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글래스루이스-아주 등 "수익에 도움" 합병 찬성 권고
"장기적으로 안정적 캐시플로우 확보, 주주이익에 도움될 듯"
[소셜밸류=황동현 기자] SK E&S와의 합병을 앞둔 SK이노베이션이 이례적으로 ‘주주 소통’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오는 27일 개최되는 임시 주주총회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를 비롯해 다수의 의결권 자문기관이 잇따라 합병에 대해 주주 및 투자자들의 지지를 권고하고 있다. 합병을 통한 시너지와 주주이익 보호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합병비율이 SK이노 주주에겐 당장 불리하게 보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수익 등 도움"에 따른 성장 이익이 큰 만큼 합병 찬성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SK는 오는 27일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승인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연다. 임시 주주총회에서 일반 주주들은 주총 현장에 직접 참여하지 않아도 전자투표를 통해 찬반 의사 표시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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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 서린동 SK 본사/사진=연합뉴스 제공 |
이날 합병 승인이 이뤄지면 오는 11월 1일 자산 100조 원, 매출 88조 원 규모의 대형 에너지 기업이 탄생한다. 양 사는 2030년 통합 시너지 효과로 상각전영업이익(EBITDA) 2조 2000억 원 이상을 창출해 전체 EBITDA 2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5일부터 자사 인터넷 홈페이지와 포털 네이버 등에 'SK이노베이션 – SK E&S 합병' 사이트를 별도로 개설해 ▲합병 통합 시너지 ▲일반 주주 주요질문 및 답변 ▲임시 주주총회 소집 등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SK그룹 지주사인 SK(주)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 지분을 각각 34.45%, 90% 보유하고 있다. 대주주인 SK(주) 입장에선 주요 계열사 간 합병 비율에 따라 신규 합병 법인에 대한 지분율이 결정된다. 합병비율이 1대 2일 경우 SK(주)의 신설법인 지분율은 약 72%로 예상되지만 이번 결과로 지분율은 60%대로 떨어지게 된다.
합병이 통과되려면 주총에서 전체 주식 수의 3분의 1 이상, 참석 주식 수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SK㈜가 보유한 SK이노베이션 지분이 36.22%, SK E&S 지분율이 90.0%여서 합병이 좌초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
양사 합병안은 1대 1.2의 합병비율로 정해졌다. 애초 1대 2의 비율로 합병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으나 사실상 두 회사의 몸값을 동등하게 평가한 셈이다. 기존 SK이노베이션 소액주주 입장에선 주가 기준 저평가된 회사 가치를 상대적으로 후하게 쳐주는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SK이노베이션 지분율 6.28%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기금은 지난 22일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에 대해 반대 결정을 내렸다. “주주가치 훼손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게 반대 요지다. 서스틴베스트도 주주가치 훼손 우려로 반대 의견을 냈다.
자산가치 대비 주가가 저평가돼 있어 회사의 주식 가치를 제대로 반영했다고 보기 어렵고, 시가로 평가해도 계열사 간 합병에는 10% 범위에서 합병가액을 할증 또는 할인할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반론도 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이사회, 경영진이 수차례 논의한 끝에 SK이노베이션을 시가로 평가하기로 했고, 이게 최선의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세계 최대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를 비롯해 국내외 다수의 의결권 자문기관은 찬성결정을 내고 있다. 한국ESG연구소는 “주주가치를 훼손할 만한 사항을 발견할 수 없다”며 같은 사안을 놓고 정반대 입장을 냈다. 아주기업경영연구소도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에 대해 찬성 의견을 냈다.
법무법인 대륙아주 자회사인 아주기업경영연구소는 "이번 합병이 SK E&S의 안정적인 캐시 플로우(현금 흐름)를 확보해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온에 대한 투자 시 SK이노베이션의 재무구조를 안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1대 1.1917417의 합병비율에 대해서도 적법성과 적절성을 벗어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연구소는 "SK이노베이션의 자산가치(24만5405원)와 시장가(11만2396원)의 차이가 있어 SK이노베이션의 주주는 자산가치로 합병 비율을 산정했을 때 유리한 합병비율을 도출할 수 있으나, SK이노베이션이 합병 비율 산정 시 대안으로 현재 자본시장에서 균형가격으로 인정되는 시장가격으로 평가했으므로 합병 비율의 적절성 관련 이슈는 상대적으로 적다"고 설명했다.
양사의 사업적 연관성에 대해서도 "에너지 관련 사업의 수직·수평계열화 및 수익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며 "다만 합병의 정당성은 사업적 연관성을 넘어 해당 사업부문 간 시너지 창출로 확보할 수 있으므로 이 부문은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전 세계 90% 이상의 기관투자가들에게 기업 의결권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세계 최대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와 글래스루이스는 최근 발간한 의결권 자문 리포트에서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에 대해 찬성 의견을 밝혔다.
두 기관은 “합병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어 재무구조를 강화하는 한편 현재와 미래 에너지를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서 “합병의 목적과 그에 따른 기대효과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일부 소액주주들이 지적하는 합병 비율의 적절성과 관련해 “법적으로 규정된 방법을 따랐을 뿐 아니라 기업가치 평가도 공정했다”고 평가했다.
글래스루이스는 일각에서 우려했던 SK E&S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문제에 대해 “충분히 소명됐다”며 “글로벌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과 급속하게 진행되는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 계열의 수익성을 향상하고 재무적 안정성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판단했다.
SK E&S에 3조1350억원 규모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보유한 사모펀드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는 상대적으로 SK E&S에 대한 가치가 낮게 책정되는 만큼 이에 대한 대응여부가 주목됐었지만, SK E&S 이사회가 RCPS 보장수익률을 상향하는 안을 가결하고 합병 이후에도 부채 비율과 신용등급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소명한 만큼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SK E&S는 SK이노베이션과의 합병에 동의해주는 조건으로 RCPS의 내부수익률을 기존 7.5~9.5%에서 9.9%로 일괄 상향 조정했다.
일각에서는 양사 합병이 배터리 사업을 하는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온을 지원하려는 '임시방편'이라는 한계도 지적한다. SK온은 지난 2021년 출범 이후 11개 분기 연속 적자로 누적 적자액만 3조원에 달한다. SK그룹은 그러나 SK온이 지금 당장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결국은 '돈이 되는 사업'이라는 지침 아래 지속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합병비율이 관건으로 결과적으로 양사의 합병은 SK이노베이션 주주들에게 긍정적일 것"이라며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해왔던 자산 매각 또는 유상증자 등을 통한 SK온 자금 지원 필요성이 사실상 해소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
SK그룹은 대주주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되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인 비율로 결정을 내린 것으로 주총에서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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