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치킨 '대박' 좋지만, '살인적 노동'...시급한 건 '충원"

사회 / 이호영 기자 / 2022-08-31 16:41:23
"잘 나가는 '당당치킨'...조리 근로자도 웃었으면 좋겠다"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는 '당당치킨' 업무량 폭증에 따라 조리 담당 직원들이 고강도 노동에 시달린다며 인력 충원 등 대책을 촉구했다. /사진=이호영 기자. 

 

[소셜밸류=이호영 기자] 최근 대형마트업계 가성비 '반값 치킨' 바람을 불러일으킨 홈플러스 6990원 '당당치킨' 대박 소식에 실제 현장 조리 직원들은 기뻐도 결코 웃지 못하는 상황이다. 당당치킨 출시 후 두달여간 화장실조차 제대로 못 갈 정도로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면서다. 일하는 담당 조리 직원뿐 아니라 옆에서 보는 직원들마저 힘들어지고 있다.

단기 행사로 그칠 게 아니라면 근본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판매 물량이 늘면 충원 등을 통한 업무 강도 조절은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부분이지만 홈플러스는 이렇다 할 대책 없이 수동적으로 대응하며 적어도 이번 추석에도 당당치킨 판매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31일 홈플러스 가양점 앞에서 홈플러스 조리 직원들은 "오랜만에 들려온 홈플러스 매출 대박 소식이 참 반갑고 좋았다. 하지만 잘 되는 당당치킨을 만드는 직원도 숨 좀 돌리면서 웃으며 안전하게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충원, 수당 등 대책 수립이 시급하다. 돌려 막기식이 아니라 신규 채용이 답"이라고 호소했다.

당당치킨이 잘 나갈수록 기뻐야 하지만 그럴 수 없을 정도로 힘든 현실을 안타까워 하면서 홈플러스 소극적인 대응은 '못 참겠으면 나가라'는 식인 듯하다며 분노를 감추지 않고 있다. 매장 근로자들은 "고객도 좋아하고 저희도 좋다. 다만 지금은 너무 지쳐 병들어가고 있다"고 했다.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에 따르면 지난 6월 30일 치킨 성수기와 맞물려 내놓은 당당치킨 덕분에 한달에 약 3~4만 마리(한 마리 1만900원)가 팔리던 치킨은 이제 한달 46만 마리(8월 21일 기준), 하루 1만 마리꼴로 팔리고 있다.

현재 점포 조리 인력은 5~8명선으로 충원 없이 업무량만 무려 10배 가량이 뛴 것이다. 지속적인 항의로 줄었다지만 여전히 3~4배 증가한 수준이다. 조리 직원들은 점포당 치면 하루 약 150마리, 주말이면 더 늘어나 240~260마리 가량을 튀겨야 한다. 출시 전엔 하루 약 30~40마리선이었다. 이외 당당양념치킨·당당콘메오치킨·당당매콤새우치킨 등 당당치킨 인기로 파생 상품이 잇따르면서 업무량 조정을 실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점포 조리 직원들은 당당치킨만 튀겨야 하는 게 아니다. 금천점만 봐도 당당치킨 이외 퀴노아 치킨, 핫델리·초밥까지 50여가지가 넘는다. 여기에 이커머스 주문 업무, 매장 진열까지 해야 한다. 잔업은 당연하다. 당당치킨만 해도 잔손질은 물론이고 포장 등 신경 쓸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일례로 닭이 든 박스를 운반하거나 10kg 소스통, 18kg 기름통 등을 나르는 작업까지 혼자서 하다가 현재 심한 통증 등으로 병가를 낸 상태인 신순자 홈플러스 금천지회장은 "저희 점포 조리 담당 직원들은 4명"이라며 "닭 12마리가 1박스다. 4명이 달라붙어 평일 16박스, 지난 13일 토요일엔 22박스를 튀겼다"고 했다.

점포당 하루 3교대였던 홈플러스는 인력 감소가 지속되면서 현재로서는 2교대조차 안 되고 있다. 살인적인 업무 강도에도 길어야 한 주 정도 행사로 생각했다가 두달여간 지속되자 잠시 조리팀에서 빠지고 싶어도 부서 이동이 안 되는 상황이다. 신 금천지회장은 "급한 대로 충원 2명 정도면 숨은 돌릴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이어 "조리 업무는 기름 미끄러운 바닥, 기계 등으로 위험 수당도 있어야 하는데 없다. 당당치킨 상황이 이런데도 추가 수당 등은 꿈도 못 꾸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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