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펌프는 가전 아냐”…경동나비엔, 공기열 보일러 삼성·LG에 우위 ‘자신’

K-Commerce / 한시은 기자 / 2026-05-31 12:00:01
28일 제주 경동나비엔 난방 전기화 센터 개소식 가보니
유럽서 커진 히트펌프 시장…한국도 난방 전기화 본격화
글로벌 검증 마친 공기열 보일러…설치·서비스 경쟁력 강조

[소셜밸류/제주=한시은 기자] “공기열 보일러는 에어컨 기반의 히트펌프 기술과 보일러 기반의 난방·온수 기술이 결합된 시스템 융합 기술입니다. 정부가 2035년까지 히트펌프 누적 350만대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데, 국내 보일러 대표 기업으로서 적어도 30% 정도의 마켓셰어는 가져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김용범 경동나비엔 영업·마케팅총괄 부사장은 이같이 말하며 공기열 보일러 시장 공략 의지를 드러냈다. 

 

▲ 김용범 경동나비엔 영업·마케팅총괄 부사장이 28일 제주시 나비엔하우스에서 열린 ‘나비엔 난방 전기화 센터 제주 개소식’에서 사업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사진=한시은 기자

 

경동나비엔은 28일 제주시 나비엔하우스에서 ‘나비엔 난방 전기화 센터 제주 개소식’을 열었다.

 

경동나비엔은 탄소중립 정책과 난방 전기화 기조에 따라 히트펌프 수요 확대가 예상되는 가운데, 공기열 보일러를 차세대 성장축으로 삼아 시장 경쟁에 본격 뛰어든다는 전략이다.

이날 김용범 부사장은 “전기화(Electrification)가 시대의 화두”라며 “재생에너지는 대부분 전기 형태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를 산업과 가정, 운송 분야에 활용하는 것이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부사장은 “주거용 난방·온수 분야는 에너지 사용 비중이 크지만 전기화가 비교적 늦게 출발한 분야”라며 “전기 에너지로 얻은 열을 활용해 난방과 온수 문제를 해결하는 해법이 히트펌프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히트펌프는 공기·물·땅 등에 존재하는 열을 끌어와 난방과 온수에 활용하는 기술이다. 여름철 에어컨이 실내 열을 외부로 배출해 온도를 낮춘다면, 반대로 히트펌프는 외부 공기의 열에너지를 실내로 이동시켜 난방과 온수를 공급한다.

히트펌프의 성능계수(COP)는 통상 3~4 수준으로, 1kWh 전력으로 최대 4kWh 수준의 열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어 효율성이 높다. 화석연료를 직접 연소하는 기존 보일러와 달리 전기를 활용하기에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현재 정부는 공기열을 재생에너지로 인정하며 공기열보일러 확산에 힘을 싣고 있다. 제주·전남·경남 등 온난지역의 태양광 발전이 설치된 단독주택을 대상으로 설치비 최대 70%를 지원한다. 오는 2030년까지 히트펌프를 69만대, 2035년까지 350만대 보급해 온실가스 518만톤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이다.

 

▲ 28일 제주시에 문을 연 ‘나비엔 난방 전기화 센터 제주’ 전경. /사진=한시은 기자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올해 ‘난방 전기화 보급지원 사업’을 시작하고 예산 약 144억원 중 92%를 제주에 배정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높지만 도시가스 보급률이 낮은 제주를 중심으로 난방 부문의 탄소배출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김 부사장은 “1~2년으로 끝날 비즈니스가 아니기 때문에 먼 미래의 비전을 보고 지금부터 차분히 기초부터 잘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에 제주에 난방 전기화 센터를 개소했다”며 “에어투워터(Air to Water) 히트펌프는 나비엔의 한국 사업뿐 아니라 글로벌 사업을 위해서도 반드시 해야 하는, 할 수밖에 없는, 집중해야 하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난방 전기화 센터에는 엔지니어·연구 조직이 상주하며 고객 사용 데이터와 공기열 보일러 운전 데이터를 분석한다. 외기 온도 변화에 따른 효율과 성능계수 변화를 비롯해 고객 불편 사항 등을 모니터링하고 데이터를 축적해 제품·설비 개선에 활용할 계획이다.

◇ 글로벌 검증 마친 공기열 보일러…“설치·서비스까지 경쟁력”

경동나비엔은 오는 6월 미국·유럽에서 판매 중인 히트펌프 모델을 ‘공기열 보일러’라는 이름으로 국내 시장에 출시한다. 글로벌 검증된 제품을 국내 주거 환경에 맞게 적용해 난방 전기화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이번 신제품의 난방 계절성능계수(SCOP)는 4 이상 수준이다. 기존 설치된 난방 시스템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고, 방별 온도 조절 시스템도 추가 시공 없이 이용할 수 있어 소비자 편의성을 높였다.

또 공기열 보일러 전용 축열조와 난방·온수 통합 배관 유닛 ‘히티허브(HEATY HUB)’를 적용했다. 히티허브는 기존 보일러와 지역난방 기술을 응용한 장치로 난방과 온수 공급을 최적화하는 역할을 한다.

 

순간 급탕 방식을 적용해 온수를 장시간 저장하지 않아 유해균인 레지오넬라균 노출 가능성을 낮췄고, 찬물을 버리지 않고 원하는 온도의 온수를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온수레디’ 기능도 적용했다. 

 

▲ 박남규 나비엔하우스 제주점 대표가 28일 제주시 나비엔하우스에서 열린 ‘나비엔 난방 전기화 센터 제주 개소식’에서 공기열 보일러(히트펌프) 시스템을 소개하고 있다. (왼쪽 위에서 두번째)공기열 보일러 실물. 실외기 형태의 히트펌프와 축열조, 난방·온수 통합 배관 유닛 ‘히티허브’로 구성된다./사진=한시은 기자

 

특히 차별화 포인트는 히트펌프 실외기뿐 아니라 축열조와 실내 난방·온수 시스템, 제어기까지 일체형으로 공급한다는 점이다. 일부 경쟁사 제품은 이처럼 패키지로 공급하지 않아 성능과 품질에 편차가 있다는 설명이다.

방진원 경동나비엔 BM(비즈니스 마스터)는 “좋은 제품만 필요한 게 아니다. 누가 설계하고 설치하고 서비스·유지보수를 하느냐가 중요하다”며 “50년 보일러 기술을 바탕으로 히트펌프뿐 아니라 전체 시스템을 최적으로 설계·설치·시공·관리하는 역할을 경동나비엔이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다만 히트펌프는 외기 온도가 낮아질수록 효율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어 온화한 지역에서 경제성이 높다는 평가다. 방진원 BM은 “영하 25도까지 운전은 가능하지만 이는 경제적인 것과는 다르다”며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 효율이 낮아져 전기 사용량이 급격히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초기 설치비 부담 역시 변수로 꼽힌다. 히트펌프 보일러 설치비는 세대당 최대 1400만원 수준으로 정부가 70%를 지원하더라도 자부담금은 약 420만원 수준이다. 경동나비엔은 투자금 회수 기간을 약 4~5년으로 보고 있다.

◇ 유럽 중심 커지는 히트펌프 시장…보일러 기업이 주도

글로벌 히트펌프 시장은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화석연료 기반 보일러가 기후위기와 대기오염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데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난방 전기화의 필요성이 커졌다.

전 세계 주거용 히트펌프 시장은 2032년 약 15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유럽 시장 확대가 두드러진다. 유럽히트펌프협회(EHPA)에 따르면 현재 유럽에는 약 2550만 대의 히트펌프가 설치돼 있다. 전체 가구의 약 12%가 히트펌프를 보유한 것이다.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히트펌프 6000만대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 28일 제주시 한 주택에 설치된 공기열 보일러(히트펌프) 시스템 모습. 왼쪽 히트펌프 실외기가 외부 공기에서 열에너지를 흡수한 뒤 전기에너지를 더해 고온의 열을 만들고, 이를 오른쪽 축열조에 저장한다. 이후 저장된 열은 오른쪽 난방·온수 통합 제어 장치 ‘히티허브’를 거쳐 실내 난방과 온수로 공급된다. /사진=한시은 기자

 

눈길을 끄는 점은 유럽 히트펌프 시장을 가전업체보다 전통 보일러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의 비스만(Viessmann)과 바일란트(Vaillant), 스웨덴의 니베(NIBE), 독일의 슈티벨 엘트론(Stiebel Eltron) 등이 대표적이다.

히트펌프가 기존 보일러 기술에 전기화를 접목한 난방·온수 솔루션인 만큼, 난방 시스템 설계와 제어, 설치·서비스 역량을 갖춘 전통 보일러 기업들이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다.

경동나비엔도 이러한 점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김 부사장은 “삼성·LG 같은 에어컨 회사들도 난방 전기화 사업에 참여하고 있지만, 나비엔은 보일러 회사로서 지난 반세기 동안 가져온 시스템 통합 노하우와 유통·설치 노하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히트펌프 보일러는 TV나 냉장고처럼 가져다 놓고 전기만 꽂으면 가동되는 가전제품이 아니다”라며 “물과 배관을 연결해야 하는 설비다. 공장에서 만든 제품이 완제품이 아니라 설치를 통해 완성된다는 게 나비엔의 DNA”라고 강조했다.

경동나비엔은 연탄·기름·가스 보일러를 거쳐 최근 수소·전기·가스 하이브리드까지 에너지원 변화에 맞춘 기술 개발을 이어오고 있다. 전기보일러와 전기온수기, 히트펌프·히트펌프 온수기, 컨덴싱 하이브리드 에어컨 등을 잇달아 선보이며 전기 기반 냉난방 기술 역량도 축적해왔다는 설명이다.

김 부사장은 “나비엔의 난방·온수 기술에 지난 15년간 개발해 온 히트펌프 기술을 접목해 시장에 가장 좋은 제품을 내도록 노력하겠다”며 “이 사업은 제주도에서 몇천 대, 몇만 대 보급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향후 10년, 20년, 30년 동안 지속될 탈탄소화 움직임의 첫 출발이다. 에너지 전환, 전기화 시대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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