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이 심심할 때 해보라며 성격유형검사 링크를 보내왔다. 마침 심심하던 차였다. ‘나는 절제되고 계산된 제스처를 하는 편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 영향을 미치는 편이다’ 같은 문장들에 ‘매우 그렇다’부터 ‘전혀 그렇지 않다’까지 답을 했다. 질문 하나하나에 답할 때마다 선택장애가 와서, 60문제의 답을 하는데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이후에 애인으로부터 제안이 왔다. “이번엔 서로가 생각하는 서로에 대해서 해보자!” 재미있을 것 같았다.
애인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은 나의 것을 규정하는 것보다 훨씬 쉬웠다. 나는 거침없이 ‘매우 그렇다’와 ‘전혀 그렇지 않다’를 선택했다. 나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 ‘대체로 그렇다’와 ‘약간 그렇다’를 선택했던 것과는 달랐다. 검사 결과, ‘내가 본 그’와 ‘그가 본 그’는 달랐다. ‘그가 본 나’와 ‘내가 본 나’도 달랐다. ‘내가 본 그’는 ‘그가 본 그’에 비해서 훨씬 신중한 사람이었다. 반대로, ‘그가 본 나’는 ‘내가 본 나’에 비해서 훨씬 신중하지 못한 사람이었다. 나는 ‘신중함’을 꽤나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고, 그래서 나 자신과 그에게 그런 속성이 있기를 바라는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쨌든 검사 결과에 따르면, ‘그가 본 나’ 유형의 사람들은 칭찬을 좋아한다고 했다. (맞는 말 같았다.) 그는, 여기에 ‘신중함’이 더해졌으니 앞으로는 근거 있는 칭찬을 많이 해줘야겠다고 말했다. 생각보다 신중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됐던 것에 민망했던 나는, 그의 그런 말이 꽤나 신중하다고 생각했다. (이건 콩깍지일지도 모르겠다.)
‘타인에 대해 함부로 말할 수 없게 된 것’. 한 북콘서트에서, ‘글을 쓰면서 가장 좋은 점이 뭐냐’는 질문에 작가는 이런 답을 했다. 타인에 대해서, 특히 이미 아주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나 어떤 고정관념에 부합하는 (것만 같은) 사람에 대해서는, 그를 더 이해하기를 멈추고 함부로 판단해버리기 쉽다. 성격유형검사를 하는 나 역시 그랬다. 나에 대해서는 좀 더 냉정하고, 타인에 대해서는 판단을 한없이 유보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더 잘 사랑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뮤즈: 김영]?
*썸네일 사진 출처: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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