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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현모 KT 대표/사진=KT 제공 |
[소셜밸류=김완묵 기자] KT가 오는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구현모 대표 연임 여부 결정을 앞두고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는 마쳤어야 할 임원 인사를 단행하지 못하고 관망하는 분위기다.
이는 3월 말쯤으로 예상되는 올해 주총에서 차기 CEO로 내정된 현 구현모 대표가 쉽게 승인을 받을 수 있다는 전제가 있어야 가능한데, 이게 표대결이 예상되면서 안갯속에 가려져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차기 CEO가 확실하게 결정되지 않아 인사 등 중요한 일이 정지상태라고 하는 게 옳을 것 같다. 왜냐하면 기업의 특성상 차기 CEO가 결정돼야 함께 일할 사람들이 정해지고 앞으로 역점을 두고 진행할 사업 방향도 설정이 된다. 이 때문에 구현모 현 대표가 인사 등 중요한 일을 단행한다면 이것은 임시방편이고 무의미한 일이 될 수도 있다.
KT는 이런 사업의 단절 등 폐해를 막기 위해 사실 자체적으로 CEO 선정절차를 거쳐 구현모 현 대표를 차기 대표로 내정한 바 있다. 주총에서 추인만 받으면 되는 정도로 확정한 것이다. 하지만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이에 대한 반대의사를 표하면서 내부 절차 진행이 무의미하게 돼 버렸다.
결국 오는 3월 주총에서 표대결 가능성이 높아졌고 안갯속이 된 상황이다. 아마도 구 대표가 주총에서 추인을 받지 못하면 새 대표 선출절차에 들어가고 국민연금의 즉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개입된 인사가 차기 CEO로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KT와 같은 거대기업이 3년마다 왜 이런 홍역을 치러야 할까. 국민소득 3만달러 수준으로 이미 선진경제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되는 한국경제에서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일까.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국민연금이 국민의 필요가 아니고 정부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기관으로 변질돼서 나타나는 웃고픈 현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 KT의 구현모 대표는 노조원의 절대다수가 가입한 기존 노조를 비롯해 주주들, 여론 등에서 상당한 지지를 얻고 있다. 3년 동안 이뤄낸 개혁모드, 상당한 실적개선, 투명한 경영시스템 정착 등으로 경영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유일하게 '딴지'를 거는 세력이 있다. 바로 소수가 모인 새노조와 국민연금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정치세력인 것으로 보인다.
1980~2000년 제너럴일렉트릭(GE)에서 20년을 CEO로 장기재직한 잭 웰치(88)는 당시 경영의 신으로 추앙받았다. 20년 재직기간 그는 GE를 세계 최고의 우량기업으로 성장시킨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GE가 영위하는 업종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선구안도 있었기 때문에 선제적인 구조조정과 인수합병, 기업 매각 등을 통해 GE가 끊임없이 거듭나도록 만들었다. 그의 경영기법이 100% 성공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결국 GE가 강하게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평가된다.
그는 20년 장기집권한 부담감도 있었고 후진을 충분히 양성했다고 생각해 박수 칠 때 떠나라고 새천년이 열리는 2000년 홀연히 경영계를 떠난 바 있다. 아쉬움도 있다. 10년 정도 더 CEO로 일했더라면 지금의 GE는 어떤 모습일까.
필자는 한때 이런 기대를 KT의 황창규 전 CEO에게 걸은 적이 있다. 하지만 외풍이 거센 상황에서 한계는 있었던 것 같다. 아울러 다른 기업에서 유능한 CEO였더라도 직종이 다른 기업에선 시행착오가 있을 수밖에 없고 결국 크게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채 떠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구현모 대표는 좀 다르다고 본다. KT를 너무나 잘 알고 또 업계를 잘 알아서인지 그는 취임 초부터 자기의 길을 걷고 있다. 그가 추구한 길은 처음엔 긴가민가했지만 지금은 박수가 되어 돌아오고 있다. 실적이나 사업의 확장성에서도 힘이 붙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기업 역시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은 것이라서 상당하게 리듬감 있는 물결을 타기 마련이다. 이런 물결을 잘 활용할 줄 아는 CEO가 아닌가 생각된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리듬의 모든 게 시계제로인 안개 형국에서 멈춰져 있는 모습이다. 지금이라도 구현모 대표를 비롯한 KT 직원들의 심장이 다시 뛸 수 있도록 안개만이라도 걷어 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만약 다른 CEO가 새로 KT에 취임을 한다면 최소 1년은 이런 경영공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KT가 과거 걸어왔던 길이기도 하다.
경쟁사는 중단 없이 쉼 없이 뛰어가는데, 3년마다 1년 쉬었다 뛰어가는 경쟁이라면 이기기는 거의 힘들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 책임은 과연 누가 질 것인가. 과거에도 그랬듯이 아무도 지지 않을 것이다. 그 짐은 오로지 국민과 직원, 주주들이 나눠 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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