
그는 지난 3월 주총에서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 미국에 라면 제3공장 설립을 구체화할 것"이라고 밝히는가 하면 신년사에서 "건기식과 식물공장 솔루션, 외식사업을 고도화해 육성하고 사업 역량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들의 인수합병을 적극 검토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농민들의 반대로 진전이 안 되는 스마트팜 사업을 적극 추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후 위기가 보편화돼 언제든 우리에게도 식량 위기가 닥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대비해 스마트팜 설립이 가능한 중동 등의 국가에서 현지 수요는 물론 미래 국내 수요 대비를 위한 식물공장 솔루션에 대해 과감한 투자와 기술개발을 통한 밑그림을 그려 나갔으면 하는 요청이다.
40년이 넘는 회사 생활을 거쳐 이제 막 회장에 올라 농심의 키를 쥐고 있는 신동원 CEO는 늙었다기보다는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라면이라는 성숙기의 산업에서 새로운 성장기를 일궈 나가고 있듯, 이제 그의 행보 앞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수도 있다. 오랜 경륜이 빛을 발하며 국내 회사로서 식품 산업에서도 세계적인 영향력이 있는 회사가 하나둘쯤 나오는 데 크게 기여해 줄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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