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에서 못다한 '미지니'의 이야기
Q1. '미지니'라는 사람에 관하여
미지니: 뮤즈의 즐거움을 노래하는 미진입니다!
한별: 뮤즈의 서한별입니다!
한별: 제가 한 번 찾아봤어요. 유튜브에서 '미지니' 를 검색했을 때 제일 먼저 나오는 게 ‘후드집업’.
미지니: 아, 맞아요. 돈 쓴 뮤직비디오!
한별: 어쩐지 퀄리티가 달랐어요. 여자 배우가 예뻤어요.(웃음)
미지니: 어, 그쵸? 저도 그게 제일 마음에 들었어요. 아마 제가 나왔다면 그만큼 조회수는 나오지 않았을 거예요.
한별: 색감도 예뻤어요.
미지니: 큰 맘 먹고 돈 좀 써서 찍은 뮤직비디오였습니다!(웃음)
한별: 2017년도 첫 앨범이죠?
미지니: 네, 첫 솔로 앨범이었어요. 그전에는 밴드를 했는데, 밴드 앨범만 줄곧 내다가 2017년에 처음으로 독립해서 솔로 앨범을 냈어요.
한별: 밴드 활동을 얼마나 하신 거예요?
미지니: 아마추어 밴드까지 시작하면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했어요. 거의 10년 넘었죠. 10년 넘었다 하니 되게 나이 많아 보이네? 이건 지워주세요. (웃음)

Q2. 예술가로서의 활동 계기
한별: 저희가 사전 인터뷰를 했잖아요? '어쩌다 음악을 하게 되셨나?'는 질문이었어요. 그랬더니 뭐라고 답변하셨냐면, 중학교 때 친구가 ‘너 노래 잘한다.’라고 했더니 ‘그래 음악 해볼까?’라고 말한 게 계기가 되었다고.
미지니: 맞아요. 그때는 귀가 얇았나 봐요. 제가 시골에 살았거든요? 저희 집 앞에는 파밭이 있고, 뒤에는 산과 계곡이 있어요. 다니던 중학교 전교생이 300명도 안 되었어요. 노래방 같은데 가려면 버스를 타고 한 40분 가야 돼요.
한별: 시내로 말이죠?
미지니: 네, 살던 곳이 '리'였어요. 어느 날, 친구가 우연히 좋은 문명을 발견했다며 저를 노래방에 데리고 갔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그래서 매주 갔어요. 나중에는 그 친구가 ‘너 노래 잘하니까 노래해라’ 이러면서 중학교 축제, 고등학교 축제에 CD를 준비해 오고 그랬어요. 옷도 다 구해와서 입혀주고. 그렇게 노래를 하게 되었어요. 어렸을 때 꿈이 개그맨이어서 약간 일맥상통하지 않나 생각도 좀 들어요.
한별: (웃음) 관종이라는 점에서는?
미지니: 그쵸, 약간 좀 비슷한 것 같아요. (웃음)
한별: 관종의 길을 가야만 하는...?
미지니: 그래서 그렇게 음악을 시작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쭉 하고 있네요.
Q3. 작곡한 노래 중에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한별: 정규앨범 내신 것, 유튜브 영상 이런 것들을 찾아봤거든요? 거기에서 향수라는 무대.
미지니: 향기, 향기.
한별: 아, '향기'를 들었어요. '후드집업, 향기, 별' 이렇게 1집 앨범이죠? 저는 이중에 향기가 가사가 제일 좋았어요.
미지니: (놀람)진짜요? 제 최애곡(최고로 애정하는 곡)이에요!
한별: 저랑 통하셨네요.(웃음)
미지니: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곡이에요. 제가 썼던 곡 중에서 제일 맘에 드는데, 제일 모르더라고요 사람들이.
한별: 아무래도 사람들은 타이틀 곡을 많이 들으니까.
미지니: 타이틀곡은 타이틀곡이어서 좋아하고, 별은 발라드여서 사람들이 좋아하는데 중간에 껴서 그런지 '향기'는 별로 안 듣는 것 같아요.
한별: 제일 좋았는데. (아쉬움)
미지니: 가사도 '내가 썼지만 정말 잘 썼다!' 이런 생각했어요. (웃음)
한별: 저도 되게 많이 공감한 게 그 가사가 향기라는 냄새 다음에 촉감도 같이 나오잖아요? 저도 예전에 남자친구를 사귀면 꼭 향수를 사줬어요. 내가 좋아하는 향기를 계속 맡고 싶으니까.
미지니: 저도 그런 의미를 담아서 썼어요. 사실 화이트머스크 향을 좋아하진 않는데, 생각나는 단어가 그거 밖에 없어서 쓰긴 했는데. 약간 살 냄새가 좋은 사람 있잖아요? 그걸 생각하며 썼었죠.
한별: 참 잘 쓴 것 같네요. 전 살냄새 많이 좋다 그러는데.
미지니: 한 번 맡아봐야 겠네요. (웃음)
한별: 근데 자기 살냄새는 잘 모른대요.
미지니: 저는 지금 손소독제 냄새 나는데 이거 어떻게 된거죠? 아, 이거 손소독제를 쓰셔야 돼요. 코로나바이러스가 유행하고 있잖아요.
한별: 캠페인적인 말 필요하다 생각해요.
미지니: 다음! (웃음)
출처: 뮤즈TV 유튜브
Q4. 최근 활동에 관하여
한별: 18년도에 앨범을 또 내셨죠?
미지니: 맞아요. 친구가 곡을 쓰고 제가 노래를 부른건데, 제 이름으로 앨범이 발매 되었어요. 아마 '불량식품'일 거예요.
한별: 맞아요. '달고나'.
미지니: 네, '달고나'. (웃음)
한별: 친구분이 쓰시고?
미지니: 네, 친구가 쓰고 제가 녹음을 했어요. 근데 제 이름으로 앨범이 나와서 감사하죠. 그동안 앨범 곡 작업은 제가 계속 했는데 마음에 안 들어서 못내고 있었거든요. 친구가 같이 하자 그래서 앨범을 내게 되었죠.
한별: 어쩐지 느낌이 약간 달랐어요. 그리고 17년도와 18년도 곡 분위기가 많이 달라서, 심경의 변화가 생겼다? 엄청난 심경의 변화가 .(웃음)
미지니: (웃음) 아니요, 변화하진 않았어요. 전 똑같은데.
한별: 남자가 바뀌었다?
미지니: (웃음) 남자가 쓴 곡이에요. 그 남자가 친구의 남편이거든요. 근데 친구가 남편 보고 '노래가 높은데 부르기 괜찮아?' 이래서 저한테 가이드 곡을 불러달라 부탁했어요. 근데 제가 생각보다 키(음정)가 높은 편이어서 어렵지 않게 불러서 보냈거든요. 근데 남편이 들어보더니 ‘앗, 누나랑 같이 작업해야겠다.’ 해서 저랑 같이 작업을 하게 됐죠.
한별: 음역대가 되게 높으시던데 어디까지 올라가세요?
미지니: 어, 그냥 순차적으로 음을 올리는 발성연습을 할 때는 2옥타브 ‘레, 미’까지 올라가는데, 그냥 노래 부를 때 찍고 내려오라 하면 더 많이 올라갈 수도 있겠네요.
한별: 제대로 된 발성으로 하면 '레, 미'까지?
미지니: 톤은 유지할 수 있어요. 레~~~!!! 이렇게? (웃음)
한별: 어, 이거 아닌 것 같은데? (웃음)
미지니: 이렇게 할 수 있는데. 노래 부르면서 찍고 오는 것은 더 많이 갈 수 있는 것 같긴 해요. 노래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지만.
한별: 확실히 미지니님 노래가 밝은 느낌이, 음역대가 되게 높아서 그런 느낌이 많이 있었어요.
미지니: 그런가 봐요. (놀람) 그런 생각 한 번도 못해봤는데 그런가 봐.
한별: 근데 가사를 쓰신 것 보면 밝긴 밝은데, 약간 침침한 면이 있긴 해요.
미지니: 어느 곡에서 그런 것을... 아, 별? '별'은 제가 힘들었을 때 쓴 곡이에요. 제가 되게 서울 사람 같이 생겼지만 시골 사람이잖아요?
한별: 어, 어떤 면이...? (웃음)
미지니: (웃음) 좀 도시 사람같이 생기지 않았어요? 머리도 지금 탈색했다구요.
한별: 그쵸. (웃음)
미지니: 그래서 서울 올라와서 좀 힘들었을 때 쓴 곡이에요. 제가 지금 여기 촬영하는 곳보다 작은 방에 살았거든요. 여기보다 반만 한 방에? 그래서 창문을 열면, 요즘에 그런 말 하잖아요? 한강뷰, 오션뷰? 근데 저는 벽뷰였거든요.
한별: 벽뷰?(웃음)
미지니: 옆집 벽뷰. 이렇게 문 열면.(웃음)
한별: (웃음)
미지니: 거기서 6년을 살았어요. 그러다 보니까 한 2년째부터 약간 우울증이 오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돌이켜보니까 약간 공황이었던 것 같아요. 집에 들어가면 머리가 핑글핑글 돌고, 핸드폰 전화벨 울리는 게 싫어가지고 핸드폰도 꺼놓고, 카카오톡 같은 알림도 꺼놓고.
밖에 나가서 사람 많은 공간을 가면 숨이 막히고 그랬거든요? 그래서 맨날 이불 뒤집어쓰고 울었어요. 왜 울었는진 모르겠는데. (웃음) 근데 제가 그때 아침 알바를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저녁 여섯시에 나와야 되는 스케줄이었는데, 그때가 어둡잖아요?
한별: 맞아요.
미지니: 어두운 상태에서 나와서 지하에 있는 커피숍에서 알바를 하고, 오픈 알바를 하고 퇴근하면 새벽 두시였거든요. 그러면서 사람이 아침 해를 못 보니까 되게 우울해졌나 봐요.
한별: 맞아요. 해를 봐야 돼.
마지니: 그렇게 이제 밤에 걸어가고 있는데 초저녁에 별이 하나가 딱 뜬 거예요. 해도 있는데, 달도 있고 별도 있는 거예요. 근데 그 별을 보면서 '아, 쟤도 나처럼 일찍 출근했네' 약간 이런 느낌 있잖아요. 그래서 약간 동질감을 느껴서, 그날 바로 작업실 와서 쓴 곡이 '별'이에요.
한별: 바로 쓰셨구나.
미지니: 5분도 안 걸렸던 것 같아요. 가사하고 멜로디까지 하는데 5분도 안 걸렸어요. 근데 그 곡을 되게 사람들이 좋아했는데 못 불러요. 너무 높아서. (웃음) 라이브로 그 노래를 부르면 그 시절이 자꾸 생각나서 울컥울컥해서 제대로 한 번도 불러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라이브를 잘 안 해요.
한별: 그 '별'이라는 곡이 유튜브 영상에는 기타 반주로만 한 곡도 있고, 음원은 피아노로 진행하는데 저는 피아노로 하는 게 더 좋았어요. 더 찰떡이었어요.
미지니: 저도요. 좀 더 감성이 풍부해지는 그런 기분이죠.
한별: 아마 '후드집업' 그 노래가 인기 있는 것도 물론 뮤직비디오에 돈을 많이 썼지만 (웃음) 피아노로 먼저 비트를 때리잖아요? 그거랑 잘 어울려요.
미지니: 편곡자님 감사합니다. (웃음) 편곡자님이 되게 신경 많이 써주셔가지고, 제 처음 가이드 버전 듣고 음원 버전을 들으면 '노래가 이렇게 달라질 수 있나?' 할지도 몰라요.
한별: 처음 가이드는 왠지 되게 'Jazz 하게?' 했을 것 같아요.
미지니: 아니에요, 처음에는 코드가 네 개 밖에 없었어요.
한별: 네 개 밖에 없었어요? (놀람)
미지니: 네, 그냥 네 개 가지고 쓴 곡이에요. 처음부터 끝까지 네 개 밖에 안 나와요. 근데 이제 베리에이션을 해가지고 코드도 많이 추가시키고, 악기도 많이 추가시켰죠.
한별: 아, 그러니까 원래부터 밴드 곡이 아니라?
미지니: 원래는 기타로만 해서 곡을 썼는데, 밴드 곡이 된 거예요.
한별: 약간 그 느낌도 났어요. '와인루프'.
미지니: '와인루프'가 뭐지?
한별: '와인루프'라는 아티스트.
미지니: 아, 아티스트?! 이거 편집해주세요. (웃음)
한별: (웃음)
미지니: 아, 정말요? 좋은 아티스트잖아요? 와하하! (당황) 이거 살리실 것 같은데? 웃겨서.
한별: 웃긴데?
Q5. 음악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힘들었던 순간들
권호: 그간 힘들으셨을 텐데 어떻게 계속 음악활동을 하시게 되었는지.
미지니: 그때 제가 되게 힘들어서 음악을 포기할까 생각도 했었는데 어떤 분을 만나게 됐어요. 밴드하시는 분인데 사실, 제가 만나기 힘들거든요? 그분은 메이저이고 저는 시작 단계였으니까. 근데 우연한 기회로 페이스북 이벤트를 통해 만나게 됐어요. 그래서 영상을 같이 촬영하고 노래도 같이 부르게 됐는데, 제가 '앞으로 힘들어지면 종교를 가져야 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였거든요. 근데 그분이 ‘너 교회 다니니?’ 이러길래 ‘아니요? 안 다니는데요?’ 그랬더니, ‘내가 교회 다니는데 찬양팀 할 생각 있으면 와라’ 이러시는 거예요. ‘네’라고 대답했지만, 솔직히 ‘아, 교회가 멀면 안 가야겠다’ 생각했거든요? 근데 그때 당산에 살았는데 그 교회가 여의도에 있는 거예요. 안 가기엔 너무 가깝잖아요? ‘아 이거 빼박 가야 되잖아!’ 이러면서 갔는데, 거기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을 통해 많은 위안을 얻었던 것 같아요. 그 계기로 교회를 계속 다니게 되면서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어요. '죽으란 법은 없겠다'는 생각도 많이 들면서 계속 노를 저어 갈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저한테는 터닝포인트였던 것 같아요.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음악을 쭉 해왔고 대학교 때까지도 한 번도 힘들었던 적이 없었는데, 졸업하고 나서는 그게 터닝포인트였던 것 같아요.
한별: 그럼 어떤 것 때문에 힘드셨던 거예요?
미지니: 어, 정확히 잘 모르겠어요. 모르겠는데, 그때 제가 하던 일이 실용음악학원 실장이었어요. 아침 열한시쯤에 출근해서 밤 열시에 퇴근하는 스케줄이었는데, 학원이 강남에 있고 집이 당산이어서 좀 더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스케줄이었어요. 계속 학원에서 애들 가르치고 하니 밖을 못 나가잖아요? 그 생활을 일 년 정도 했는데, 제가 그동안 활동적인 일을 하다가 사무실에만 있으려니 좀 힘들었던 것 같기도 해요. 고향 집에서는 마당이 있고 뒤에는 산도 있고, 뛰어다니면서 놀았는데, 되게 좁은 방에서 살려고 하니까 좀 갑갑하고 힘들었던 것 같기도 해요. 엄마 밥도 먹고 싶고 그랬던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드네요.
한별: 그래서 '별'이라는 곡이 나온 게 아닌가요?
미지니: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별'이란 곡을 썼죠.
Q6. 최근 활동
한별: 버스킹도 하신다고 들었거든요. 주로 어디서 하세요?
미지니: 방방곡곡 다 해요, 다. 서울에서는 전역으로 다 하고요. 김포, 고양에서도 했었고, 하여튼 여기저기에서 많이 했어요. 지하철역에서 하고, 고을에서도 하고, 시장에서도 했어요.
한별: 시장에서도요?
미지니: '시장 활성화 사업'과 연계가 되어서.
한별: '서울시'와 함께 말이죠?
미지니: 네, '거리예술존'이라고 있는데, 서울시에서 합법적으로 버스킹 할 수 있는 아티스트를 1년에 150명 뽑아요. 그 오디션을 통해 한 3년째 하고 있죠.
한별: 아, 한 번 뽑히면 몇 년 동안 할 수 있나요?
미지니: 1년. 1년 하고 오디션 보고 또 1년 하고 오디션 보고.
한별: 계속 오디션을 보신 거네요? 3번이나, 3년이나 하신 거네요.
미지니: 네. 그리고 작년에는 우수 아티스트였어요. 그래서 올해는 '프리 패스'로 그냥 하지 않을까.
한별: '프리 패스'?
미지니: 오디션을 안 봐도 선정되는.
한별: 오우!(박수)
미지니: 돈 많이 벌어야지~!
한별: 그럼 고정 멤버도 있으신 거예요?
미지니: 버스킹 할 때요? 보통 솔로로 많이 하는데, 지금은 곡 써주는 친구 남편, 친구랑 셋이서 같이 다니기도 해요. 제가 대학교는 실용음악 쪽으로 갔는데 대학원은 뮤지컬 전공을 했거든요. 그래서 대학원에서 전공한 걸 좀 살리고 싶어서, 그 팀과는 뮤지컬 넘버 위주로 버스킹을 해요. 편곡을 다시 해가지고.

Q7. 예술가, 뮤지션으로 살아가는 것
한별: 요즘에 홍대에 버스킹 하는 분들이 많으니까. 홍대에 가면 되게 좁은데 그 공간에 엄청 많은 버스커들이 있잖아요? 근데 그 버스커끼리 서로 싸우듯이 경쟁하듯이 노래하고, 그런 것도 되게 많잖아요? 확실히 노래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많아졌고 공간은 부족한 것 같아요.
미지니: 맞아요. 무대가 많이 줄어들었죠. 처음 2014년도, 15년도에 첫 밴드 앨범 내고 클럽 공연을 다녔을 때만 해도 클럽이 되게 많았거든요? 저희 신인 아티스트들이 설 수 있는 무대가 좀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아무래도 경영난 때문에 클럽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다 보니까, 유지가 되는 클럽들은 대관 같은 것들로 많이 먹고사는 추세가 됐고, 기획 공연을 하기에는 클럽도 부담이 되고, 아티스트도 부담인 상황이 된 거죠. 페이를 거의 못 받을 때도 있었어요. 마지막으로 밴드 공연을 했던 클럽에서는 저희 팀명으로 10명 이상 와야 정산을 해주는데, 3만 원을 받은 적이 있었어요.
한별: 3만 원이요? (놀람)
미지니: 그러면 치킨 먹고 땡!이에요. 근데 지금은 공연장이 더 많이 없을 거예요. 공연장이 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티스트들이 좋은 무대에 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간혹 열정페이처럼 재능기부를 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있어요. 근데 저는 재능기부에 대한 정의를 잘 모르겠지만, 재능기부라는 게 내가 해준다고 해야 되는 게 아니잖아요? 재능이 있는 사람이 재능이 없는 사람한테 ‘제가 해드릴게요.’ 이게 재능 기부지. 재능이 없는 사람이 재능 있는 사람한테 ‘재능 기부 좀 해주세요.’ 그런 경우가 되게 많아져서 그것도 조금 걱정이긴 해요.
한별: 그것도 사실, 이제 자기 이름과 곡을 알리고 싶은데 그럴 공간이 없으니까 그걸 이용하려 드는 거죠.
미지니: 맞아요. 이용하는 거죠. 이용해서 좀 나쁘게 써 먹는 건데, 좀 안그러셨음 좋겠어요. 저희 정말 가난하고 배고파요. (웃음) 맨날 라면만 먹어요. 진짜 음악하는 애들은 밥도 못 먹기도 하고. 그래서 소정의 거마비, 5천원 정도는 주셔야 되지 않을까. 많은 뮤지션들이 조금 더 자리 잡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좀 드네요.
한별: 부모님이 한 번도 걱정하거나 반대하지 않으셨어요?
미지니: 처음에 노래 시작하기 전에는, 엄마한테 실용음악 학원 보내 달라고 졸랐는데 엄마가 안 보내줬어요. 그래서 짜증이 나서 제가 다니던 고등학교 축제에 혼자 나가서 노래 불렀어요. 그때가 1학년이었는데, 나가서 혼자 노래 부르는데 엄마에게 오라 그랬어요. 근데 그런 분위기가 있잖아요?
한별: 그쵸.
미지니: 애들이 환호 지르고 잘 하는 것처럼 보이니까 엄가가 그걸 보시고 '그래 배워봐라'며 그때 허락을 하셔서 노래를 배우게 됐고, 그 이후로부터는 지금까지 음악에 관련돼서는 한 번도 걱정하신 적이 없던 것 같아요. 오히려 되게 팩트 폭격기에요, 엄마가. 칭찬을 안 해요. 제가 고향 아산에서 공연을 하면, 매번 보러 오시거든요. 그래서 모니터링해주시고 얘기를 많이 해주시는데, 아무래도 장점보다는 단점 위주로 되게 많이 얘기해 주시고, 그게 되게 자극제가 되는 것 같아요. 이번에 뮤지컬 했을 때도 서울까지 보러 오셨어요. 엄마가 두 번 보셨거든요? 아빠는 한 번 보시고. 근데 그때는 처음으로 아무 말도 안 하셨어요.
한별: 좋으셨나봐요.
미지니: 네, 잘했다는 말은 원래 안 하니까 그렇다 쳐도, 못 했단 얘기도 안 하시고 소고기도 사주셨어요.
한별: 엄청 잘 하셨나보다.
미지니: 그랬나 봐요(웃음). 그래서 되게 ‘어, 나 잘했나?’라고 혼자 그냥 생각했죠. 제 든든한 버팀목이에요. 뭔가 고정수입도 없고 안정적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되게 저를 믿어주시는 것 같아요 계속.
한별: 정말 든든하시겠네요.
미지니: 네, 든든해요. 사랑해요 엄마, 아빠. 하하하!
Q8. 음악을 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
권호: 음악을 하면서 가장 즐거웠던 순간들이 있다면?
미지니: 늘 즐거운데, 늘 버스킹 하는 게 즐겁긴 해요. 저는 사람들이 재밌어하는 걸 보는 게 좋아요. 그래서 항상 노래할 때는 늘 행복하고요. 제일 행복했던 것? 아, 최근에 뮤지컬 했을 때. 마지막 곡은 직접 연주하면서 노래하는 공연이었거든요? 마지막 곡을 연주하면서 노래를 부르는데, 앞에 계신 관객이 막 울고 계시는 거예요. 엄마, 아빠를 생각하면서,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쏟아내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었는데, 그 부분에서 울고 계시는 거예요. 정말 펑펑 우시는 거예요. 그걸 보면서 되게 좋았어요. 제가 평소에는 발라드를 잘 안 부르는데 그 이유가, 사람들이 슬퍼하는 것을 보는 게 싫어서였어요. 그런데 그때 되게 다른 감정을 느꼈던 것 같아요.
한별: 카타르시스.
미지니: 네, 뭔가 내가 사람을 슬프게 했다는 것에 대해서 예전엔 약간 자책감이 들었어요. 그래서 발라드를 부르는 걸 되게 싫어했는데, 그때는 이게 마음이 좀 통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노래 부르는 것에 대한 감정이 좀 통했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땐 정말 행복했어요.
한별: 나를 이해를 해주는 구나.
미지니: 내가 잘 가고 있구나. ‘내가 잘 노선을 잡아서 가고 있구나’라는 걸 느꼈죠.
한별: 음악이든 미술이든 어떤 예술을 하시는 분들이 항상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게, 대중성을 잡으려고 하면 나를 놓치기 쉽고, 그렇다고 대중성을 버리기엔 먹고 살 수가 없잖아요?
미지니: 맞아요.
한별: 이게 너무 힘든 것 같아요. 근데, 그래도 나를 표현했을 때 한 명이라도 공감을 해주고 이해를 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진짜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미지니: 좋더라고요. 그때 되게 기분이 좋았어요.

Q9. '미지니'에게 음악이란?
권호: '미지니'에게 음악이란?
미지니: 그냥 일상인 것 같아요. 제 일상, 그냥 저, 나! '나에게 음악이란 그냥 나!'인 것 같아요. 왜냐면 음악 말고 다른 것을 생각해본 적도 없고, 음악 말고 다른 것은 하지도 못해요! 하하하. 잘 못해 뭐를. 뭐, 손재주도 없고, 음악 말고 다른 것을 욕심 내본 적이 없기도 하고. 음악이 그냥 제 삶 안에 너무 많이 깊숙이 들어와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취미생활도 없고, 취미도 음악이거든요. 취미도 뭐 기타 연주니까. 그런 것 같아요. 나에게 음악이란 나다! 하하하.
한별: 그러니까 음악으로 말씀하시고, 음악으로 숨쉬고, 음악으로 걷고, 음악으로 밥을 먹는 거죠.
미지니: 그쵸, 근데 밥은 먹어야 돼요. 배고프거든요. 하하하. 어쨌든 그런 것 같아요.
Q10. 앞으로의 계획
권호: 앞으로의 계획이나 행보, 목표가 있다면?
미지니: 일단 2019년도 목표가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내 음악을 듣게 하기'였는데, 이번에 뮤지컬을 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저를 알게 됐어요. 그래서 2020년에는 편곡을 끝낸 작업, 끝낼 것 두 곡이랑 새로 쓴 곡 두 곡이 있어서, 그 곡들을 발매하는 게 제일 큰 목표예요. 그리고 조금 더 큰 무대에서 사람들이 나를 많이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할 예정이고요. 최종 목표는 그냥 모든 사람들이 저를, 조금 힘들 때 제 음악을 찾아들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런 음악을 쓰고 싶고, 그런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우울할 때 행복한 바이러스를 좀 많이 퍼트릴 수 있는 그런 아티스트가 되고 싶습니다. (웃음)
Q11. 마지막 추가 질문. 뮤지컬을 하게 된 계기 그리고 롤 모델
한별: 뮤지컬은 어떻게 하게 되신 거예요?
미지니: 제가 하고 싶어서 한 것도 있지만, 제 친구가 뮤지컬 배우인데 공고가 뜬 것을 보고 같이 하자고 ‘기타 치면서 연기하고 노래하는 뮤지컬이니까 네가 할 수 있겠다.’해서 지원하게 되었는데 저만 되었죠. 그 친구는 안되고.
한별: 어떡해.
미지니: 그래서 저는 합격하고 친구한텐 미안하니까 몰래 연습을 해서 오디션을 봤는데, 운 좋게 최종 합격이 되었어요. 합격하고 시놉시스를 쭉 들어보니까 제 얘기 같더라고요. 내용이 음악을 하며 버스킹 하는 여자인데, 그 친구(배역)가 발전해나가는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이었어요. 그래서 저하고 되게 똑같다, 비슷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 나이도 그 당시의 저와 똑같았어요, 극중 나이가. 그리고 행동하는 거라든지 뭐 그런 것들이 저랑 되게 비슷하다고 느껴서 '아, 이거는 꼭 해야겠다!'란 생각을 했어요. '이거는 내가 꼭 해봐야겠다'라고 생각해서 도전을 했죠.
한별: 나이도 같고, 스타일도 같고. 이러면 연기하기엔 훨씬 수월하셨겠네요.
미지니: 근데 좀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원래 내가 그런 아이이긴 하지만, 전달이 돼야 하니까 연기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제가 버스킹도 하고 강의, 방과 후 학교에서 레슨도 하고 이런 일을 많이 하다 보니 연습에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이 막 많지가 않아서 혼자서 되게 많이 공부하고, 친구한테도 물어보면서 연기에 되게 많이 신경을 썼는데, 사실 그냥 좋았던 것 같아요. (웃음) 연기를 많이 노력하기는 했죠. 근데 더 많이 늘어야죠. 부족했다고 생각해요. 제일 부족했던 게 연기였던 것 같아요. 제일 잘 했던 게 노래.
한별: 장점을 살렸다?
미지니: 네, 장점을 살렸죠.
한별: 또 궁금한 게 있네요.
미지니: 뭐요?
한별: 제일 롤 모델로 삼는 아티스트가 있나요?
미지니: 음, 롤 모델? 옛날에는 박진영(JYP)님처럼 되고 싶었거든요? 나이가 많으신데도 꾸준히 음악 하고 계시잖아요? 1년에 한 번씩 계속 앨범 내시면서? 박진영 님 음악 스타일은 저랑 완전히 다르지만 '그런 꾸준함을 배워야겠다'란 생각을 되게 많이 했어요. 그리고 아침마다 일어나셔서 발성연습도 하시고 그러신데요.
한별: 진짜 부지런하시다.
미지니: 부지런하신 모습은 되게 많이 배워야 할 점인 것 같아요. 음악 하는 친구들 중에서 부지런한 친구들이 많이 없거든요. 그래서 제가 그걸 많이 배워야 되지 않을까? 생각을 했어요. 저도 오래오래 노래하고 싶거든요. 힘이 닿는데 까지는 하고 싶어서 그런 것 같아요.
권호: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은?
미지니: 어, 제가 2017년도에 솔로 앨범을 발매했어요. 근데 지금 3년이 지났거든요. 아무래도 아시다시피 음원시장이 많이 어려워서 제가 투자한 것만큼 회수가 많이 되질 않아요. 그래서 많이 많이 제 음악 들어주셨으면 좋겠고요. 그리고 숨겨져있는 보석 같은 아티스트들이 되게 많아요. 인기차트에 가려진보석 같은 아티스트들이 많으니까, 많이 많이 찾아서 음악 많이 들어주셨으면 좋겠네요. 나만 아는 아티스트들이 되게 많이 있을 거예요. 그중에 저를 포함해서 들으시면 돼요. 알죠? (웃음) 그래서 음악 많이 들어주시고 저도 그걸 받아서 더 좋은 음악으로 보답할 수 있도록 제 음악 많이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고요. 그리고 앞으로 어디 가서든 버스킹하고 있을 때 저를 만나면 반갑게 인사해 주시면 저도 반갑게 인사할게요! (웃음) 더 노력해서 더 큰 무대, 더 좋은 무대에서 만나 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20년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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