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시선에 들이받는 만화책 '도대체 여고생이 뭘했다고'

스포츠 / 허상범 기자 / 2021-06-07 16:30:55
- 여자, 그리고 미성년으로 대한민국에서 산다는 것.
- 여고생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자 수면 위로 쏘아 올린 네 작가의 지난 기억들
- 네 컷 만화를 비롯한 에세이툰, 단상,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추억의 물건 등 다양한 볼거리 제공
[사진 제공 = 버팔로88]
[사진 제공 = 버팔로88]

몇 년 새 여성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 뉴트로(new와 retro의 합성어)의 열풍으로 지난 유행을 추억하는 콘텐츠가 웹상에서 밈(meme) 현상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책, <도대체 여고생이 뭘 했다고>


네 명의 작가, 그들은 같은 대학 동기로 평소 가볍게 나누던 사담 속에서 소재를 얻게 된다. 네 작가는 다른 유형의 고등학교를 다녔다. 인문계, 특성화고(실업계), 지역 내 고등학교가 두 개 뿐이었던 농어촌계, 그리고 종교적 목적으로 설립된


미션스쿨. 고교생으로서 주어지는 비슷한 상황 속, 다른 분위기의 학창 시절을 보냈다.



- "시골이라 고등학교가 두 개밖에 없었어"


- "미션스쿨은 예배 시간이 있다구?"


- "우리 학교는 3학년이 되면 취업반 진학반으로 나뉘었어."


- "난 야자 대신 미술학원에 갔어."


야자시간 (92-93p)
야자시간 (92-93p)

그래서 도대체 여고생이 했을까?


각자의 다른 경험들 속 교집합은 '여자'라는 성별로 겪는 상황들이다. 장난을 빙자한 성추행, 신체적 구조에 따른 불합리함(월경) 등 아마 대한민국에서 10대 여학생으로 살아가며 누구나 겪었을 법한 일들일 것이다. 책 3장의 <유니폼이 치마일 때 벌어지는 일>에서 엿볼 수 있다.



성희롱(148p) - 박효정 작
성희롱(148p) - 박효정 작

저자들은 겪어온 시간과 오늘날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이 책은 '여자' 그리고 '미성년'으로 보낸 시간에 대한 회고록이기도 하다. '남고생'과는 달리 '여고생'이라는 단어는 퇴색 적인 부분을 크게 차지한다. 쉬운 예로 포털사이트에서 '여고생'을 검색 후 도출되는 이미지들만 보아도 이 단어가 어떤 편견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여성 인권은 10년 전에 비해 크게 달라진 것이 없지만 작은 변화는 큰 움직임의 시작이 된다. 환상에 의한 편견, 성적인 접근의 대상화가 아닌 동등한 '사람'으로 봐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녹아 있다.


소풍 (104p) 김츄(좌), 김다팔(우) 작
소풍 (104p) 김츄(좌), 김다팔(우) 작

'학창 시절' 이라는 밝고 명랑한 성격의 단어를 날것 그대로



누군가에겐 그리운 향수, 누군가에겐 돌이키고 싶지 않은 날들이었을 것이다. 책을 집필하며 10년도 더 된 시절을 회상하며 다양한 감상이 남았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소풍>이라는 즐거움이 연상되는 주제에서도 그 뒷면에는 씁쓸함이 있었음을 그리고 있다. 학창시절의 즐거움과 불편함이 공존했던 시간들을 이 책에 풀어냈다.


그 외 어느 학교마다 있는 괴담, 체벌, 수학여행 등 학교생활을 하며 누구나 경험하는 이벤트와 소재를 바탕으로 네 가지 색깔의 네 컷 만화를 병렬적으로 표현한다.



<도대체 여고생이 뭘 했다고>는 네 컷 만화뿐 아니라 작가들의 에세이. 추억의 물건, 즐겨 먹었던 간식 등 지난 향수를 불러일으킬 읽을거리가 풍부한 책이다. 낡은 추억을 유쾌하고 밀도 있게 풀어내어 독자들에게 깊은 여운과 공감을 제공하고자 한다.


인생의 한 번뿐인 시절, 성인이 되는 서랍을 열기 직전인 10대의 종착지, 누구나 지나왔을 시간을 함께 열어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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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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