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스타 작고 귀여워] 8회

문학 / 라봉클럽 / 2020-07-14 17:48:00
소파에서 보내는 눈길



“총알오징어라고, 먹어본 적 있어?” 친구가 엄청난 것을 먹고 왔다며 헐레벌떡 연락을 했다. 사장님 한 분께서 꾸려나가시는 작은 식당에서 기가 막힌 총알오징어 요리를 먹었다는 것. 1년에 딱 2주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 재료인데, 마침 어제가 마지막 날이어서 맛보았다고 했다. 웬만해선 흥분하는 일이 없는 친구가 열과 성을 다해 맛을 설명하는 것을 들으니, 당장 가지는 못하더라도 그 가게는 좀 알아두어야겠다 싶었다. “그 식당, 인스타 계정 있어?”


그렇게 시작된 남의 가게 눈팅. 가게 인스타에는 이따금씩 신메뉴 사진과 그달의 행사 소식 따위가 올라왔다. 혼술 손님을 환영한다는 공지도 간간이 올라왔다. 여러 모로 끌리는 가게였지만, 어째선지 희한하게도 연이 닿지 않았다. 약속 장소가 번번이 다른 곳으로 잡히는 통에 그 가게 근방에 갈 기회가 생기지 않았고, 또 혼술을 하겠다며 부러 찾아가는 것도 영 귀찮은 일이었다. 한 번은 기껏 가게 앞까지 갔지만 공교롭게도 휴일이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인스타 게시물은 꾸준히 올라왔다. 가끔씩은 가게의 너른 창가 자리 사진도 올라왔고, 또 단골 손님이 그려준 메뉴 그림이 올라올 때도 있었다. 가게에 애정을 품고 있는 사람들의 오손도손함이 묻어나는 게시물을 보면서, 여전히 그곳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외부인인 나는 ‘가게 하나에 뭘 이렇게까지?’ 싶은 생각마저 들기도 했다. 사진 속 공간은 단정하지만 조금 휑뎅그렁한 느낌도 있었기에 큰 감흥이 없었고, 음식이 제아무리 맛있어봐야 얼마나 대단하다고 초상화까지 얻는 것인가 의아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궁금함과 의아함을 품고 마침내 그 가게로 첫 걸음을 했다. 좁은 계단을 올라 유리문을 열고 따뜻한 빛과 부엌에서 들려오는 후라이팬 소리, 그리고 다채로운 자리가 아늑하게 배치된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이런 포근함은 인스타를 아무리 뒤적여도 감지하지 못했던 것이기에, 나는 잠시 얼떨떨하다가 검은 소파 자리를 골라서 앉았다. 과연, 단촐하지만 편안한 자리에 앉아 가게를 둘러보니 왜 사람들이 이곳을 좋아하는지 알 것 같았다. 창가에 일렬로 늘어선 나무 카운터석에서는 정말로 혼술러들이 멍을 때리거나 책을 읽으며 맥주를 홀짝이고 있었다. 공기 중에 감도는 맛있는 냄새는 입맛도, 술맛도, 책의 맛도 돋워주었다. “인스타에서 보던 거랑 너무 다른 느낌인데? 나도 다음 번에는 혼자 와서 창가 자리에서 술 마실래!”


그래서 요즘은 조금 달라진 기분으로 인스타를 구경한다. 소파 자리가 얼마나 아늑한지, 반찬으로 나오는 장아찌 하나하나가 얼마나 맛있는지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 인스타 화면 바깥에서 서성이던 마음이 가게 안으로 불쑥 들어갔다. 그래서 갓 조리된 음식과 생맥주를 받아들었을 때의 기쁜 심정으로 인스타 게시물을 구경한다. 조만간에 얇은 책 한 권을 들고 다시 인스타 화면 속으로, 가게 안으로 찾아갈 것이다.


[뮤즈: 라봉클럽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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