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홍유진 작가의 소설 [승천타워]는 매장 문화가 완전히 사라져 유적으로 남고, 화장 장례가 100% 보급되고 있는 2040년대 후반의 미래를 배경으로 한 에피소드 집이다.
화장 장례가 100% 보급되고 있지만, 폭증하는 봉안당 수요에 비해 새로운 장례시설 공급은 계속되는 님비 현상 탓에 여러 사회 문제를 야기하고, 특히 많은 인구 때문에 이러한 문제들이 더욱 심각했던 서울시는 공영 안치시설을 대량으로 확보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그것이 바로 한국 최초의 고층 빌딩형 봉안시설, 2040년에 완공된 공영 장례 빌딩 '승천타워'였다. 그리고 2047년 현재, 승천타워 입사 3년 차인 막내 관리원인 '주인공'은 오늘도 『모든 시민들에게 평등한 안식을』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아등바등 살아가면서 겪는 이야기를 다룬다.
[승천타워]의 특이한 점은 책이 제본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표준 엽서 규격으로 되어있는 낱장에는 에피소드 한 편과 앞뒷면에는 그림 조각이 실려있고, 이 여러 장을 더블 클립으로 묶어서 책보다는 엽서집에 가까운 형태를 하고 있다. 그래서 독자는 에피소드의 순서를 바꾸거나, 가장 마음에 드는 에피소드를 한 장 골라 선물할 수도 있다. 즉, 독자가 어떻게 소장하느냐에 따라서 책의 형태가 바뀔 수 있다.
16편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승천타워]의 각 낱장의 뒷면에 있는 그림을 순서대로 맞추면 작가가 그린 승천타워의 전체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매장 문화가 완전히 사라진 사회는 어쩌면 멀지 않은 미래의 이야기다. 작가가 상상하는 매장 문화가 완전히 사라져 유적이 되어버린 미래 사회의 모습은 현재와 다를 것 같지만, 결코 다르지 않다는 것에서 독자들이 씁쓸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저자 소개
저자: 홍유진
2016년 [컵라면 소녀]와 [흡혈공주]를 시작으로 [망한 여행사진집], [사망견문록] 등의 독립출판물을 제작하였다. 그 중 [망한 여행사진집]은 작가의 민망함을 판 대신 독립출판계에서 약간의 유명세를 벌어들인, 뜻밖의 출세작으로 꼽히기도 한다.
목차
총 16장(앞/뒷 표지 포함)
본문
내가 태어나기 전에는 죽은 사람을 통째로 흙 속에 묻어서 장사지냈다고 한다. 옛날이야기를 보면 늘 저승이 지하에 있는 것도 그 때문이었나 보다. 그러다 한 60년 전부터 흙무덤 대신 화장을 치르는 사람이 늘어나기 시작했단다. 사람은 계속 죽어 나가는데 묘지로 로 쓸 땅은 거의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언젠가부터는 아예 땅으로 가는 고인이 더 없게 되었다. 지금은 사람이 죽으면 모두 화장을 거쳐 봉안당으로 가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한편으론 주민들의 반대로 새 봉안당을 지을 곳이 계속 줄어들자, 유골 모실 자리는 점점 귀해지고 비싸졌다. 그 때문에 말썽도 많아지니까, 아예 시청에서 나서서 서울에서 나오는 모든 유골을 수용할 묘지 빌딩을 지은 게 지금 내가 일하는 이 [승천타워]다.
하지만 지자체 예산만 가지곤 돈과 기술의 집약체인 초고층 건물을 짓기엔 무리였던지, 이것도 얼마 전 개통한 지하철 13호선처럼 상당한 민간 자본이 들어갔다. 그 때문인지 시에서는 민자 사회가 공공 장례시설의 안치단 가격을 마음대로 매겨 팔아도 그냥 내버려 두고 있다. 그 탓에 돈이 있는 고인들은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아래층 명당을 사고, 돈 없고 식구 없는 고인들은 점차 올라가기도 힘든 꼭대기 쪽으로 밀려났다. 그래서 지금은 높았던 사람들이 낮은 곳에, 낮았던 사람들이 높은 곳에···.
그러니까 사후 세계가 있는지 장담은 못 해도, 만약 있다면 내 생각엔 거긴 이승을 거울 비추듯 거꾸로 뒤집은 모양일 것 같다.
- 1장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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