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공대에 미친 중국, 의대에 미친 한국'을 해결할 단서는 기업에 있다

인물·칼럼 / 김완묵 기자 / 2025-07-27 08:07:58
기업들의 규제를 풀고 기업들이 마음껏 춤추게 만들 수만 있다면
'공대에 미친 중국, 의대에 미친 한국'이란
병리적 현상을 풀어갈 열쇠가 될 수 있어
▲27일 밤 10시에 KBS 1TV에서 생방송되는 KBS 특집토론 '공대에 미친 중국, 의대에 미친 한국'/사진=연합뉴스 제공

 

[소셜밸류=김완묵 기자] 공영방송 KBS가 던진 '공대에 미친 중국, 의대에 미친 한국'이란 사회적 이슈가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었지만 큰 문제의식 없이 넘겼던 한국과 중국의 교육과 인재양성, 직업, 인벤토리 차이나, 인재 탈출, 정치경제에 이르는 한국과 중국의 민낯을 가감없이 보여준 때문으로 보인다. 

 

'의대에 미친 한국'에 나오는 사람들의 말을 빌리면 한국 학부모의 방향성이 공대가 아닌 의대 쪽으로 설정된 것은 1990년대 말 터진 IMF 외환위기가 계기가 되었다. 외환위기라는 트라우마가 단순한 경제 현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집단의 정신구조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쳤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필자도 한국인의 의식구조가 이때부터 정의나 명분보다는 돈과 먹고사는 문제로의 쏠림현상이 나타났다고 본다. IMF 이전까지 젊은 엘리트집단이나 대학생들의 사고를 지배하던 문제는 돈과 먹고사는 것보다는 민주화와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것이었다. 이때만 해도 문과는 인문-사회과학이 사이 좋게 이끌고 이과는 공대와 의대가 공존하는 구조였다고 본다. 하지만 IMF 이후에는 국가와 직장, 대학이 먹여 주던 시대는 끝나고, 모든 것을 자신 스스로가 해결해야 하는 각자도생의 시대가 펼쳐지면서 황금만능주의 내지는 배금현상이 사회 곳곳에 퍼지기 시작했다.

 

한국사람들의 거의 모든 사고의 중심점이 '돈이 있어야 살 수 있고 돈이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로 귀결되면서 실용주의화되고 인재들 역시 안전하게 먹고 살 수 있으며 때론 큰 부도 누릴 수 있는 직업에 대한 선망을 갖게 됐다. 이렇게 찾아낸 직업이 의사, 변호사와 같은 '사자' 집단이거나 벤처기업과 같은 사업자나 창업가였다. 2010년대 이후에는 창업환경마저 어려워지면서 의사와 변호사를 갈망하는 구조로 고착화되었다고 본다. 

 

특히 2000년대 들어 세계적으로 기술전쟁이 시작되면서 이공계 인력이 주류가 되고 그중에서도 안전하게 평생 돈벌이를 할 수 있는 의사를 향한 열망이 커졌다고 본다. 최근에는 한국의 경제성장 속도가 둔화되면서 의대, 약대, 치대, 한의대, 수의대 등 의대를 향한 열망은 사회적 병리현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공대에 입학하고도 의대로 진학하는가 하면, 자퇴를 해서 반수를 해 의대에 다시 도전하는 현상이 만연해 있다. 이러니 공대에 우수 인력이 모이지 않고 한국의 공대가 우수 인력을 배출하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

 

하지만 공대에 미친 중국은 첨단 산업에서 한국을 추격하는 입장을 벗어나 앞서 나가는 이른바 '인벤토리 차이나' 현상이 굳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태생적으로 중국은 국가 정책이 의사보다는 이공계를 우선하는 기조를 지속하다 보니 인재들이 이공계로 유입되고 지금의 중국 기술 굴기의 배경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지경에서 과연 주변국 한국의 번영이 계속되고 한국 기업들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KBS 취재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한국 이공계 인력은 더 많은 연봉을 찾아 중국이나 미국으로 떠나 돌아오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하니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점점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럼 이런 병리현상을 극복할 묘안은 없는 걸까.

 

결국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단초는 지속가능한 기업에서 찾아야 한다고 본다. 기업이 경쟁력을 유지해 지속가능하게 성장하고 고용을 창출하며 인재를 계속 유지하는 한 한국사회의 병리적 현상도 장기적으로 해결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즉 대학의 인재는 떠나도 기업에 인재가 머무르는 한 한국의 경쟁력은 유지되고 장기적으로 한국의 대학들도 인재 양성의 요람으로 살아남을 수 있으리라고 본다.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은 아직도 성장기 내지는 성숙기를 지나고 있다고 판단된다. 여전히 식욕이 왕성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우리 인재들은 밖으로 향하고 있지만 한국의 기업들은 먹거리를 찾아 안방에 안주하지 않고 시야를 넓히고 있다. 우리 인재들이 생각하는 정도로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은 약하지 않은 편이다. 그런데도 IMF의 트라우마가 있어 지레 겁 먹고 떠나는 인재들이 있는가 하면, 해외 기업들의 막대한 연봉의 매력에 쏠려 떠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우리 기업 엘리트들의 경쟁력은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말한 대로 정치나 관료 집단을 능가하고, 심지어 인재들이 몰려간 의사나 변호사 집단에 버금가는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고 판단된다. 대학생 선발 당시 이공계 수준은 의대에 뒤지고 또 그 인재마저 해외로 유출되고 있는 현주소에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지탱하는 핵심 요소는 이론보다는 실전 감각으로 익힌 테크노 집단이 여전히 폭넓게 자리한 덕분이라고 본다. 

 

즉 '사자'가 될 수는 없는 평범한 인재들이지만 한국 사회의 교육열에 자극돼 대학을 졸업한 인재들이 흘러들어간 기업들에서 취직 이후 갈고닦은 실무나 실전 감각이 거대한 노하우를 형성하고 이게 축적되면서 우리 기업 경쟁력의 핵심요소로 자리잡고 있다고 본다. 따라서 기업들의 규제를 풀고 기업이나 기업인들이 마음껏 춤추게 만들 수만 있다면,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은 여전히 유지될 것이고 인재들의 쏠림 현상도 차차 시간을 두고 해결되리라 본다. 의사 인력을 수요가 부족하지 않게 충분히 배출하게 할 수만 있다면, 장기적으로 대기업 샐러리맨과 의사집단의 연봉이나 안정성 차이도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 증시를 살리고 그 기업들의 주가가 오르고 배당을 많이 주며, 또 그 배당을 주기 위해 활발하게 M&A를 하고 인재를 양성하며, 커가는 기업들을 많이 배출하고 육성하는 것이 결국 '공대에 미친 중국, 의대에 미친 한국'이란 사회적 이슈를 해결하는 단서가 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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