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고생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자 수면 위로 쏘아 올린 네 작가의 지난 기억들
- 네 컷 만화를 비롯한 에세이툰, 단상,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추억의 물건 등 다양한 볼거리 제공
몇 년 새 여성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 뉴트로(new와 retro의 합성어)의 열풍으로 지난 유행을 추억하는 콘텐츠가 웹상에서 밈(meme) 현상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책, <도대체 여고생이 뭘 했다고>
네 명의 작가, 그들은 같은 대학 동기로 평소 가볍게 나누던 사담 속에서 소재를 얻게 된다. 네 작가는 다른 유형의 고등학교를 다녔다. 인문계, 특성화고(실업계), 지역 내 고등학교가 두 개 뿐이었던 농어촌계, 그리고 종교적 목적으로 설립된
미션스쿨. 고교생으로서 주어지는 비슷한 상황 속, 다른 분위기의 학창 시절을 보냈다.
- "시골이라 고등학교가 두 개밖에 없었어"
- "미션스쿨은 예배 시간이 있다구?"
- "우리 학교는 3학년이 되면 취업반 진학반으로 나뉘었어."
- "난 야자 대신 미술학원에 갔어."
그래서 도대체 여고생이 뭘 했을까?
각자의 다른 경험들 속 교집합은 '여자'라는 성별로 겪는 상황들이다. 장난을 빙자한 성추행, 신체적 구조에 따른 불합리함(월경) 등 아마 대한민국에서 10대 여학생으로 살아가며 누구나 겪었을 법한 일들일 것이다. 책 3장의 <유니폼이 치마일 때 벌어지는 일>에서 엿볼 수 있다.
저자들은 겪어온 시간과 오늘날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이 책은 '여자' 그리고 '미성년'으로 보낸 시간에 대한 회고록이기도 하다. '남고생'과는 달리 '여고생'이라는 단어는 퇴색 적인 부분을 크게 차지한다. 쉬운 예로 포털사이트에서 '여고생'을 검색 후 도출되는 이미지들만 보아도 이 단어가 어떤 편견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여성 인권은 10년 전에 비해 크게 달라진 것이 없지만 작은 변화는 큰 움직임의 시작이 된다. 환상에 의한 편견, 성적인 접근의 대상화가 아닌 동등한 '사람'으로 봐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녹아 있다.
'학창 시절' 이라는 밝고 명랑한 성격의 단어를 날것 그대로
누군가에겐 그리운 향수, 누군가에겐 돌이키고 싶지 않은 날들이었을 것이다. 책을 집필하며 10년도 더 된 시절을 회상하며 다양한 감상이 남았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소풍>이라는 즐거움이 연상되는 주제에서도 그 뒷면에는 씁쓸함이 있었음을 그리고 있다. 학창시절의 즐거움과 불편함이 공존했던 시간들을 이 책에 풀어냈다.
그 외 어느 학교마다 있는 괴담, 체벌, 수학여행 등 학교생활을 하며 누구나 경험하는 이벤트와 소재를 바탕으로 네 가지 색깔의 네 컷 만화를 병렬적으로 표현한다.
<도대체 여고생이 뭘 했다고>는 네 컷 만화뿐 아니라 작가들의 에세이. 추억의 물건, 즐겨 먹었던 간식 등 지난 향수를 불러일으킬 읽을거리가 풍부한 책이다. 낡은 추억을 유쾌하고 밀도 있게 풀어내어 독자들에게 깊은 여운과 공감을 제공하고자 한다.
인생의 한 번뿐인 시절, 성인이 되는 서랍을 열기 직전인 10대의 종착지, 누구나 지나왔을 시간을 함께 열어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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