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의료 서비스의 양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데서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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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간호사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2023 국제간호사의 날 기념 축하 한마당' 행사에서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
[소셜밸류=김완묵 기자] 국민 분열 양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간호법이 오는 16일 열리는 국무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안 공포 또는 재의요구 시한이 오는 19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의사협회는 대통령이 간호법과 의료법 개정안(일명 의료인면허 취소법)을 공포할 경우 17일 총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경우 의사와 치과의사는 물론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등에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등 10여 개 의료 직역이 업무를 중단하면서 보건의료, 요양보호 시스템이 마비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서 현직 간호사와 전국 200여 개 간호대 학생들이 국제 간호사의 날인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간호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날 김영경 대한간호협회 회장은 "간호법은 우리 보건의료의 미래를 지탱하고 국민들께서 바라는 간호와 돌봄 수요를 충족하여 국민 건강을 증진하고 환자 안전을 지키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을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간호대학에 재학 중인 예비간호사들은 "간호사들은 간호법이 없어 법적인 보호를 받기 어렵고, 선배들은 환자 곁을 떠나가고 있다"며 간호법 공포를 호소했다.
지난달 27일 여당의 표결 불참 속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은 현행 의료법에서 간호 관련 내용을 분리한 것이다. 간호사, 전문 간호사, 간호조무사의 업무를 명확히 하고 간호사 등의 근무 환경·처우 개선에 관한 국가 책무 등을 규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간호계는 간호직무 범위, 근로조건 개선, 간호인력 부족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으며,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단체는 간호법이 환자 진료와 처방에 있어 역할과 책임을 침해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는 상태다.
당초 이 법안 제안은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간호 및 돌봄 서비스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현행 의료법은 간호사의 역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간호 인력 확보와 근무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전해진다.
법무법인 효성의 따르면 현재 발의된 법안의 내용은 한국은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 등으로 인해 보건의료와 복지 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며 신종감염병 대응과 돌봄ㆍ요양서비스의 강화로 전문적인 간호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게다가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며 의료 및 간호 서비스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지역사회 통합돌봄체계 구축을 위한 간호ㆍ돌봄 인력과 1급감염병 대응을 위한 간호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 같은 한국의 고령화와 만성질환 중심 질병구조의 변화로 인해 의료기관 외에서도 전문적인 간호서비스가 필요해지고 있으나, 현재 의료법은 의료기관 이외의 간호와 조산 업무 등을 체계화하는 데 한계가 있어 간호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반발하는 의료계에서는 특정 직업군에 대한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입장이며 현행 의료법과 별개로 간호법이 제정될 경우 환자 진료와 처방에 있어 다른 의료인의 역할과 책임이 침해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간호사의 업무 범위가 의사 고유의 영역인 환자 진료, 처방을 침탈하고, 간호사가 독자적으로 진료를 수행하게 된다면 의료기관을 단독 개원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또한 간호조무사협회와 요양보호사들은 간호법 제정안에 담긴 '간호조무사 및 요양보호사를 간호사의 지도 및 감독 하에 두도록 한다'는 부분에 대해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필자는 고령 인구가 증가해 의료 서비스 필요성이 크게 증가하고 향후 더욱 증대될 것을 감안하면 의료 서비스 인력 확대가 절실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아마도 대부분의 국민들은 현재 의료 인력 및 서비스 부족을 체감하고, 향후 이 문제는 노령 인구가 급증하고 1인 가구가 50% 가까이까지 늘어날 것을 감안하면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을 것이다. 최소한 간호 서비스라도 받고 싶은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의료 서비스가 너무 제한적으로 운영되다 보니 서비스에 대한 갈증과 불편, 불만을 느끼는 점에서도 공감하고 있을 것이다.
의료 서비스의 질에만 너무 의존할 때가 아니다는 소리다. 다소 질이 떨어져도 양의 증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 점에서 의사협회와 정부는 이번 간호법 제정을 무산시킬 경우 시급하게 대안을 모색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즉 의료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즉각 검토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요구다.
일례로 소아과 의사들이 부족해 소아나 어린이들이 진료 받기가 너무 어렵고 이런 문제로 아기 낳기가 두렵다는 가임 여성들의 목소리까지 들리는 실정이며, 산간벽지는 물론이고 지방에서는 의료 서비스를 받는 게 점점 힘들어질 것이라는 걱정이 대두하고 있다.
그동안 의료법이 너무 경직되게 운영돼 직역 간에 불만이 누적되는 데다 의사라는 직역 위주로 제정된 국내 의료법에 한계가 노출되고 있다 할 수 있다. 이 같은 문제는 국내 의료법이 미국이나 일본의 의료법이나 체계에 의존해 제정된 점에도 있을 것이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의료 인력 부족으로 인한 심각한 갈등과 복지 문제를 겪고 있고, 우리나라도 그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어느 직역을 봐주고 하는 문제를 떠나서 정부와 여당, 의사협회-간호사협회는 얼굴을 맞대고 국민을 위한 의료법 개정에 나서길 촉구한다.
갈등의 핵심은 결국 국민의 의료 복지에는 안중에 없는 밥그릇 싸움이라고 본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국민 의료 서비스의 양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데서 찾아야 한다. 그것은 원격 의료 서비스 도입은 물론 의료-간호 인력의 획기적 증대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정부와 여당, 의사협회의 보다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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