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스민이 될 수 있을까?” 시작부터 이 무슨 뜬금없는 말인가 싶겠다. 이 문장을 약간 구체적으로 풀어 쓰면 ‘나는 ‘알라딘(Aladdin) 메들리’의 ‘스피치리스(Speechless)’ 솔로 파트를 꿰찰 수 있을까’라고 할 수 있겠다.
나는 아카펠라를 한다. 취미이지만 아주 열심히. 2012년 4월, 당시 남자친구를 따라 그가 활동하던 아카펠라 동호회에 발을 들인 것이 그 시작. 처음엔 생소한 노래를 배우고 부르는 것이 재미있어서, 시간이 지나면서는 마음 맞는 사람들과 팀을 이뤄 연습하고 공연하는 게 소소한 낙이 되어 계속 하는 중이다.
‘이지영의 아카펠라 비긴즈’는 이쯤 해 두고 다시 ‘자스민’ 이야기로 돌아가자. ‘알라딘 메들리’는 무엇이고 ‘자스민 솔로’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말이다. 앞서 언급한 동호회에서는 연 1회 정기공연을 한다. 매년 대규모 프로젝트 팀을 꾸려 공연에 올리는 것이 전통인데, 기존 멤버와 신입 회원이 어우러질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올해도 프로젝트 팀을 모집했고 디렉터가 곧바로 레퍼토리를 발표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알라딘 메들리’. 영화 [알라딘](2019) OST에 수록된 곡들을 엮은 곡이다. 꽤 많은 사람이 이 노래 때문에 지원했다는데, 나 또한 마찬가지. [알라딘]을 3차 관람까지 하고도 4DX를 아직도 못 봤다며 아쉬워하는 나란 인간이 어찌 ‘알라딘 메들리’를 저버릴 수 있단 말인가!
‘알라딘 메들리’는 ‘어 홀 뉴 월드(A Whole New World)’ ‘프렌드 라이크 미(Friend Like Me)’ ‘프린스 알리(Prince Ali)’ 등으로 구성되는데, 각 노래마다 메인 멜로디를 부르는 솔로가 지정된다고. 내 관심사는 오직 ‘스피치리스’. [알라딘]이 리메이크되며 새롭게 추가된 넘버! 자스민(나오미 스콧)이 “난 절대 침묵하지 않아(Cause I know that I won't go speechless)”라고 외치는 그 대목! 1993년의 자스민과 2019년의 자스민을 차별화 하는 멋진 곡! 메들리 곡 구성에서 ‘스피치리스’를 보자마자 욕망이 절로 솟아났다.
워낙 인상적이고 매력적인 곡인 데다 힘 있는 가창력이 돋보이기에 여성 지원자라면 누구나 솔로 파트를 탐낼 터. 디렉터는 ‘스피치리스’ 솔로에 요구되는 조건으로 ‘성량이 크고 에너제틱한 메조 소프라노 혹은 소프라노’라고 덧붙였다. 타고나길 터프한 목소리라 소프라노는 꿈꿀 순 없지만 음역 테스트에서 메조 소프라노 파트는 따냈으니 반은 이룬 것인가. 파트장들이 나를 솔로로 추천했다고 하던데, 디렉터 앞에서 ‘나야 나’를 부르며 어필이라도 해야 할까. 그렇지만 7년이나 된 ‘고인물’이 신입 멤버에게 양보하진 못할 망정 군침을 흘려도 되는 걸까. 내적 갈등이 한여름 더위처럼 끓어 오른다(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김칫국 드링킹 중이올시다).
나는 과연 자스민이 될 수 있을까!
[뮤즈: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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